비트코인.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인공지능(AI) 기술이 11년 동안 잠겨 있던 가상화폐 지갑의 암호를 해독해 수억 원 가치의 비트코인을 찾아내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주인이 오랜 세월 잊고 지냈던 컴퓨터 내 흔적과 대학 시절 필기 노트를 AI가 정밀 분석해 복구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이다.
18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서 'cprkrn'이라는 계정을 사용하는 한 비트코인 보유자는 미국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를 활용해 11년 넘게 접근하지 못했던 지갑에서 5 BTC(비트코인)를 성공적으로 회수했다고 밝혔다.
현재 비트코인 시세가 개당 7만9622달러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 복구된 가상화폐의 가치는 40만 달러(약 5억5000만 원)에 달한다.
이 지갑 보유자는 수년 전 가상화폐 서비스인 '블록체인닷컴'의 지갑 비밀번호를 변경했다가, 새로 설정한 자격 증명 정보를 분실하면서 자금이 완전히 묶이는 상황을 맞았다. 이후 지갑을 열기 위해 상업용 가상화폐 복구 전문 서비스를 이용하며 실패할 때마다 약 250달러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고, 무차별 대입 방식을 통해 무수히 많은 비밀번호 조합을 시험했으나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막바지 심정으로 그가 선택한 방법은 AI와의 협업이었다. 그는 자신이 보관해 온 오래된 대학 시절 컴퓨터 파일과 개인 메모, 과거 지갑 관련 데이터를 클로드 AI에 업로드했다. 데이터를 분석한 AI는 저장된 자료 더미 속에서 오래전에 암호화되어 방치됐던 지갑 백업 파일을 정확히 식별해냈다.
이어 클로드 AI는 가상화폐 지갑 비밀번호 복구에 널리 쓰이는 오픈소스 프로그램인 'btcrecover'의 활용 법을 안내했다. 복구 워크플로우를 전면 재검토한 AI는 해당 도구가 비밀번호 논리를 처리하는 방식을 분석해 사용자에게 제시했다.
결정적인 단서는 사용자의 대학 시절 노트에 남아 있던 기억 조각과 비밀번호 관련 정보였다. AI는 이 파편화된 정보들을 기존 지갑 백업 파일의 구조와 대조 및 일치시켰고, 이를 통해 사용자가 암호화된 파일을 해독하고 개인 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왔다.
지갑 주인은 이번 복구 작업을 위해 맥 컴퓨터 2대와 외장 하드 드라이브 2개, 애플 메모 앱, 과거 이메일 기록, 트위터 다이렉트 메시지(DM)까지 샅샅이 뒤졌다고 회고했다. 이 과정에서 'btcrecover'와 암호 해독 도구인 '해시캣' 등을 동원해 무려 3조5000억 건에 달하는 비밀번호 시뮬레이션을 거친 끝에 마침내 지갑을 여는 데 성공했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전문 복구 업체조차 손을 뗐던 복잡한 암호 해독 알고리즘과 파편화된 개인 데이터를 AI가 체계적으로 재구성해 해결책을 찾아낸 사례"라며 "AI가 인간의 기억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대규모 데이터 논리를 분석하는 유용한 도구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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