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알고리즘'이 지워버린 당신의 이웃, 우리는 무엇을 읽고 있는가

손안의 스마트폰을 열면 인공지능(AI)이 정교하게 설계한 뉴스 피드가 쏟아진다. 내가 클릭했던 단어, 내가 머물렀던 영상의 궤적을 쫓아 AI는 쉼 없이 '당신이 좋아할 만한' 정보들을 배달한다. 하지만 이 편리한 정보의...

'알고리즘'이 지워버린 당신의 이웃, 우리는 무엇을 읽고 있는가

[미디어스=장민준 칼럼] 바야흐로 ‘알고리즘 저널리즘’의 시대다. 손안의 스마트폰을 열면 인공지능(AI)이 정교하게 설계한 뉴스 피드가 쏟아진다. 내가 클릭했던 단어, 내가 머물렀던 영상의 궤적을 쫓아 AI는 쉼 없이 ‘당신이 좋아할 만한’ 정보들을 배달한다. 하지만 이 편리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가까운 곳의 진실, 즉 ‘로컬(Local)의 서사’를 잃어가고 있다.

인공지능 (CG) [연합뉴스TV 제공]

알고리즘이 만든 ‘정보의 고립섬’

오늘날 대형 포털과 뉴스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철저히 ‘조회수’와 ‘자극’을 동력으로 작동한다. 중앙 정치권의 소모적인 정쟁, 자극적인 사건·사고, 연예계의 가십은 빛의 속도로 복제되어 상단에 배치된다. 반면 우리 동네의 복지 체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 앞 도로의 안전 문제는 무엇인지, 지역 공동체를 지탱하는 작은 목소리들은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채 사장된다.

이러한 정보의 편식은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 지역 공론장을 파괴한다. 내가 사는 지역의 문제를 모르는 시민은 공동체의 주권자로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거대 담론에 매몰되어 정작 내 삶을 규정하는 로컬의 정치를 방관하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미디어 플랫폼이 초래한 현대 저널리즘의 비극이다.

AI는 ‘동네 어르신의 안부’를 묻지 않는다

최근 챗GPT를 필두로 한 생성형 AI가 기사를 작성하고 정보를 요약하는 시대가 되었다. 기술의 진보는 놀랍지만, AI는 결코 수행할 수 없는 저널리즘의 영역이 있다. 바로 ‘현장성’과 ‘맥락’이다.

AI는 수조 개의 데이터를 학습해 유려한 문장을 만들지만, 폐지 줍는 어르신의 굽은 등 뒤에 숨겨진 지역 빈곤의 실태를 직접 취재하지 못한다. 지역 축제가 끝난 뒤 상인들의 허탈함과 기대가 교차하는 시장 골목의 공기를 기록하지도 못한다. 저널리즘의 본령이 권력에 대한 감시와 더불어 ‘소외된 곳에 대한 조명’이라면, 그 최전선은 당연히 우리의 삶이 발을 딛고 있는 로컬이어야 한다.

지역신문 관련사진 (사진=미디어스)

미디어 리터러시, ‘로컬’을 향한 시선의 회복

이제 미디어 소비자이자 시민인 우리는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편리한 정보’에 저항해야 한다. 플랫폼이 강요하는 ‘전국구 이슈’에서 잠시 눈을 돌려, 거칠고 투박하더라도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지역 매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지방 자치단체 역시 홍보성 보도자료 배포에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지역 언론이 건강한 비판자로서 생존할 수 있는 미디어 생태계 조성에 고민을 보태야 한다. 좋은 로컬 뉴스가 생산되고, 시민이 이를 소비하며, 다시 행정에 반영되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될 때 비로소 민주주의의 뿌리는 단단해진다.

정보의 과잉 시대, 진짜 정보는 멀리 있지 않다. 당신의 현관문을 열면 시작되는 그 모든 일상이 저널리즘의 소재이며, 이를 기록하는 것이야말로 미디어가 존재해야 할 이유다. 알고리즘의 안대를 벗고 다시 ‘로컬’을 읽자. 그것이 우리가 뉴스를 소비하는 주체적인 시민으로 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