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주요 군사 작전 때마다 국방부 주변 피자집 매출이 급등한다는 ‘펜타곤 피자 지수’가 이번 이란 전쟁에도 적중했다.
지난 3월2일 기준 엑스(X)의 ‘펜타곤 피자 보고서(Pentagon Pizza Report)’ 계정에 따르면, 펜타곤 주변 ‘피자토 피자’의 주문량이 2월28일 오전 1시28분경 급등했다. 이 시점은 미군의 이란 공습 작전이 시작된 직후였다. ‘피자 지수’가 이번에도 들어맞은 것이다.
‘피자 지수’는 정부 핵심기관의 야식 주문량을 통해 대규모 군사 작전이나 정치적 위기를 예측하는 비공식 지표를 말한다. 이 용어는 1990년대 초 워싱턴의 도미노피자 점주 프랭크 믹스가 “워싱턴의 정세는 뉴스보다 피자 주문표가 더 정확하다”고 말하면서 알려졌다. ‘펜타곤 피자 지수’는 냉전 시절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이 계정은 구글지도의 실시간 방문자 통계 기능을 활용해 이상 징후를 파악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피자 지수의 정확도는 비교적 높다. 지난 1월3일 새벽 2시 펜타곤 인근 피자 가게의 배달 주문이 일시적으로 폭주했다. 이 시각은 트럼프 대통령의 마두로 체포 작전 발표 시점과 겹친다. 또한 지난해 6월12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시에도 피자 주문량이 크게 증가했다. 이때 미군은 공습하지는 않았지만 열흘 뒤 ‘미드나잇 해머’ 작전으로 이란의 핵시설 3곳을 타격했다.
1990년 8월1일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기 직전에는 CIA 본부의 피자 주문량이 4배 이상 늘었다. 또 1991년 1월 걸프전 개시 전날에는 백악관의 피자 주문량이 6배, 펜타곤은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신호가 나타난다. 재난의 기억이 축적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가장 먼저 저장 가능한 식품을 찾는다. 그 결과가 컵라면이다. 일본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등 대형 재난이 발생할 때 편의점의 컵라면 판매가 급증한다. 지진이나 태풍이 오기 전, 혹은 사회적 불안이 확산될 때 판매량은 눈에 띄게 요동친다. 여기에 SNS(소셜미디어)의 언급량과 감정 분석 데이터까지 결합하면 단순한 소비 증가를 넘어 집단 심리의 방향까지 읽어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월드컵 축구나 선거 개표 방송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치킨 배달이 크게 증가한다.
펜타곤 피자지수는 시계열 분석을 통해 평시 패턴과의 편차를 계산하고 이상 탐지 알고리즘으로 비정상적 급증을 포착하는 AI 빅데이터 분석 방식이다. 여기에 위치 기반 데이터를 결합해 특정 지역에 집중된 수요 변화인지 식별할 수 있다. 나아가 SNS 텍스트를 활용한 감정 분석과 토픽 모델링을 더하면 단순 소비 증가를 넘어 사회적 불안이나 긴장의 확산 여부까지 읽어낼 수 있다.
전쟁의 시작도, 외교의 격랑도, 경제의 붕괴도 동네 피자가게의 주문에서 먼저 감지될지도 모른다. 이는 인간이 결국 배를 채워야 움직일 수 있는 존재라는 아주 단순한 사실에 기반한다. 거대한 전략도, 국가의 결단도 결국은 야근하는 사람들의 저녁 식사 위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도 비슷한 말이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 아무리 웅장한 산도 배를 채운 뒤에야 제대로 보인다는 뜻이다. 국제정치의 거대한 풍랑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사의 분수령도, 긴박한 전쟁의 시작도 결국은 배고픈 야근자가 찾는 하나의 피자 조각에서 시작된다. 오늘도 피자는 묵묵히 모든 것을 알고 있다.
/ 안병익 식신 대표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아필진= 안병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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