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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안귀옥 변호사의 법정에 선 남편 리포트] 9화 대화를 피하는 '회피형 남...

[안귀옥 변호사의 법정에 선 남편 리포트] 10화는 '폭발형 남편을 잠재우는 아내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안귀옥 변호사의 법정에 선 남편 리포트는 네이버뉴스에서 더 많은 기사를 읽으실 수 있습니다.

[안귀옥 변호사의 법정에 선 남편 리포트] 9화 대화를 피하는 '회피형 남...

이미지는 미드저니AI의 도움으로 만들었습니다

이혼 법정에서 만나는 많은 남편 중에는 갈등 상황이 되면 대화를 통해서 해결하려고 하기 보다는 슬그머니 그 자리를 피하는 유형이 있다. 질문을 받으면 바로 답하기보다 말을 흐리거나, ‘나중에 이야기하자’라는 말로 상황을 넘기려 한다.

그리고 종종 이렇게 말한다. “지금 이야기해봤자 더 싸울 것 같아서요.” 어쩌면 이 말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갈등을 키우지 않으려는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회피형 남편’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를 하기보다, 갈등이 될 만한 대화 자체를 피하는 방향을 택하는 것이다.

그에게 대화는 해결의 과정이 아니라, 감정이 더 격해질 수 있는 위험한 순간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생각한다.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다’, ‘괜히 건드리면 더 커질 수 있다.’

이 판단이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니다. 실제로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의 대화는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회피’가 상대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된다는 점이다.

법정에서 한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남편은 대화를 하자고 하면 항상 피했어요. 결국 저는 혼자 싸우는 느낌이었어요.” 같은 상황에서도 이들 부부의 해석은 완전히 달랐다. 남편은 ‘갈등을 피하기 위해’ 물러났고, 아내는 ‘관계를 외면당했다’라고 느낀 것이다.

그날도 비슷한 저녁이었다. 아이를 재우고 난 뒤, 아내는 조용히 말을 꺼냈다. “우리 요즘 대화가 너무 없는 것 같아.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남편은 잠시 멈췄다. 대답해야 한다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았다.

그는 짧게 답했다. “피곤해서 그래. 요즘 일이 좀 많잖아.” 그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내가 듣고 싶었던 대답은 아니었다. 아내는 다시 물었다. “그게 아니라… 우리 사이 얘기 좀 하자는 거야.”

그 순간 남편의 머릿속에서는 여러 생각이 스쳤다. ‘지금 이 얘기 시작하면 길어진다’, ‘괜히 말을 잘못하면 또 싸운다’, ‘오늘은 좀 쉬고 싶은데…’ 그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좀 피곤하다. 나중에 얘기하자.” 그 말 한마디를 남기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에게 그 선택은 ‘피함’이 아니라 ‘미룸’이었다.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 더 괜찮은 상태에서 이야기하자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아내에게 그 장면은 전혀 다르게 남았다. 아내가 이야기를 꺼낸 순간 남편은 자리를 피했다는 기억이다. 그 기억은 ‘거절’로 남았다.

그날 이후 아내는 점점 더 말을 꺼내기 어려워졌다. 그리고 말을 꺼낼 때마다 더 직접적으로 묻기 시작했다. “왜 자꾸 피하는 거야?”, “대화하기 싫은 거야?” 남편은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더 대답이 막혔다. ‘싫은 게 아니라… 지금은 힘든 건데…’ 하지만 그 생각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더 짧게 대답했다. “그게 아니라니까”, “괜히 또 싸우기 싫어서 그래.” 아내는 그 말을 듣고 더 확신하게 된다. ‘아, 나랑 이야기하는 게 싫은 거구나.’ 이 지점에서 두 사람의 해석은 완전히 갈라진다.

남편은 ‘갈등을 줄이기 위해’ 물러났고, 아내는 ‘나를 밀어냈다’라고 느낀다. 이 유형의 남편들은 무관심해서 피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감정이 커지는 순간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피한다.

한 번 대화가 시작되면 어디까지 번질지 알 수 없고, 그 과정에서 감정이 커지는 것을 버티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선택한다. 대화를 잘하는 것보다, 상황을 커지지 않게 만드는 쪽을 말이다.

하지만 그 선택은 결과적으로 관계를 더 멀어지게 만든다. 아내는 점점 더 답답해진다. 설명을 원하고, 반응을 원하고, 최소한의 참여를 원한다. 하지만 남편은 더 말을 줄이고, 더 자리를 피한다.

아내는 묻는다. “언제까지 피할 거야?” 남편은 속으로 생각한다. ‘지금 하면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이렇게 두 사람의 방향은 점점 엇갈린다. 한 사람은 다가가려 하고, 한 사람은 물러난다. 그 거리 속에서 관계는 점점 멀어진다.

그렇다면 이 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했을까? 핵심은 ‘잘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끊어버리지 않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그날,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지금은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바로 이야기하기 힘들어. 근데 피하는 건 아니고… 내일 저녁에 꼭 이야기하자.”

이 한 문장은 완벽한 대답이 아니다. 하지만 아내에게는 전혀 다른 메시지로 전달된다. ‘나를 피하는 게 아니구나’, ‘이 관계를 놓고 싶지는 않은 거구나’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법정에서 한 남편은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피하려고 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 말은 늦었지만 그의 관계 방식이 무엇이었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었다. 회피는 때로 관계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설명되지 않은 회피는 결국 ‘외면’으로 남는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 대화하느냐가 아니라, 피하고 있는 순간에도 ‘나는 이 관계 안에 있다’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느냐일지도 모른다. 그 신호 하나가, 멀어지는 관계를 다시 붙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귀옥 변호사의 법정에 선 남편 리포트] 10화는 ‘폭발형 남편을 잠재우는 아내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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