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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아내들은 이렇게 말한다. “도무지 말을 해도 달라지는 게 없어요”, “듣는 척만 하고 결국 똑같아요”, “제 이야기를 한 번도 제대로 들어준 적이 없어요.” 그 말 역시 틀리지 않다.
그는 실제로 듣지 않았다. 하지만 법정에서 만난 한 남자를 보며 나는 또 다른 질문을 하게 된다. 그는 정말 듣지 않은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듣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이었을까?
그 부부는 수년 동안 같은 문제로 다투고 있었다. 아내는 반복해서 말했다.
“술 좀 줄여요”, “아이들 생활 리듬 좀 지켜주세요”, “이렇게 계속하면 애들이 힘들어요.” 그녀는 설명했고, 설득했고, 때로는 울면서 말했다. 하지만 남편의 대답은 늘 비슷했다. “알겠어”, “다음부터 조심할게.” 그는 분명 듣고 있었다. 그 말들을 한 번도 못 들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는 그 말을 ‘상대의 감정’으로 듣지 않았다. 그저 ‘지적’이나 ‘잔소리’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그는 바뀌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상황을 크게 만들지 않는 것이었고, 그 순간을 넘기는 것이었다.
그는 생각했다. ‘지금만 지나가면 괜찮아질 거야.’ 실제 그날도 그랬다. 아내는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조용히 말을 꺼냈다. “오늘도 애들 깨운 거, 애들 너무 힘들어해요”, “내일 시험인데 그렇게 하면 어떡해요?” 그녀의 말은 조용했지만 그 안에는 이미 지쳐버린 마음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순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였다. ‘또 시작이네’, ‘지금 피곤한데 왜 이 얘기를 꺼내지’, ‘이걸 지금 꼭 얘기해야 하나.’ 그의 머릿속에는 아내의 감정이 아니라 상황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그래서 그는 짧게 답했다. “알겠어. 다음부터 안 그럴게.”
그 말은 진심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 순간에는 정말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 가지 않았다. 며칠 뒤, 비슷한 상황이 다시 반복됐다. 그는 또 술을 마셨고, 또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사 왔고, 또 아이들을 깨웠다. 왜일까? 그는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는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그 약속을 ‘감정의 문제’로 이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에게 그 상황은 그저 ‘조금 불편한 일’ 정도였다. 그래서 그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하는 중요한 문제로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아내에게 그 말은 달랐다. 그녀는 단순히 상황을 지적한 것이 아니라, 계속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무너져가는 감정을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애들 힘들어요”라는 말은 사실은 이런 의미였다. “이렇게 계속되면 우리 가정이 버티기 힘들어요.” 하지만 그 메시지는 그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그래서 관계에서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소리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왜 그 말을 하는지, 그 말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쌓였는지, 그 안에 어떤 감정이 담겨 있는지를 함께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과정이 빠진 듣기는 결국 듣지 않은 것과 다르지 않다. 그는 듣고 있었다. 하지만 이해하지 못했고, 그래서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말을 듣는 다는 것은 그 말 뒤에 어떤 감정이 있는지를 함께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과정이 빠진 듣기는 결국 듣지 않은 것과 다르지 않다. 아내의 말은 점점 더 간절해졌고, 점점 더 절박해졌다. 하지만 그 말들은 그의 마음에 닿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결국 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 사람은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 사람이구나.’ 그 순간 관계는 설득의 단계를 지나 포기의 단계로 넘어간다.
법정에서 그는 말했다. “그렇게까지 힘들어하는 줄 몰랐습니다.” 이 말은 낯설지 않다. 많은 남자들이 같은 말을 한다. 그들은 듣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 말의 무게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에게 그 말은 ‘문제 제기’였지만, 아내에게 그 말은 ‘살려달라는 신호’였다. 이 차이를 끝내 이해하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갔다.
그리고 그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만들었다. 우리는 종종 듣지 않는 사람을 무관심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 사람은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감정을 듣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일 수 있다.
그날 법정에 선 그는 귀를 닫고 있던 사람이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 법을 몰랐던 사람이었다. 듣지 않았던 시간의 대가는 생각보다 크다. 그것은 단순한 오해로 끝나지 않는다. 상대를 지치게 만들고, 결국 관계를 포기하게 만든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 한 번 더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이 말을 ‘소리’로 듣고 있는가? 아니면 ‘감정’으로 듣고 있는가?’ 이 질문을 놓치는 순간 관계는 조용히 멀어지기 시작한다.
[안귀옥 변호사의 법정에 선 남편 리포트] 5화는 ‘늦게 깨달은 책임의 죄’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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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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