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IT 계열사인 SK AX(옛 SK C&C)를 둘러싼 ‘가짜 일감’ 의혹과 세금 추징 논란이 제기되면서 기업 내부거래의 투명성과 과세 기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KBS보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발주하고 SK AX가 수주하는 형식의 일부 프로젝트에서 실체가 불분명한 거래 정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됐고, 과세당국은 이를 가공거래로 판단해 수백억 원대 세금을 추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과세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조세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이 사안은 단순한 세금 분쟁을 넘어선 사안으로 평가된다. 내부거래의 실질과 형식의 괴리 여부,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 그리고 세법과 형법 판단의 차이 등 복합적인 쟁점을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 계열사 간 거래는 효율성과 시너지라는 긍정적 기능이 있는 동시에, 이해상충 가능성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SK텔레콤 을지로 본사에서 AI 모델 개발자들이 엔비디아 담당자들과 원격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선 분명히 할 점은 형사 판단과 세법 판단은 서로 다른 기준에 따라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검찰이 관련 사안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하더라도, 이는 형사상 범죄 성립 요건과 입증 책임에 대한 판단일 뿐이다. 세법상 과세 여부는 거래의 실질과 경제적 효과를 기준으로 별도로 판단될 수 있다. 실제로 형사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세법상 과세가 유지되는 사례는 적지 않다.
따라서 이번 사안을 두고 형사 판단만으로 과세의 정당성을 부정하거나, 반대로 과세가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위법성을 단정하는 것은 모두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핵심은 해당 거래가 실질적으로 어떤 성격을 갖는지, 그리고 그것이 세법상 과세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조세심판원의 판단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쟁점의 복잡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논란은 대기업 내부거래 구조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질문도 던진다. 계열사 간 거래는 그룹 차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특정 계열사에 거래가 집중되는 구조가 지속될 경우 시장 경쟁과 기업가치 배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특히 총수 일가의 지분 구조와 맞물릴 경우 이해상충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이러한 문제 제기는 어디까지나 구조적 가능성에 대한 논의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개별 기업의 거래가 실제로 어떠한 목적과 과정을 거쳐 이뤄졌는지는 구체적 사실관계와 객관적 판단을 통해 확인돼야 할 사안이다. 특정 의도를 단정하거나 확대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과정에서 과세당국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세무조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져야 하며, 기업 규모나 영향력에 따라 기준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동시에 정상적인 경영 활동까지 과도하게 위축시키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조세 정의와 경제 활력 사이에서 정교한 판단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기업 또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기업일수록 내부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이해상충 가능성을 사전에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법적 문제가 없다는 수준을 넘어, 시장과 투자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설명과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 신뢰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다.
조세심판원의 판단 지연 문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결론이 늦어질수록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과세당국 역시 정책 신뢰에 부담을 안게 된다. 충분한 검토를 전제로 하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신속한 판단이 필요하다.
결국 이번 사안은 하나의 사건을 넘어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과제를 드러낸다. 내부거래의 투명성, 조세 형평성, 기업지배구조의 책임성이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어느 한 요소만 강조해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핵심은 원칙이다. 기업은 거래의 실질에 충실해야 하고, 과세당국은 법과 기준에 따라 판단해야 하며, 사법적 판단은 그 자체의 기준에 따라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원칙이 일관되게 작동할 때 시장의 신뢰도 유지될 수 있다.
이번 논란이 단순한 공방으로 끝나지 않고, 보다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기업 환경을 만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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