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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아버지가 이겼습니다”…그럼에도 웃지 못하는 유족들

23일 전남광주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유족들이 옛 미쓰비시광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재판과 관련해 취재진을 향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아버지가 이겼습니다”…그럼에도 웃지 못하는 유족들

“아버지가 이겼습니다”…그럼에도 웃지 못하는 유족들

광주고법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6명에 손해배상”…항소심서 또 승소

전남광주 피해자들 고령에 하나둘 세상 떠나는데 소송전은 지지부진

대법 판결에도 전범기업 배상 한 건도 없어…시민모임 “국가 적극 나서야”

2026년 07월 23일(목) 19:50

23일 전남광주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유족들이 옛 미쓰비시광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재판과 관련해 취재진을 향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일본 기업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또 내려졌지만, 정작 피해자와 피해자 유족들은 판결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90세가 넘는 고령에 사투를 벌이고 유족들까지 나서서 소송전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범 기업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은 사례가 한 건도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와 유족들은 피해 당사자들이 전남광주에 단 두 명밖에 남지 않은 만큼, 소송 진행 속도를 높이고 빠르게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광주고법 민사2부(부장판사 박정훈)는 23일 강제동원 피해자의 유족 6명이 미쓰비시마테리아루 주식회사, 옛 미쓰비시광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해당 소송은 원고 9명이 지난 2020년 1월 제기했으며, 1심에서는 미쓰비시마테리아루가 원고 6명에게 각각 1666만~1억원씩 모두 4억92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나머지 원고 3명의 청구는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 3명에게는 1억원씩을, 나머지 3명에게는 상속분에 해당하는 1176만~1666만원을 각각 배상할 것을 주문했다. 1심에서 1억원, 76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았던 원고 2명은 배상액이 감액됐다.

소송을 지원하고 있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에 따르면 현재 전남광주 지역에서 전범 기업을 상대로 진행 중인 소송은 이날 항소심을 포함해 16건에 달한다.

대법원에서는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등 13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해 원고 일부 승소한 소송 1건이 계류 중이다.

‘근로정신대’ 피해자 정신영 할머니 등 4명이 미쓰비시중공업에 제기한 소송을 비롯해 가와사키중공업, JX금속(옛 일본광업), 니혼코크스(미쓰이광산), 홋카이도 탄광기선, 미쓰비시머티리얼 등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7건이 항소심에서 머물러 있다. 일본제철, 후지코시강재, 니시마츠건설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4건은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았다.

각 사건은 2019년 4월과 2020년 1월 제소돼 각각 7년 3개월, 6년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소송 제기부터 1심 선고까지만 해도 평균 1768일(4년 10여개월)이 걸렸다.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에도 배상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남광주 지역에서는 양금덕(97) 할머니 등 6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3건은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수년째 일본 기업들이 배상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의 상표권 2건과 특허권 6건 등 11억여원 상당의 채권을 압류했으나, 실제 현금화가 이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양 할머니와 고(故) 이춘식 할아버지 2명의 경우 강제집행 관련 최종 단계인 특별현금화명령 대법원 판결만 남겨두고 있으나, 4년 2개월째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다. 그마저도 지난 2023년 윤석열 정부가 일본 전범기업을 대신해 국내 기업이 조성한 민간 기여금을 배상금으로 지급하라는 ‘제3자 변제안’을 낸 이후 진전 없이 멈춰 있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 할머니 등은 제3자 변제안을 수용했으나 채권 소멸과는 연관이 없어 강제집행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 사이 피해 당사자들은 고령으로 하나 둘 세상을 뜨고, 남은 건 양 할머니와 정신영(96) 할머니 뿐이다.

일제 강제동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원고 중 피해 당사자는 11명으로, 이 가운데 9명이 별세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故) 김재림·양영수 할머니는 2023년 4월 대전지법이 미쓰비시에 대한 압류결정을 내린 뒤 2~3달 사이 별세했고, 이 할아버지는 2025년 1월 별세했다.

고(故) 박해옥 할머니는 2021년 12월 대법원의 압류 확정 이듬해인 2022년 2월 별세했다. 고(故) 이영숙·주금용 할머니, 권충훈 할아버지도 세상을 떠났다.

피해자 유족들과 시민사회에서는 소송과 강제집행이 지연되는 사이 강제동원 피해 당사자가 일본 기업으로부터 직접 보상과 사과를 받을 가능성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지금 일제 강제동원 소송을 진행하는 원고는 99%가 유족이고 그 유족들마저도 고령이다. 하루라도 빨리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며 “이런 소송은 당사자나 유족의 노력으로 진행돼야 하는 것이 아니다. 피해 당사자가 힘겨운 싸움을 하지 않게 국가가 나서서 역사적 진실이 흩어지고 망각되지 않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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