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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실험실을 벗어나 'K-제조업' 현장으로 들어간 피지컬 AI

빅테크 기업의 솔루션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최근 100% 국산 기술로 구성된... ◇빅테크 종속 막는 소버린 AI와 기술 주권=피지컬 AI의 성패는 결국 자국의 문화와 산업 특성이 반영된 소버린 AI...

실험실을 벗어나 'K-제조업' 현장으로 들어간 피지컬 AI

한국 제조업 분야에서 거대언어모델(LLM) 중심의 디지털 인공지능을 넘어 기계와 로봇에 지능을 부여하는 피지컬 AI 시대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와 신경망처리장치(NPU) 설계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실질적인 산업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단순히 화면 속의 정보를 처리하는 수준을 지나 물리적 공간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물리적 지능'을 선점해 국가 제조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험실을 벗어나 공장으로 들어간 AI=

피지컬 AI는 현실세계의 물리적 실체와 상호작용하며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과거의 자동화 공정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 반복 동작을 수행했다면, 피지컬 AI는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돌발 상황에 대응하고 최적의 경로를 스스로 도출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을 실제 제조 공정에 투입하고 이를 양산 체제로 연결하는 로드맵을 가동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전북 새만금 일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데이터센터와 로봇 생산 거점을 확보하며 완성차 기업에서 AI 로보틱스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만약 국내 기업들이 피지컬 AI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독자적으로 확보하지 못한다면, 미래 제조 현장은 해외 빅테크 기업의 솔루션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최근 100% 국산 기술로 구성된 피지컬 AI 실증랩을 출범시켰다. 이곳에서는 숙련 노동자의 행동을 영상 데이터로 추출하고 이를 로봇의 움직임으로 변환하는 '텔레오퍼레이션' 기술 등을 연구한다.

정부는 AI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2조원 규모의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국산 NPU를 활용한 연산 인프라 지원을 확대해 민간의 기술 자립을 뒷받침하고 있다.

빅테크 종속 막는 소버린 AI와 기술 주권=

피지컬 AI의 성패는 결국 자국의 문화와 산업 특성이 반영된 소버린 AI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 소버린 AI는 국가가 데이터와 인프라, 모델을 독자적으로 통제하는 상태를 뜻한다.

미국과 중국이 자본력을 앞세워 AI 패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와 제조업이라는 강점을 활용한 '한국형 소버린 AI' 모델이 필수적이다. 국회미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AI 시장 지출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 유럽연합(EU)은 자체 클라우드 생태계인 가이아-X를 통해 미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2030년까지 50.0%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과 중국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AI 패권을 다투는 상황에서 한국은 소버린 AI 전략을 통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미래연구원과 삼정KPMG의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은 5000억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중국은 3440억위안 규모의 빅펀드 3기를 통해 반도체 자립을 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한국 정부는 2027년까지 핵심 인재를 양성하고, 국산 NPU(신경망처리장치) 지원사업을 신설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풀스택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단순한 모델 개발을 넘어 센서, 로봇, 데이터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기술 표준을 선점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제조 현장의 미세한 공정 운영 데이터는 기업의 핵심 기밀이자 국가적 자산인 만큼 이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학습시키는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5월 중 피지컬 AI 공통 기준 마련을 위한 수행기관을 선정하고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표준화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AI 기술이 물리적 세계와 결합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며, 한국은 그 변곡점의 최전선에 서 있다. 글로벌 빅테크가 주도하는 범용 AI 시장에서 승부를 보기보다는 우리가 이미 경쟁력을 가진 제조 인프라에 지능을 심는 피지컬 AI 전략이 실현 가능성 면에서 우월해 보인다. 그러나 막대한 인프라 구축 비용과 데이터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관의 긴밀한 협력이 있어야 한다. 특정 기업의 독점을 막고 중소·중견 제조 현장까지 AI 혜택이 확산될 수 있는 생태계 조성 여부가 향후 한국 제조업의 명운을 결정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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