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홍콩의 증권거래소 광장 밖에서 사람들이 항셍지수와 주가를 보여주는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중국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이 상반기 이익이 수십 배에서 수백 배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도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수개월간 이어진 랠리로 실적 개선 기대가 주가에 선반영되면서,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하기가 한층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본토의 반도체·전자부품 기업을 추종하는 CSI300 정보기술지수는 2분기에 80% 급등한 뒤 최근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밸류에이션 부담도 커졌다. 이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36배로, 지난 4월 28배에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순이익 5600% 늘어도 하한가
중국 AI 반도체 업체들은 최근 잇달아 폭발적인 실적 전망을 발표했다. 하지만 주가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무어스레드테크놀로지는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최대 249%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주가는 장중 6.5%까지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STAR50지수는 주간 기준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투자심리 지표도 4년여 만에 가장 약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섀넌세미컨덕터테크놀로지는 이익이 2000% 넘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고한 뒤 하루 가격제한폭인 20%까지 급락했다. 선전테크윈세미테크놀로지도 상반기 순이익이 최대 5600%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주가는 10% 하락해 하한가를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 선전롱시스일렉트로닉스는 순이익 증가율이 6만2200%를 웃돌 것이라고 발표한 당일 주가가 10% 올랐으나 이후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베이선 링 유니온뱅케르프리베 전무는 "중국 AI주의 주가는 실제 펀더멘털이나 실적보다 투자자 포지션과 기대에 더 크게 좌우된다"며 "시장은 이미 강한 실적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높아진 몸값 정당화가 관건
시장에서는 중국 AI 기업들이 8월 말까지 발표할 상반기 확정 실적과 경영진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높아진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만한 성장 전망이 제시되는지가 향후 주가 방향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가격 상승의 수혜를 받은 AI 하드웨어와 컴퓨팅 인프라, 부품·소재 공급업체의 이익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국 내수 회복이 더디다는 점은 부담이다. 자동차 업체 세레스그룹은 생산비 증가로 상반기 적자를 예상했다. 양돈업체 무위안푸즈그룹은 돼지고기 가격 변동에 타격을 입었고, 부동산 개발업체 차이나반커는 낮은 사업 수익성과 자산 손상으로 손실이 확대될 전망이다.
윌리엄 브래튼 BNP파리바 아시아·태평양 현금주식 리서치 책임자는 "소비 기업의 실적은 언젠가 개선되겠지만, 회복을 예상해 선제적으로 투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평가했다.
CICC는 해외 AI 산업의 변동성과 미국 금리 전망 변화도 중국 기술주에 부담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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