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의 시대 전남광주 통합이 갖는 의미 - 함순아 동강대 간호학과 교수
2026년 03월 27일(금) 00:00
광주전남 통합은 1995년 전국 40여 개 지역에서 도농복합시로 행정통합이 시작된 이래 약 30년만의 광역 단위 행정 통합이다. 2026년 7월 1일 시행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돼 그 첫 번째 광역단위 메가시티로서 전남광주통합시가 출범한다.
시선과 의식을 사로잡는 ‘통합’이란 키워드는 지금의 이재명 정부가 가치를 기반으로 한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시대의 흐름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형식의 시대’를 거쳐 지금의 ‘실리의 시대’로 왔다고 생각한다. 바꿔 말하면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기성세대의 아픔 위에 정착된 오늘의 실용주의라고 할 수 있다.
형식의 시대를 거쳐온 것은 단순히 과거의 관습 때문이 아니라, 국가를 유지하고 사회 질서를 세우기 위한 철저한 생존 전략이자 통치 시스템이었다. 특히 산업화의 고도 성장기 시대에는 교육의 표준화를 통해 규격화된 인재의 대량 배출을 위해 대학은 학생 개개인의 실질적 역량보다 어느 대학, 어느 학과라는 형식을 부여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면 지금은 왜 실리의 시대인가. 이제는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 성장할 수 없는 저성장과 인구 절벽 시대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어느 대학인가 보다 무엇을 할 줄 아는가가 생존 조건이 됐고 지자체는 광주와 전남이라는 행정적 경계를 허물어 소멸의 위기감을 해소하고자 하는 의지가 통합을 이끌고 있다고 본다.
고등교육의 측면에서 학과별 전공 중심의 폐쇄적인 교육, 간판과 학벌 중심, 암기 중심의 강의식 교육 등이 과거의 성장동력이었다면 지금은 직무 역량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고 융복합·무전공 중심의 개방적인 교육, 지역 산업 연계 및 평생 교육으로서 대학의 역할이 확대되는 등 실리와 실용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이 대신할 수 없는 간호학 분야에서도 통합의 트렌드는 명확하다.
우선 이론과 실무를 통합하는 시뮬레이션 기반 교육이 강화되고 대학원 수준에서 석·박사 및 전문간호사 통합 과정이 추진되고 있다. 또 의학, 간호학, 약학 등 서로 다른 전공의 학생들이 함께 학습하는 보건의료인 간 다학제간 통합교육(Interprofessional Education, IPE)과 간호법 제정 및 시행에 따른 통합 교육과정이 강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류가 아니라 이미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과 같은 학자들이 예견한 미래 교육의 방향성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통합에 따라 고등교육의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바 먼저 대학 간 초광역 연합 및 구조조정 가속화를 통한 메가 유니버시티(Mega-University)로 통합 지자체 내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지역 산업과 교육의 연계(RISE 체계)를 통한 시너지로서 정주 여건이 개선돼 우수 학생들의 유출을 막는 방어막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연하면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단순히 행정 구역을 합치는 것을 넘어 총 38개 대학(2026년 기준)으로 구성된 RISE를 통해 년간 약 1600억원 이상 예산(2026년 기준)을 집행하는 하나의 거대한 거버넌스로 통합해 운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합에 의한 지역 대학의 역할도 변화될 것이다. 통합특별시의 핵심 전략 산업인 AI, 에너지, 모빌리티 등 초광역 산업 생태계의 발전을 위한 연구 중심의 R&D 인력 양성 뿐만 아니라 실무 현장에서 즉시 일할 수 있는 숙련된 기술 인력을 공급하는 허브로서 대학의 역할이 강화되고, 이는 독립된 기능 강화 보다는 생물체의 메커니즘처럼 지역사회와 공존하며 함께 발전할 것이다.
정부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법률 제21446호)의 제정 이유를 자세한 설명으로 밝히고 있으나, 서울특별시가 경기, 인천과 통합되면 우리나라 인구의 51%가 넘고 대학은 126개 이상을 보유하는 사상 최대의 수퍼 메가시티로서 수도권의 명성이 더 드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과연 국가 균형 발전이 가능할까,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산술적 혹은 병렬적 합체만으로 행정 및 교육 시스템만 혼란스러워지는 건 아닐까. 혹은 첫 번째 통합 사례로 우리 지역이 시행착오의 본보기가 되고 마는 건 아닌가라는 염려가 기우이길 바란다. 메가시티로의 통합이 동남권 발전의 진정한 기회가 되길 지역의 구성원으로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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