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반발 여론이 거세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안 보완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달 말까지 실거주 예외 요건과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부동산 세제를 중심으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책을 마련하고, 당내 반발이 컸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주가 누르기 방지’ 등 금융·증시 관련 방안도 취지에 맞게 재검토하기로 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공개된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있고, 이해관계자들이 현재 개편안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종적으로 8월 말 정도에 개편안이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개편안 조정을 위해 주택 공급에 집중했던 기존 주택시장안정태스크포스(TF)도 행정안전위원회·재정경제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정무위원회 등 소관 상임위원회가 참여할 수 있도록 확대 개편했다.
민주당이 본격적인 의견 수렴에 나선 것은 세제개편안에 대한 반발 여론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 따르면 이달 4일 입법예고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에는 닷새 만에 2661개(오후 9시 기준)의 의견이 제시됐다. 양도소득세 장특공제를 장기거주소득공제로 변경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에도 1737개의 의견이 접수됐다. 특히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 요건을 확대해달라는 요구가 많았고 ISA 개편과 관련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도 343건의 의견이 접수됐다.
민주당은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여 실거주 인정 요건을 집중적으로 손볼 계획이다. 이번 개편안으로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대폭 축소된 만큼 불가피한 예외 사례를 총합해 합리적으로 법안을 수정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정부안은 1년 이상 계속 거주하던 주택에서 취학이나 직장 변경 및 전근, 질병, 전학, 해외 체류, 부모 봉양 등 부득이한 사유로 다른 시군으로 이동할 경우 최장 3년까지 비거주 기간을 거주한 것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하지만 육아나 가족 돌봄으로 인한 비거주, 리모델링으로 인한 일시 비거주 등 예외 요건 요청이 쏟아지면서 이를 아우를 수 있는 개편안 마련에 나서는 것이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각 사례를 명문화하되 방향성에 맞게 해석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장특공제 폐지도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간 자연적인 물가 상승률에 대한 과세를 막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장특공제 보유공제를 완전 폐지하게 되면 재산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한 의장은 “제시되고 있는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서울 지역 의원들은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당정 협의를 통해 (각 주장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간담회에서는 과감한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시의 공급 인허가권 일부를 이양할 필요성 또한 제기됐다. 현재 서울시가 크고 작은 인허가를 모두 맡으면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500세대 미만 등 기준을 정해서 작은 규모의 인허가에 대해서는 각 구청으로 권한을 넘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의장은 “서울시가 큰 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에 맞게 (구청이) 했는지는 이후 결과물을 통보받고, 보완할 것이 있으면 보완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병목을 줄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주거 사다리’로서 모듈러 공법을 통한 비아파트 확대도 제안했다. 한 의장은 “청년주택이나 비아파트를 모듈러 공법으로 할 수 있도록 예산 지원 등을 하면 공급 기한을 많이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황희 민주당 의원이 촉발한 ‘청년 버스 하우스’ 논란에 대해서는 “청년들에게 예기치 않게 상처를 입힌 상황이 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송구하고 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민주당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한 ISA와 관련해서 “기존 ISA 계좌를 건드릴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재경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기존 ISA 계좌의 납입 한도 이월을 제한하고 만기를 설정해 장기간 자금 운용 시 받을 수 있는 절세 효과를 줄이는 방식으로 설계된 바 있다. 한 의장은 “생산적 금융 관련 ISA가 추가적으로 들어오는 것은 선택적으로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부에서 우려가 컸던 정부의 ‘주가 누르기 방지’ 대책 역시 전면 재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주주가 상속·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기업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행위를 막겠다는 취지로 마련됐지만, 오히려 기업에 ‘주가를 누르는 방법’을 알려주는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당내에서 제기돼왔다. 한 의장은 “원래 법안을 낸 취지가 있는데 (내용이) 조금 많이 부족하다”며 “재경부도 조만간 당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받아서 의논하겠다는 식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토론회 등을 통해 정부안의 문제점을 보완해나갈 계획이다.
한편 민주당 주택시장안정TF는 이번 주 중 첫 회의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TF에는 한 의장과 오기형 재경위 간사, 복기왕 국토위 간사, 박상혁 정무위 간사, 이해식 행안위 간사는 물론 천준호·김한규·전용기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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