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5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하면서, 실거래 반영 방식과 산정 모델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다단계 검증 절차를 거친 ‘통계 결과’라는 점을 강조하며 신뢰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실거래와의 괴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6년 1월 1일 기준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평균 9.16% 상승했다. 이 가운데 서울은 18.67% 올라 전국 평균의 두 배를 웃돌았다. 특히 강남 3구와 한강 인접 지역은 20%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최근 5년 사이 가장 큰 폭의 변동을 보였다.
지난 1일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은혜 의원은 서울 화곡동의 한 아파트를 사례로 들며 “실거래가격은 약 10억 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공시가격은 5억7000만 원에서 6억3000만 원으로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거래가격 흐름과 공시가격 산정 결과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문제 제기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실거래가가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공시가격이 오르는 것은 논리적으로 문제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언급하며 일부 비판에 공감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성 문제로 확대 해석하는 데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논란의 핵심은 공시가격이 실제 거래 시장을 얼마나 충실히 반영하느냐에 있다. 국토부 설명에 따르면 공시가격 산정은 한국부동산원 조사원의 사전·현장 조사를 시작으로, 조사자와 지사, 시·도, 전국 가격검토위원회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통계적 이상치와 지역 간 형평성을 검증해 1차 가격안이 도출된다.
가격 산정의 기본 축은 실거래 자료다. 여기에 감정평가 선례와 KB시세, 부동산테크, 부동산114, 네이버부동산 등 다양한 민간 시세 정보를 결합해 ‘실거래·호가·평가’ 데이터를 교차 검증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즉 단일 지표가 아닌 복합 데이터를 활용해 가격을 산출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후 감정평가사와 부동산·통계 전문가, 지방자치단체 추천 인사 등이 참여하는 외부점검단이 추가 심사를 진행한다. 17개 시·도 역시 사전 검토에 참여해 정책적 영향이 큰 단지를 중심으로 교차 점검을 실시한다.
또한 소유자는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와 지자체 민원 창구를 통해 공시가격을 확인하고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사실상 사후 검증 기능을 수행하며, 제출된 의견에 대해 한국부동산원이 재조사를 진행한다. 이후 외부점검단의 심층 검증과 국토부의 최종 보고서 검수를 거쳐,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통해 공시가격이 확정된다.
국토부는 이처럼 다층적인 검증 구조를 통해 절차적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거래가 부족한 단지는 연식과 면적 등 조건이 유사한 인근 단지 실거래를 보조 지표로 활용해 통계 공백을 보완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표본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보정 방식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정치적 개입 가능성을 둘러싼 의혹도 제기됐다. 김은혜 의원은 세수 확대나 보유세 정책 방향이 공시가격 산정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헌욱 한국부동산원장은 "부동산 통계와 데이터에 대한 아주 높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다수의 교수가 비판적인 시각으로 검토하는 만큼 통계를 두고 (정권의) 눈치를 볼 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와 부동산원 모두 "이번 공시가격 신뢰성 논란을 계기로 호가 활용 기준과 지역별 균형성 제고 방안을 추가로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코노미퀸 김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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