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서도, 퇴근길에서도. 온·오프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를 풀어드립니다. 사실 전달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인 의미도 함께 담아냅니다. 세상의 모든 이슈, 풀어주리! <편집자주>
삼성증권이 제작한 가상 걸그룹 LUMINA(루미나)의 ‘OVERRIDE’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 삼성증권 공식 유튜브 캡처
증권사 유튜브에 걸그룹 뮤직비디오가 등장하고, 투자정보 대신 남녀의 소개팅을 다룬 연애 예능이 올라온다. 금융상품 설명에 집중하던 증권사들이 음악과 예능을 앞세워 투자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젊은 고객층을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증권사가 만든 AI 걸그룹…MV 조회수 250만회 돌파
21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자체 제작한 4인조 가상 걸그룹 ‘루미나(LUMINA)’의 데뷔곡 ‘오버라이드(OVERRIDE)’ 뮤직비디오가 공개 약 한 달 만에 유튜브 조회수 255만회를 넘어섰다.
뮤직비디오에는 네 명의 멤버가 오토바이에 걸터앉아 카메라를 응시하거나 폐건물 사이에서 군무를 펼치는 장면이 등장한다. 빠른 테크노 리듬과 강렬한 전자음이 어우러져 걸그룹 에스파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도 나온다.
눈길을 끄는 것은 멤버들이 모두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진 가상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들의 제작사는 연예기획사가 아닌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이 제작한 가상 걸그룹 LUMINA(루미나)의 ‘OVERRIDE’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 삼성증권 공식 유튜브 캡처
그룹명 루미나는 ‘빛나는’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루미너스(Luminous)’에서 따왔다.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네 멤버가 하나의 빛을 완성한다는 설정이다.
데뷔곡은 기존의 규칙과 선입견에서 벗어나 스스로 미래를 개척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삼성증권은 이를 금융과 투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태도에 연결했다.
시청자 반응도 기존 금융 콘텐츠와는 달랐다. 댓글에는 “AI인데 춤 선이 자연스럽다”, “노래가 계속 맴돈다”, “증권사 공식 채널에 올라온 영상이 맞느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특히 노래 가사에 ‘레드라이트(Red Light)’라는 표현이 등장하자, 한 시청자는 “내 주식 계좌에도 빨간불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며 주가 상승을 바라는 농담을 남겼다.
삼성증권이 제작한 가상 걸그룹 LUMINA(루미나)의 ‘OVERRIDE’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 삼성증권 공식 유튜브 캡처
삼성증권은 루미나를 일회성 홍보 캐릭터가 아닌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 자산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후속 뮤직비디오와 숏폼 챌린지, 콘텐츠 진행자(MC)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방식과 달리 자체 캐릭터를 활용하면 다양한 콘텐츠에 반복적으로 등장시킬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높은 조회수가 실제 투자 고객 확보로 이어질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투자 정보 대신 ‘연애·예능’…요즘 증권사 유튜브의 변신
신한투자증권은 공식 유튜브 채널 ‘알파TV’에서 투자 원리를 연애에 빗대어 풀어낸 자체 예능 프로그램 ‘하룻밤 소개팅’을 선보였다. 신한투자증권
금융권의 콘텐츠 실험은 AI 아이돌에 그치지 않는다. 증권사들이 연애와 일상생활을 소재로 한 자체 예능 제작에도 나서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8월 공식 유튜브 채널 ‘알파TV’를 통해 연애 예능 ‘하룻밤 소개팅’을 선보였다.
여성 출연자 한 명과 남성 출연자 세 명이 1박 2일 동안 함께 생활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프로그램이다. 일반적인 소개팅과 달리 여러 상대를 동시에 만나는 구조다.
출연자들은 제한된 시간과 데이트 비용을 누구에게 얼마나 사용할지 선택한다. 상대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으면 기존 결정을 바꾸기도 한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러한 과정을 투자자의 자산 배분에 빗댔다. 한정된 자금을 여러 투자처에 나누고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원리를 연애에 적용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도 올해 상반기 대학생들이 투자와 소비, 연애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예능 ‘공강’을 공개했다. 최근에는 연애 고민을 소개한 뒤 자연스럽게 주식 투자 이야기로 넘어가는 ‘연애처럼 주식투자’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들 콘텐츠의 공통점은 금융상품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청자가 익숙한 연애와 음악을 먼저 보여주고, 그 안에 투자와 관련된 개념을 담는 방식이다.
조회수는 늘어도 고객 전환은 별개…콘텐츠 경쟁의 과제
증권사들이 오락 콘텐츠에 눈을 돌리는 것은 투자에 관심이 없는 잠재 고객과도 접점을 만들기 위해서다.
기존 증권사 유튜브는 시장 전망이나 종목 분석, 금융상품 소개가 중심이었다. 투자정보를 찾는 사람에게는 유용하지만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음악과 예능은 투자 경험이 없어도 즐길 수 있다.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를 먼저 알린 뒤 금융 서비스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하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은 투자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증권사 채널을 찾아오지 않는다”며 “재미있는 콘텐츠로 잠재 고객의 관심을 끌고, 이를 브랜드 유입으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콘텐츠의 인기와 마케팅 성과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높거나 예능이 화제를 모으더라도 실제 계좌 개설과 거래 증가로 이어지는지는 별도의 분석이 필요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