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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4' 민진기 감독 "대중 존경해야…비주류에서 주류 될 것 건져 올려야"

시즌을 거듭할수록 오히려 화제성이 커지는 드라마가 있다. ‘신병’ 시리즈다. ‘신병4’는 방영 기간 높은 화제성을 유지하면서 시청률 역시 회차가 거듭될수록 상승세를 보였다.

▲신병 시리즈를 연출한 민진기 감독. 사진제공=본인.

시즌을 거듭할수록 오히려 화제성이 커지는 드라마가 있다. ‘신병’ 시리즈다. ‘신병4’는 방영 기간 높은 화제성을 유지하면서 시청률 역시 회차가 거듭될수록 상승세를 보였다. 미디어오늘 유튜브 콘텐츠 ‘과몰입클럽’은 지난 18일 ‘신병’ 시리즈를 기획하고 시즌4까지 연출한 민진기 감독에게 ‘신병’의 흥행 전략을 물었다. 이날 라이브는 정민경 미디어오늘 기자와 원순우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대표, 임수연 기자가 함께했다.

민진기 감독은 2006년 MBC 예능국에서 PD 생활을 시작했다. tvN ‘롤러코스터’를 거쳐 군 생활을 소재로 한 ‘푸른거탑’을 만들었고 ‘SNL 코리아’, 드라마 ‘써클: 이어진 두 세계’,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등을 연출했다. 2022년부터는 장삐쭈의 애니메이션 ‘신병’을 드라마로 옮겨 시즌4까지 이끌었다. 다음은 패널들과 민진기 감독의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예능 PD로 시작해 코미디와 드라마를 계속 만들어왔다. 처음부터 코미디 콘텐츠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나. 제작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저는 원래 2006년도 MBC 예능국에서 예능 PD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사실 드라마를 하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CJ tvN에 입사해서 처음 맡은 프로그램이 ‘롤러코스터’였고 거기에서 스크립트 베이스의 예능을 하게 됐다. 당시에는 매주 코너를 하나씩 만들었다가 재미없으면 바로 없애고, 또 만들고 없애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잘 돼 있었다. 그러다 군생활을 코미디로 다룬 ‘푸른거탑’을 연출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시트콤, SNL 같은 콩트, 5~10분짜리 디지털 숏컷 같은 것들을 하게 됐다.

당시 tvN은 PD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회사이기도 했다. ‘써클’이라는 12부작 드라마도 하게 됐고, 드라마 감독이 되고 나서는 2019년에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라는 16부작 드라마도 했다. 예능 PD로서는 운이 좋아서 좋은 경험들을 많이 했다. 지금은 사실 방송 예능 환경이 굉장히 어렵다. 유튜브 자체가 너무 재미있고 웬만한 연예인들이 다 개인 채널을 갖고 있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중간에 좋은 기회를 얻어 드라마타이즈를 하게 된 게 굉장히 좋은 자산이 됐다.”

-오랫동안 군 생활을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군대라는 공간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푸른거탑’을 기획할 때는 ‘군디컬 드라마’라고 했다. 군대와 메디컬을 합쳐서 군디컬이 된 거다. 코미디의 하나의 장치로 군대라는 공간과 메디컬 드라마의 비장함을 합치면 재미있겠다고 시작했다. 그런데 기획하다 보니 군대라는 공간이 우리나라에서는 현역도 있고 예비역도 있고 남녀노소 군대라는 키워드와 아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경험치가 존재하더라. 공간을 베이스로 코미디의 과장됨과 반전, 여러 서스펜스를 결합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해 계속 발전시켰다. 그러다 2021년에 장삐쭈 작가의 ‘신병’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접했다. 이건 10년이라는 세대를 다시 건너뛰면서 신선하게 작업할 수 있는 군대 콘텐츠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장삐쭈 작가에게 드라마화를 제안했고, 장삐쭈 작가도 ‘푸른거탑’을 만든 감독님이 한다면 같이 해보고 싶다고 해서 출발했다.”

▲신병 시리즈의 화제성 추이. 사진출처=굿데이터코퍼레이션 제공.

-‘신병’은 시즌1에서 시즌2로 넘어가면서 화제성이 두 배, 시즌2에서 시즌3로 넘어가면서 또 크게 증가했다.

“기본적으로 저는 시즌제 콘텐츠에 대한 경험이 있다. ‘푸른거탑’도 시즌3까지 갔고, ‘SNL 코리아’도 제가 시즌5부터 여러 시즌을 했다. 시즌제 콘텐츠가 진화하고 발전하고 다음 시즌에 대중들이 보게 만들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는 제 나름의 데이터가 축적돼 있었다. ‘신병’을 처음 제안할 때부터 시즌제 콘텐츠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전략을 세웠는데, 콘텐츠는 결국 재미가 있어야 간다. 다음이 없다고 생각하고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일단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시즌이 연결되려면 기존 멤버들이 안정감 있게 출연을 이어가야 한다. 처음에는 네임드 배우들을 쓸 수 있는 여건도 안 됐지만, 그렇다면 아예 저평가된 중고 신인이나 각광받지 못한 신인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해서 이 친구들과 콘텐츠를 하나씩 키워가겠다고 생각했다. 그 친구들이 네 시즌을 안정감 있게 출연하면서 팬덤이 조금씩 쌓였다. 시즌2에는 김지석 배우가 들어왔고 시즌3에는 오대환, 김동준 배우 등이 들어왔다. 시즌4에서도 새로운 배우들을 계속 투입했다. 고착화되고 시즌이 거듭되면서 반복되는 느낌을 최대한 지우려고 했다.”

“콘텐츠가 성장하는 것처럼 모든 캐릭터와 배우들 성장해야 시즌 지속되는 의미있어”

-회차마다 주인공이 바뀌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여러 배우에게 비중이 고르게 배분된다.

“이번 시즌도 24개 에피소드를 가야 한다. 한두 명의 배우가 끌고 가는 이야기가 재미있을 것인가, 아니면 어떤 회차는 박민석이 맡고 어떤 회차는 최일구가 맡는 식으로 앙상블과 캐릭터 플레이를 하는 게 재미있을 것인가 봤을 때 저희 판단은 후자다. ‘신병’이라는 콘텐츠가 성장하는 것처럼 모든 캐릭터와 배우들이 성장해야 이 시즌이 지속되는 의미가 있다. 배우들의 분량이나 에피소드 안배를 결정할 때 제가 제일 높게 보는 건 성장성이다. 이 친구가 시즌3에서 굉장히 잘 올라왔다면 ‘이 정도면 주인공급 에피소드를 줘도 소화할 수 있겠다’고 본다. 그런 무대가 깔렸을 때 이 친구가 또 성장한다. 이 친구들이 다른 데 가서 좋은 역할을 하고 다음 시즌에 또 성장해서 돌아오면 선순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군부대라는 배경 특성상 공간도 어느 정도 고정돼 있다. 제작비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을 것 같다.

“엄청 유리하다. 방송 콘텐츠 업을 하면서 산업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지금 시대의 드라마는 엄청나게 큰돈이 들어간다. 그렇다면 콘텐츠가 지속 가능하려면 기본적인 BEP(손익분기점)를 확보해야 한다. 무엇을 하면 좋을 것인가 고민했을 때 나온 결론은 ‘각 플랫폼별로 가장 최적화돼 있는 핏을 맞춰라’였다. ‘신병’은 티빙에서는 30~35분짜리로 쪼개 주 4개씩 공개되고, 채널에서는 합쳐서 60분 정도 콘텐츠가 공개된다. 디지털에서는 소스를 자르면 쇼츠가 되기도 하고 10분짜리 하이라이트로 만들면 유튜브에서 또 수익이 발생한다. 이번 시즌에는 처음으로 IP를 활용한 팝업스토어와 굿즈도 시도했다. 방송뿐 아니라 영화까지 확장하면 또 하나의 개발이 된다.”

▲'신병4' 예고편 티저 갈무리. 사진출처=티빙 홈페이지.

-제작비를 효율적으로 쓰면서도 시청자가 반복적이라 느끼지 않고 계속 재미있게 보는 게 중요하다. 캐릭터 외에 ‘신병’의 재미를 만드는 또 다른 전략이 있나.

“맛집을 가보면 굉장히 노포스러운 맛집도 있고 럭셔리한 맛집도 있고 다양하지 않나. 콘텐츠에서 맛집이라고 하면 모든 것이 다 들어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어떤 회차는 대규모 스케일이 있고, 어떤 회차는 티키타카로 말로 웃기고, 어떤 회차는 문빛나리 일병을 활용해 시트콤적으로 푼다. 코미디의 기본 공식은 공간 베이스여야 하고 자연스러워야 하고 ‘그럴 법해야 한다’는 거다. 기본적인 개연성이 확보돼야 한다. 보통 코미디라고 하면 과장해서 유명한 분들이 오버하거나 CG를 많이 하면 웃길 거라고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절대 안 웃긴다.”

-결국 현실감이 있어야 웃긴다는 얘기다. ‘신병’ 역시 시트콤적인 요소가 있으면서 현실을 잘 버무렸다는 평가가 있다. 그런 현실성이 핵심인가.

“현실적인 감각을 기본적으로 깔고 가야 하는 건 분명히 맞다. 그런데 그걸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집단창작 시스템이 필요하다. 코미디의 타율을 이야기하지 않나. 웃음의 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슬랩스틱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말맛 코미디를 좋아한다. 코미디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여러 명의 머리가 모여 서로 이야기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가장 적절한 톤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현실을 건드리는 코미디는 자칫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 그 ‘선’을 어떻게 판단하나.

“일단 귀를 열어놓고 있어야 하고, 그다음에 대중들을 굉장히 존경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제가 하는 콘텐츠가 제 돈으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 물어봐야 한다. 저희도 내부적으로 게이트키핑이 굉장히 타이트하다. 코미디라는 게 너무 날이 서 있지 않으면 코미디가 아닐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지점은 조금 밀고 갈 때도 있다. 그래도 현실적인 부분이나 혹시라도 이 콘텐츠로 인해 상처받을 수 있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주의하는 편이다.”

-이제는 유튜브, 숏드라마 등 매체의 경계가 무너지고 서로 닮아가고 있다. 이런 매체 환경의 변화에 제작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지금의 시류적인 변화는 수긍하고 따라가야 하는 거라고 본다. 콘텐츠를 만들고 연구하는 PD들이 좀 더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이걸 거부할 때는 아닌 것 같다.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더 전략적으로 모든 플랫폼에 최적화돼 있는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저도 2006년도 MBC에서 일할 때 집에 거의 일주일에 하루도 못 들어가던 시절을 보내면서 컷과 컷으로 서사를 만들고, 거기에서 캐릭터를 구축하고, 음악을 어떻게 넣고 효과를 어떻게 넣을지 기본적인 스킬이 몸에 장착돼 있다. 그 부분을 조금 더 고민해서 빨리 결정을 하면 충분히 위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건전하고 건설적인 시도들이 많이 발생했을 때 지금처럼 투자도 잘 안 되고 플랫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시류를 따라가는 움직임, 이를테면 주류를 꿈꾸기보다는 오히려 ‘비주류에서 주류가 될 만한 것들을 건져 올리는 작업’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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