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농사'의 실태를 고발한 관영 중국중앙TV(CCTV)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초점방담'의 한 장면. CCTV캡처
중국이 식량안보를 최우선과제로 추진 중인 가운데 실적을 부풀려 보고하는 ‘서류농사’가 일부 지역에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관영 중국중앙TV(CCTV)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초점방담’을 인용해 후난성 융저우시 장화야오족 자치현 공무원들이 쌀 수확량 및 재배 면적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2024년 2만6000㏊의 논에 벼를 심어 쌀 재배 면적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고했지만, 조사 결과 실제 논 면적은 1만5866㏊에 불과했다. 작물이 서류 위에만 존재하는 ‘서류농사’를 한 셈이다.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에는 상급 기관의 눈을 속이기 위해 도로변에만 벼를 심고 수익성이 높은 타로, 담배, 채소 등은 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안쪽 논밭에 숨겨 재배한 사실이 포착됐다. 공무원들은 목표를 달성했거나 초과했음을 보여주기 위해 기록을 위조했고 농부들에게는 이를 숨길 수 있도록 도로를 따라 벼를 심으라고 지시했다.
융저우시 정부는 보도 직후 진상 조사에 착수하고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문책을 약속했다. 항저우 저장대 중국농촌개발원의 정린이 연구원은 “드론과 위성항법 기술을 이용해 ‘서류농사’ 사례를 식별하고 범죄자를 처벌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경작면적 확대만 밀어붙이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단위면적 당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언덕과 구릉이 많아 쌀 농사에 부적합한 지형에도 쌀 재배를 밀어붙이거나 지나치게 노동집약적인 이모작을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황지쿤 베이징대 교수는 “지난 40년간 중국의 곡물 생산량 확대는 단순히 재배면적을 무리하게 넓혀서가 아니라 종자 및 농기계 기술 혁신을 통해 ‘단위 면적당 수확량’을 끌어올린 덕분이었다”면서 “농업 과학과 기술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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