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시험대 오른 AI·양자 시대 보안 주권...주요국의 해법은?

이 경우 주요 취약점 정보와 대응 도구가 미국 빅테크와 일부 우방국, 대형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먼저 공유될 수 있다. 한국이 해당 협력망에 늦게 편입되거나 제한적으로만 접근할 경우 핵심 위협 정보에서 정보...

시험대 오른 AI·양자 시대 보안 주권...주요국의 해법은?

= 챗 GPT로 생성된 이미지

[이코리아] 고성능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팅이 사이버 안보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보안주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가 사람이 오랜 기간 알지 못하던 보안 취약점을 짧은 시간 안에 찾아내는 시대가 오고, 장기적으로는 양자컴퓨터가 기존 암호체계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정부는 앤트로픽·오픈AI 등 글로벌 AI 기업과의 협력을 타진하는 동시에, 국내 보안 특화 AI 모델과 양자내성암호 등 자체 대응 기반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최근 정부 대응의 직접적인 계기는 이른바 ‘미토스 쇼크’다. 앤트로픽의 보안 특화 AI 모델 ‘클로드 미토스’가 기존 생성형 AI보다 높은 수준의 취약점 탐지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지면서, AI가 방어 도구인 동시에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앤트로픽의 최신 AI 모델을 활용한 모의 침투를 진행했으며, 약 10분 만에 7건의 취약점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산학연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AI 기반 사이버 공격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우선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AI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최신 위협 정보를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앤트로픽이 운영하는 ‘프로젝트 글래스윙’ 참여 가능성을 논의해왔으며, 지난 18일에는 외교부·국가정보원·금융위원회·국가AI전략위원회·AI안전연구소·KISA·금융보안원 등과 함께 오픈AI와 AI 보안 관련 실무 워크숍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오픈AI는 신뢰 기반 사이버 접근 프로그램인 TAC를 한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최신 AI 모델의 사이버보안 관련 기능을 시연했다. 과기정통부는 오픈AI 측에 AI 보안 위협 대응을 위한 정보 공유와 협력을 요청했으며, 양측은 관련 실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글로벌 AI 기업과의 협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토스와 같은 고성능 AI 보안 모델은 오남용 가능성 때문에 접근 대상이 제한돼 있다. 이 경우 주요 취약점 정보와 대응 도구가 미국 빅테크와 일부 우방국, 대형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먼저 공유될 수 있다. 한국이 해당 협력망에 늦게 편입되거나 제한적으로만 접근할 경우 핵심 위협 정보에서 정보 비대칭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19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글로벌 AI 기업과의 협력은 최신 보안 위협 정보를 신속하게 확보하고 대응 역량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라면서도 “핵심 보안 판단과 대응 능력까지 해외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AI 보안주권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 교수는 “정부는 ‘협력은 적극적으로 하되, 통제권은 국내에 둔다’는 원칙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며 “해외 기업의 기술과 정보를 활용하더라도 최종 판단과 분석, 대응 권한은 국내 기관과 기업이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국내 AI 보안 특화 모델 개발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정보보호 패러다임을 AI 기반 보안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며, 국내 AI 보안 특화 모델 개발과 제로트러스트 확산, 양자보안 등 원천적 방어체계 확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른바 ‘한국형 미토스’ 개발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보안 특화 모델을 개발하려면 보안 데이터, 검증 환경, 전문 인력, 공공·민간 협업 체계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AI뿐 아니라 양자컴퓨팅도 보안주권 논의의 또 다른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양자컴퓨터가 고도화될 경우 현재 널리 쓰이는 공개키 암호체계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은 해독하지 못하더라도 암호화된 데이터를 먼저 탈취한 뒤, 향후 양자컴퓨터가 발전했을 때 이를 해독하는 ‘선 탈취 후 해독’ 방식의 공격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부가 양자내성암호(PQC) 전환과 양자보안 체계 구축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이에 정부도 양자기술을 차세대 전략기술로 보고 관련 기반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제1차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2035년까지 양자컴퓨터 핵심 부품인 ‘퀀텀칩’ 분야에서 세계 1위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양자 전문인력 1만 명을 양성하고 관련 기업 2000개를 육성하는 한편, 양자컴퓨팅·통신·센서·소부장 분야를 아우르는 양자 클러스터 구축도 추진한다. 또 2028년까지 국산 양자컴퓨터 개발을 추진하고, 해외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연구 인프라도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황 교수는 “양자컴퓨터가 발전하면 기존 암호체계가 상당히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은 해독하지 못하는 정보라도 먼저 탈취해 보관한 뒤, 나중에 양자컴퓨터로 판독하는 공격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신, 금융, 교통, 국방 등 핵심 인프라는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분야”라며 “양자보안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과제로 전 부처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기업 차원의 대응도 중요해지고 있다. AI 기반 공격은 취약점 탐색 속도를 높이고, 양자컴퓨팅은 장기적으로 암호화된 데이터의 안전성을 흔들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현재 사용 중인 암호 시스템과 키 저장소, 알고리즘 현황을 먼저 파악하고, 양자내성암호 전환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존 암호체계와 PQC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 암호키 관리 강화, 중요 데이터의 장기 보존 위험 평가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황 교수는 “2030년 전후로 양자컴퓨터가 기존 암호체계를 위협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그때 가서 대응하면 늦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은 암호 시스템, 키 저장소, 사용 알고리즘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취약한 지점을 확인하고, 양자내성암호 도입 로드맵을 별도로 수립해야 한다”며 “기존 암호체계와 PQC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과 암호키 관리 강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AI와 양자 시대의 보안 대응은 국가 차원의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미토스 쇼크 이후 전력·통신·금융·교통 등 중요 인프라 사업자의 방어 체계 정비와 취약점 조기 발견·수정 시스템 마련을 지시했다. 일본 금융청은 금융권과 IT 업계, 정부기관이 참여하는 작업부회를 추진하고 있으며, 미쓰비시UFJ·미즈호·스미토모미쓰이 등 3대 메가뱅크의 미토스 접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AI 기업 미스트랄이 유럽 은행들을 위한 사이버보안 특화 AI 모델 개발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AI 기업의 제한적 접근 체계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 보안 AI 역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