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앞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주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길에 중국 대표단이 전통적 의미가 담긴 자국 의상을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특히 평소 서양식 정장을 즐겨입던 시 주석도 과거 마오쩌둥이 즐겨 입었던 ‘인민복’을 입고 만찬에 참석했다. 중국 인사들 뿐만 아니라 미국 측 일부 인사들도 중국을 연상시키는 옷을 착용해 양국이 ‘복식 외교’를 적극 활용했다고 중화권 매체가 평가했다.
쑨원이 고안하고 마오가 입은 옷...“정상회담 대하는 중국의 입장 상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가 24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를 맞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6일(현지 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시 주석을 비롯해 차이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왕이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 등 중국 측 고위급 인사들이 모두 검은색 계열의 인민복을 입고 참석했다. 시 주석은 주요 외교 행사에서 종종 인민복을 착용해왔지만, 중국 대표단의 다른 고위급 인사들은 통상 서양식 정장을 입어왔다는 점에서 이번 모습은 이례적이라고 SCMP는 전했다.
인민복은 목 부분으로 살짝 올라오는 형태의 칼라와 덮개가 달린 4개의 주머니, 앞면의 5개 단추 등이 특징이다. 신해혁명 후 중국 국부 쑨원이 고안한 것으로 알려져 그의 고향에서 이름을 따 ‘중산(中山)복’이라고 불리며, 일부는 과거 마오쩌둥이 즐겨 입었던 것을 떠올리며 ‘마오 슈트’(Mao suit·마오복)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민복은 중국의 역사적 순간마다 등장했던 의복이기도 하다. 1949년 10월 1일 마오쩌둥이 인민복 차림으로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 올라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선포했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 역시 미중 수교 직후인 1979년 방미 당시 이 옷을 입었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첫 미국 방문에서 인민복을 선택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국빈 만찬에서 중국 공산당의 권위를 상징하는 마오복을 입고 등장한 점이 두 정상의 관계 인식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중국 정치 전문가 조지프 토리기언은 시 주석의 옷차림에 대해 중국이 자국의 체제와 정체성을 바꾸지 않고도 미국의 환대를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1979년 미국을 방문한 덩샤오핑 전 중국 지도자가 텍사스에서 카우보이모자를 썼던 장면과 대비했다. 당시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에 나선 중국을 서방과 연결하려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면, 이번 시 주석의 마오 슈트는 미국이 제공하는 것은 받아들이면서도 중국 자체는 바꾸지 않겠다는 상반된 메시지라는 해석이다.
멜라니아는 모란꽃 바지, 이방카는 中 디자이너 옷 선택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스미소니언 아시아 미술관을 방문한 미국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오른쪽) 여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 AFP연합뉴스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도 전통 중국 복식의 요소를 현대적으로 변형한 의상을 잇달아 선보였다.
23일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했을 때는 중국 전통 재단 방식에서 착안한 소매가 특징인 회색 드레스를 입었다. 이튿날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함께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을 방문했을 때는 중국 전통의상인 치파오 요소를 가미한 짙은 남색의 중간 길이 드레스에 은색 브로치를 착용했다. 같은 날 백악관 국빈만찬장 복장으로는 붉은색의 긴소매 V넥 드레스를 선택했다.
미국 측 인사들의 의상에서도 중국적 요소가 발견됐다고 SCMP는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만찬에 참석한 멜라니아 여사는 중국에서 조화와 부귀를 상징하며 ‘꽃 중의 왕’으로 불리는 모란 문양이 들어간 돌체앤가바나의 검은색 바지를 입었다. 중국에서는 법률로 공식 지정한 국화(國花)가 없지만, 모란은 과거 국화 선정을 위한 설문조사에서 다수의 지지를 얻어 사실상 ‘국민 꽃’으로 통한다.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미중 정상이 군사 퍼레이드를 지켜보는 가운데 JD 밴스(왼쪽 첫 번째부터) 미국 부통령과 그의 아내 우샤 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이방카의 딸 아라벨라 로즈 쿠슈너가 나란히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는 백악관 공식 환영식에 밝은 청색 계열 드레스를 입고 참석했는데, 이 옷은 중국 유명 디자이너 궈페이가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시 주석의 워싱턴 국빈방문 기간 중국 패션의 오랜 ‘홍보대사’ 역할을 해온 펑 여사뿐 아니라 중국 고위급 인사들과 미국 측 인사들의 복장에서도 중국적 미학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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