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 앞에서 시민사회·노동계가 유엔기후변화협약 기후주간 및 녹색대전환(GX) 국제주간 개막에 맞춰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부는 그린워싱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기후 정의', 'Stop Greenwashing' 문구가 담긴 서예 퍼포먼스도 함께 진행됐다./기후위기비상행동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기후주간과 녹색대전환(GX) 국제주간 개막일인 20일 전남 여수에서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이재명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을 비판하며 "그린워싱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신규 핵발전소 저지 전국 비상행동, 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전국행동,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 연대, 환경운동연합 등은 이날 오후 12시 30분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추진하는 K-GX가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정의로운 전환 계획 없이 외형만 앞세운 '가짜 녹색전환'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가 국제행사를 통해 녹색대전환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 조기 탈석탄 지연, 탄소시장 확대, 정의로운 전환 부재,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과 초고압 송전망 건설 등 기후정의에 역행하는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수의 현실 외면한 채 국제행사만 화려"
첫 발언에 나선 강흥순 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은 여수 현장의 현실과 행사장 안의 담론이 크게 괴리돼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수 산단 노동자의 고용 불안과 지역 주민의 대기오염 우려는 외면된 채 세련된 정책 용어와 홍보만 넘쳐나고 있다며, 여수가 지금 보여줘야 할 것은 국제행사 유치가 아니라 석유화학 중심 산업구조를 재생에너지 기반 저탄소 산업으로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답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수에서 석탄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신규 LNG 발전소 건설도 추진되는 상황을 거론하며, 화석연료 기반 시설을 확대하면서 기후행사를 유치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신규 원전·탈석탄 지연·탄소시장 확대 한목소리 비판
최인엽 영덕핵시설저지30km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산불 피해를 겪은 영덕에 다시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지역 재건이 아니라 또 다른 위험을 강요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맑은 에너지'라는 표현으로 원전을 포장하고 있지만, 이는 지역을 핵위험과 폐기물 문제에 묶어두는 기만이라고 말했다.
박수홍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정부가 2040년 탈석탄을 말하면서도 구체적 로드맵과 법적 기반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에는 에너지 위기를 이유로 노후 석탄발전소 폐쇄를 미루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며, 조기 폐쇄와 노동자·지역사회 보호를 함께 담는 '정의로운 탈석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민정희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은 정부가 확대하려는 자발적 탄소시장이 실질적 감축보다 책임 전가와 기업 지원에 기울어 있다고 지적했다. 탄소시장으로는 화석연료 퇴출을 앞당길 수 없으며, 공공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와 에너지 수요 감축, 정의로운 전환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 없는 녹색전환은 기만… 송전망 확대도 재검토해야"
김영구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 하동지회장은 석탄화력 폐쇄와 재생에너지 확대가 따로 움직이면서 발전노동자들이 전환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해상풍력 등 신규 사업은 자본의 잔치가 되고 있지만 기존 발전노동자들은 각자도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숙련노동자가 재생에너지 현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통합적 고용승계와 총고용 보장이 뒤따라야 한다고 요구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과 초고압 송전선로 계획을 K-GX의 실체로 지목했다. 수도권이 전기를 소비하고 지역이 발전소와 송전탑 부담을 떠안는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녹색전환을 말할 수는 없다며, 장거리 송전에 의존하는 중앙집중형 체계에서 벗어나 전력을 생산한 지역에서 소비하는 분산형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박종화 작가의 서예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박 작가는 대형 현수막에 '기후 정의'와 'Stop Greenwashing' 등의 문구를 쓰며 정부의 녹색전환 정책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주최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내용 없는 K-GX로 기후주간을 망칠 수 없다"며 정부에 전체 석탄발전 조기 폐쇄, 신규 LNG 및 핵발전 건설 중단,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 중단, 지역 분산형 재생에너지 체계 전환, 노동과 지역의 정의로운 전환 로드맵 수립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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