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
20일 ‘제5회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패러게임’ 육상 경기가 아이치현 나고야시 ‘팔로마 미즈호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남자 100m T13 결승에서 장민호가 10.48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2026.10.20. 사진공동취재단
시각장애 스프린터 장민호(29)가 눈으로 보는 세상은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작아진다. 장민호는 시야가 점차 좁아지는 망막색소변성증을 앓고 있다. 현재 그에게 남은 시야는 비장애인의 30% 수준이다. 온몸이 타들어 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나면 안압이 치솟아 눈앞이 뿌옇게 흐려진다. 그런데도 왜 계속 달리느냐고 물으면 그는 “트랙 위에서 내 한계를 넘어서는 쾌감 때문”이라고 답한다.
장민호는 20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장애인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100m T13 결선에서 10초48의 아시아 신기록을 작성하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로써 장민호는 한국 시각장애 스프린터 최초의 장애인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시각장애 T13등급 경기에는 ‘가이드 러너’ 없이 혼자 트랙을 달릴 수 있는 선수들이 참가한다. 장민호는 “결선을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했다. 내가 이 정도로 잘 뛸 줄은 몰랐다”면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나처럼 꿈에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크게보기
20일 ‘제5회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패러게임’ 육상 경기가 아이치현 나고야시 ‘팔로마 미즈호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남자 100m T13 결승에서 장민호가 10.48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2026.10.20 사진공동취재단
장민호는 한국 시각장애 스프린터로서 ‘최초의 길’을 달리고 있다. 그는 4일 막을 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선 혼성 1600m 계주와 남자 1600m 계주에 출전했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과 장애인아시안게임에 모두 출전한 건 장민호가 처음이다. 아시안게임 혼성 계주에서 동료들과 함께 한국 기록을 새로 썼던 장민호는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선 개인전에서 한국 신기록을 작성했다.
육상 장거리 선수로 활동했던 장민호는 16세이던 2013년에 트랙을 떠났다. 성인이 된 뒤엔 스포츠클럽 지도자, 체대 입시 강사 등으로 일했다. 육상 선수로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고 안정적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랙을 떠나 있는 기간에도 육상에 대한 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2023년 다시 스파이크화를 신었다. 이듬해 장민호는 전국체전에서 3관왕(100m, 200m, 400m 계주)에 올랐다.
크게보기
20일 ‘제5회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패러게임’ 육상 경기가 아이치현 나고야시 ‘팔로마 미즈호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남자 100m T13 결승에서 장민호가 10.48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2026.10.20 사진공동취재단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그는 지난해 말 눈이 불편해 안과를 찾았다가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았다. 장민호는 “어머니가 앓던 병이라 언젠가는 내게도 이런 순간이 올 줄은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라고 했다.
하지만 장민호의 질주 본능은 꺾이지 않았다. 그는 올해 5월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획득한 뒤 장애인 국가대표에 도전했다. 그는 같은 달 스포츠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뒤 처음 출전한 장애인 육상 그랑프리 100m와 400m를 석권하며 장애인아시안게임 출전권을 획득했다.
크게보기
20일 ‘제5회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패러게임’ 육상 경기가 아이치현 나고야시 ‘팔로마 미즈호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남자 100m T13 결승에서 장민호가 10.48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2026.10.20 사진공동취재단
장민호의 시선은 이제 2028 로스앤젤레스(LA)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을 향한다. 장민호는 “2년 뒤 LA에서 세계기록을 새로 쓰며 2관왕(100m, 400m)에 오르는 게 최종 목표”라고 했다.
한국 선수단은 이날 금메달 7개를 획득하며 ‘골든 데이’를 완성했다. 탁구 대표팀은 김현욱(31·CLASS 1), 서수연(40·CLASS 2), 김은희(46· CLASS 1), 윤지유(26·CLASS 3)가 각각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현미(41)-김채연(22) 조는 사이클 트랙 여자 4000m 개인추발(스포츠등급 B) 결선에서 대회 기록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합작했다. 2024 파리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조정두(39)는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스포츠 등급 SH1) 결선에서 241.3점을 쏴 우승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