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승부사 추미애, 정치-행정 정교한 완급 조절 시점

30년 정치 여정 동안 거대 여당 대표와 법무부 장관을 거치며 굵직한 시국마다 선명한 결단력을 보여온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민선 9기 도정의 수장으로서 첫 대형 시험대에 섰다.

승부사 추미애, 정치-행정 정교한 완급 조절 시점

경기도 재정 구조 개혁 첫 '시험대'

복지 수요-새 인프라 투자 균형 과제

21일 민주당과 예산정책협의회

국비 확보-도정 성과 분수령 예고

추미애 경기지사. /사진제공=경기도

30년 정치 여정 동안 거대 여당 대표와 법무부 장관을 거치며 굵직한 시국마다 선명한 결단력을 보여온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민선 9기 도정의 수장으로서 첫 대형 시험대에 섰다. 과거 국정농단 정국에서의 정권 교체와 지방선거 압승을 이끌었던 그의 정치적 추진력은 거침없는 정면돌파와 판을 읽는 통찰력이 장점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지금 추 지사가 마주한 현실은 지방재정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와 정책적 선택의 기로다. 부동산 경기 변동과 내수 흐름에 따라 세수 여건이 크게 바뀌는 상황에서, 경기도는 매년 늘어나는 복지 수요와 신규 인프라 투자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에 따른 긴축 재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확장적 재정을 통해 민생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맞서고 있다.

이처럼 지방재정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는 국면에서 승부사로서 쌓아온 추 지사의 정치적 결단력이 도 재정 구조의 근본적인 개혁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 받고 있다.

▲6선 중량감·인적 네트워크…대외 국비 확보와 외연 확장

추 지사는 도의 재정 여건을 정면돌파하기 위해 대외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회를 직접 찾아 국비 증액을 건의하고, 타 광역자치단체들과의 협력 체계를 모색하는 한편 방송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도의 주요 정책 방향과 지원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오는 21일 예정된 여당과의 예산정책협의회는 중앙정치 무대에서 쌓아온 그의 6선 중량감과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가 실질적인 국비 확보와 도정 성과로 이어질지 가늠할 분수령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남들이 망설일 때 판을 움직여 해법을 찾는 것이 추 지사의 강점”이라며 “외부 재원 확보나 국가 정책과의 연계는 광역단체장의 정치적 영향력이 절대적인 만큼, 추 지사가 가진 대외적 자산이 경기도의 실리적 성과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존재한다”고 평가한다.

▲사업 구조조정을 둘러싼 시각차…재정 효율화와 도민 설득의 과제

물론 정책의 우선순위를 다듬고 예산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는 도 안팎의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도가 제출한 감액 추경안과 산후조리비 지원 등 일부 사업의 정비 추진에 대해 도는 “정부의 첫만남이용권 확대 등 중앙정부 사업과의 중복을 피하고, 한정된 지방재정을 꼭 필요한 곳에 집중 투입하기 위한 구조조정”이라는 입장이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낭비를 줄이려는 취지다.

반면 도의회와 일선 현장에서는 긴축 방식과 소통 절차를 두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경기도의회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첫날 심사부터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집행부를 향해 포화를 퍼부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도의원들은 “지사가 국회나 보좌진 설명회는 찾아다니면서 정작 파트너인 도의회와는 사전에 한마디 소통도 없었다”며 '의회 패싱'을 지적했다.

정책 변화가 도민들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할 유예기간이나 경과 조치가 부족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만에 종료가 예고된 산후조리비 사업은 재정 구조조정의 당위성과 별개로 출산을 앞둔 임신부들이 느낄 현장의 혼란을 고려해 더 신중하고 세심한 행정적 배려가 병행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행정이 마땅히 보호해야 할 '예측 가능성'과 '최소한의 유예기간'이 사라진 탓이다.

▲정치적 결단에 '행정의 디테일'을 더해야

행정은 거창한 명분이나 과감한 방향 설정 못지않게 도민들의 삶에 미치는 미세한 영향까지 살피는 '예측 가능성'이 핵심이다. 재정 운용의 기조를 다듬는 시기일수록, 도의회를 동반자로 삼아 끊임없이 설득하고 정책 변경에 따른 사각지대를 보살피는 정교한 절차가 병행돼야 도정의 진정성이 힘을 얻는다.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시각과 민생 직접 지원의 유지를 요구하는 시각이 공존하기에 민선 9기 도정의 성패는 결국 대외적 국비 확보 능력과 대내적 협치·소통의 조화에 달려 있다. 추 지사가 가진 선명한 리더십과 추진력에 행정 특유의 디테일과 소통이 더해진다면, 이번 재정 재편 논의는 도 재정을 한 단계 체질 개선하고 체계화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대외 정치력의 결실을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안정으로 연결짓는 '행정가 추미애'의 정교한 완급 조절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추 지사가 중앙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세입 구조를 개선하고 국비를 따오는 대외적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본질적인 행정의 역할은 변화 과정에서 도민이 억울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세심하게 보살피는 것”이라며 “정치적 거물일수록 행정의 디테일과 민생의 미세한 결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경훈·박다예·박지혜 기자 pdyes@incheonilbo.com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