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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슬금슬금] 美 사모대출 균열 …환매 요청 등 '그림자금융 리스크' 불거...

구독료 기반 수익을 담보로 활용하는 구조가 확산됐지만 인공지능(AI) 발전으로 기존 서비스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현금흐름 안정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금융기관은 해당...

[슬금슬금] 美 사모대출 균열 …환매 요청 등 '그림자금융 리스크' 불거...

‘슬금슬금’은 슬기로운 금융생활의 줄임말로, 어려운 경제 용어나 금융 상식을 독자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 전달하는 코너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금융 정보와 똑똑한 경제 습관을 함께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미지=GPT생성

미국 월가의 사모대출 시장에 일부 균열 조짐이 드러나 경계심이 일고 있다. 초기에는 일부 기술·소프트웨어 기업 대출에서 감지되던 이상 신호가 소비자·소상공인 대출 기반 펀드까지 확산되며 환매 제한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사모대출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가운데 빠르게 몸집을 키워온 비은행금융중개(NBFI)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유동성 미스매치 현실화…환매 제한 확산에 시장 경계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사모대출 시장에서는 대형 운용사 펀드를 중심으로 투자금 회수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시장 안팎에서는 그동안 월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꼽혀온 사모대출이 본격적인 점검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모대출은 은행이 아닌 투자자가 기업 등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 구조다. 사모펀드, 자산운용사, 보험사, 헤지펀드 등 비은행 금융기관이 주체가 된다. 과거 ‘그림자금융’으로 불렸지만 2018년 이후에는 비은행금융중개로 불린다.

이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은행 규제가 있다. 도드-프랭크법 시행 이후 은행들은 건전성 규제를 맞추기 위해 담보가 확실한 대출 위주로 영업을 재편했고 그 결과 신용도가 낮거나 담보가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이 공백을 비은행 금융기관이 파고들면서 사모대출 시장은 빠르게 확대됐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1조7000억달러에서 많게는 1조8000억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사모대출은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에 새로운 자금 공급 창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순기능이 분명하다. 다만 그 이면에는 구조적 취약성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담보 평가 방식이다. 시장가격 기반 평가가 어려운 특성상 내부 모델로 담보가치를 산정하는 ‘마크 투 모델(Mark to Model)’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문제는 표준화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동일 자산이라도 평가 주체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고 이는 손실 인식 시점과 규모를 왜곡할 수 있다.

유동성 구조 역시 취약하다. 펀드는 투자자에게 정기적인 환매 기회를 제공하지만, 기초자산은 장기 대출이다. 투자자는 단기, 자산은 장기인 구조로 유동성 미스매치가 발생한다. 평시에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지만 환매가 한꺼번에 몰리는 순간 취약성이 그대로 노출된다.

환매 요청이 급증하면서 사모대출 펀드가 일부만 지급하는 ‘환매 제한’ 상황에 직면했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월가에서 벌어지는 환매 제한 사례는 이러한 약점이 현실화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스톤릿지 자산운용은 ‘얼터너티브 렌딩 리스크 프리미엄 펀드(LENDX)’ 투자자들에게 환매 요청액의 약 11%만 지급하겠다고 공지했다. 이 펀드는 소비자·소상공인 대출을 기초로 한 채권과 증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환매 요청이 급증하면서 대부분을 받아주지 못한 것이다.

비슷한 흐름은 다른 운용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클리프워터 사모대출 펀드에는 전체 자산의 14%에 달하는 환매 요청이 들어왔고 운용사는 이 가운데 절반 수준만 지급하기로 했다. 모건스탠리 노스헤이븐 펀드에도 분기 환매 한도 5%를 웃도는 약 11%의 환매 요청이 몰렸다. 블랙스톤의 대표 사모대출 펀드 BCRED 역시 약 38억달러 규모의 환매 요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올해 1분기 들어 주요 운용사 펀드에 몰린 환매 요청 규모가 100억달러를 웃돈다는 추산도 나온다. 다양한 운용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환매 제한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특정 펀드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반의 경계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환매 제한이 유동성 문제를 보여준다면 자산 건전성 논란은 사모대출의 또 다른 취약성을 드러낸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산담보대출(ABL)이다. ABL은 매출채권, 재고자산, 현금흐름 등을 담보로 하는 구조로 부동산처럼 권리관계가 명확한 자산과 달리 실제 가치와 존재 여부를 검증하기 어렵다. 부동산 담보대출보다 검증 난도가 높은 이유다.

실제 미국 시장에서는 매출채권을 둘러싼 사기 사건이 잇따르며 리스크가 부각됐다. 납품대금 청구권을 여러 금융사에 중복으로 넘기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매출채권을 담보로 설정하는 사례까지 확인됐다. 글로벌 대형 기관들도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키웠다.

이미지=GPT생성

◆PIK·담보가치 논란 겹쳐…숨겨진 부실 ‘지연 노출’ 우려

소프트웨어 기업 대출에서도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구독료 기반 수익을 담보로 활용하는 구조가 확산됐지만 인공지능(AI) 발전으로 기존 서비스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현금흐름 안정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금융기관은 해당 담보가치를 낮추고 신규 대출을 제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담보가치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가운데, 겉으로 드러난 환매 제한보다 더 늦게 그러나 더 깊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로는 PIK(Payment-in-Kind) 구조가 지목된다. PIK는 이자를 현금이 아니라 원금에 더해 만기에 함께 상환하는 방식이다. 차주는 당장 이자를 내지 않아도 되지만 원금은 계속 불어나며 상환 부담은 누적된다. 이 때문에 PIK 구조는 부실을 뒤로 미루는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PIK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이자 지급이 어려워지면서 사후적으로 PIK 조항이 추가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는 장부상으로는 정상 여신처럼 보이지만 실제 상환능력은 악화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사모대출 부도율이 레버리지론이나 하이일드채권보다 더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기술, 비즈니스 서비스, SaaS 기업 등은 고위험군으로 지목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사모대출 시장을 금융안정 측면에서 주시하고 있다. 최근 연준 인사들은 사모대출 시장이 단기간에 급성장한 점을 잠재적 취약 요인으로 언급하며 예상치 못한 손실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사모대출의 급성장을 금융시스템 리스크 요인으로 보고 확산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사진=연방준비제도이사회 다만 시장 전체가 즉각적인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사모대출 펀드는 분기 단위 환매 구조가 일반적이어서 은행 예금처럼 급격한 자금 이탈이 발생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과열 국면에서 질 낮은 자산이 먼저 정리되는 과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시간이다. 저금리 시기였던 2021년과 2022년에 실행된 대출이 만기 구간에 진입하면서 그동안 PIK 등으로 이연된 부실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차환이 어려워지거나 일부 상환이 요구될 경우 잠재 리스크가 한꺼번에 현실화될 수 있다.

국내 금융시장 역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의 해외 사모대출펀드 투자 잔액은 2023년 1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7조원으로 증가했다. 개인 투자 비중도 확대되는 추세다. 다만 기관 중심 투자 구조와 제한적인 BDC 노출 등을 고려할 때 단기적인 위기 전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결국 이번 사태는 사모대출이 단순한 ‘은행의 대체재’가 아니라 별도의 위험 구조를 가진 시장임을 보여준다. 환매 제한이 소비자 대출 영역까지 확산된 지금, 시장은 개별 자산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 자체의 건전성이 시험대에 오른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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