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를 흡수 합병한 이후 모델 개발사에서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본격화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7일(현지시간) 자사가 구축한 300MW 규모의 슈퍼컴퓨팅 데이터 센터인 콜로서스 1의 자원을 경쟁 관계였던 앤트로픽에 전대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조치는 머스크가 수익성이 불투명한 거대언어모델(LLM) 직접 경쟁보다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컴퓨팅 인프라 공급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적대적 경쟁에서 실리적 협력으로의 전환
주요 외신 및 산업 정보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이번 계약을 통해 스페이스X로부터 대규모 연산 능력을 공급받게 되었다. 이는 xAI가 그간 공들여온 자체 AI 모델 그록의 직접 개발 비중과 이용자 감소와 하루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현금 소진을 줄이는 대신 엔비디아의 최신 칩이 집적된 데이터 센터를 클라우드 형태로 제공해 현금 흐름을 확보하려는 의도다. 그록이 철수한 인프라를 앤트로픽의 클로드가 채우면서, 앤트로픽은 AI 산업 등 기업용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더욱 공고히 할 기반을 확보했다.
머스크는 xAI를 스페이스X 내부의 AI 제품 라인으로 편입시키며 별도 법인 운영에 따른 자금 부담을 줄이고 스페이스X의 기업 가치를 2조 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AI 산업을 금광 채굴에 비유한다면 머스크는 더 이상 금을 직접 캐는 광부가 되기보다 채굴에 필요한 곡괭이와 전력 그리고 채굴터를 임대하는 지주사 역할을 선택한 셈이다. 이는 구글이나 메타가 자사의 컴퓨팅 자원을 내부 보안 자산으로 묶어두는 것과 상반된 행보다. 스페이스X는 앤트로픽이라는 대형 고객사를 확보함으로써 막대한 운영 비용이 투입되는 데이터 센터의 가동률을 극대화하고 시장 내 인프라 패권을 선점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우주 궤도 데이터 센터와 테라팹의 결합
머스크의 인프라 구상은 지상을 넘어 우주로 확장된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의 저궤도 위성망을 기반으로 한 우주 궤도 데이터 센터 구축을 장기 목표로 설정했다. 한국경제와 뉴스토마토의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텍사스에 초대형 반도체 공장인 테라팹 건설을 위해 최소 80조원에서 최대 17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테라팹은 AI와 로봇 그리고 우주 데이터 센터 전용 칩을 직접 설계하고 제조하며 패키징까지 일괄 처리하는 수직 계열화를 목표로 한다.
우주 데이터 센터는 지상 데이터 센터의 고질적 문제인 전력 소모와 냉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우주의 풍부한 태양광 에너지와 영하의 온도를 활용해 연산 효율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미래에셋증권 한종목 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구상에서 100~200GW 규모의 컴퓨팅 전력을 지원하고 우주 공간에서는 1TW 규모의 연산 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하드웨어 제조를 넘어 전력망과 통신망 그리고 연산망을 하나로 묶는 풀스택 패권 경쟁의 핵심이다.
머스크가 앤트로픽과 손을 잡은 것은 AI 산업의 주도권이 소프트웨어 최적화에서 하드웨어와 에너지 인프라의 규모로 완전히 넘어갔음을 시사한다. 경쟁사에 자산을 내어주더라도 시장 전체의 인프라를 장악하겠다는 머스크 특유의 실리주의적 행보는 향후 AI 시장이 개별 모델의 성능 싸움이 아닌 누가 더 거대한 연산 능력을 소유하고 분배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임을 예고한다.
중기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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