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본드 등 디지털 금융상품에도 기존 회사채와 같은 신용평가 체계를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준비자산의 신용도와 상환 능력뿐 아니라 블록체인 플랫폼 장애 등 디지털 인프라에서 발생하는 위험까지 신용도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2026 디지털 파이낸스 디지털 금융 인프라의 전환’이라는 내용의 금융 콘퍼런스를 열고 디지털 금융상품에 대한 신용평가 방법론을 공개했다.
정혁진 한국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 실장은 디지털 금융상품을 평가할 때 △플랫폼 위험 △스마트계약 위험 △외부 위험 △권리표창 위험 등 네 가지 디지털 리스크를 별도로 살펴야 한다고 제시했다.
블록체인 기반 금융상품은 발행자의 신용도가 같더라도 기존 채권과 위험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플랫폼에 장애가 발생하거나 스마트계약이 오작동하면 원리금 지급이 지연될 수 있고, 토큰 보유자의 법적 권리가 전통적인 채권자와 동일하게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신평은 디지털 위험이 원리금 지급이나 부도 이후 회수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단계적으로 판단할 방침이다.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을 때 기존 금융망이나 오프체인 투자자 명부로 돌아갈 수 있는 장치가 충분하면 기존 발행자 신용도와 같은 등급을 부여할 수 있지만, 이런 보완장치가 없으면 등급에 부정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에도 별도의 평가체계가 도입될 전망이다. 김홍미 한신평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실장은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평가 요소로 준비자산의 신용위험과 시장위험, 대규모 상환 요청에 대응할 유동성, 발행사·수탁기관·운용사의 거버넌스와 내부통제 등을 제시했다.
해외 신용평가사들도 이미 관련 평가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무디스는 준비자산의 신용도와 시장가치를 분석한 뒤 운영·기술·유동성 위험을 추가로 반영하는 방식의 스테이블코인 평가방법론을 운영하고 있다. S&P도 준비자산의 질과 거버넌스, 법률·규제환경, 상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금융사는 디지털자산 제도화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성임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 디지털자산부문 대표는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는 약 1100만 명으로, 2021~2026년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로 이동한 자금이 약 700조원에 달한다”며 “작년 한 해 해외 플랫폼에 지급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수료만 약 5조원”이라고 했다.
이어 “토큰 발행과 유통, 결제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존 증권사·은행 등 규제 체계를 갖춘 금융사를 디지털자산 시장의 관문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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