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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스타트업을 가다] K-콘텐츠의 언어 장벽을 허무는 AI 더빙 인프라, 언에...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창업 2년차에 중소벤처기업부 딥테크 팁스(Deep-Tech TIPS)에 선정된 스타트업... 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언에이아이는 중소벤처기업 부의 딥테크 팁스에 선정되며 3년간 최대 17억 원의 R&D 지원을...

[스타트업을 가다] K-콘텐츠의 언어 장벽을 허무는 AI 더빙 인프라, 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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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을 가다] K-콘텐츠의 언어 장벽을 허무는 AI 더빙 인프라, 언에이아이

Vol.281 (2026년 4월호)

두 달이 걸리던 더빙 작업을 열흘로 단축하고 브라질 OTT에서 한국 배우의 목소리로 포르투갈어 대사가 흘러나온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창업 2년차에 중소벤처기업부 딥테크 팁스(Deep-Tech TIPS)에 선정된 스타트업 ‘언에이아이(AnAI)’다. 그들은 AI 더빙을 단순한 번역 자동화가 아닌 K-콘텐츠 글로벌 유통의 핵심 기반 기술로 정의하고 K-콘텐츠의 언어 장벽을 허물고 있다.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를 휩쓸고 K-팝 아이돌 콘서트가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매진되는 시대다. K-콘텐츠의 위상은 이제 문화 현상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지표가 됐다.

2025년 12월 미국 비즈니스 매체 CEO 월드 매거진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 순위에서 한국은 프랑스를 제치고 7위를 기록했다. 정치, 경제, 군사력과 함께 문화적 영향력을 종합 평가한 결과였다.

통계도 이러한 K-콘텐츠의 위상을 뒷받침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2023년 대비 5.5% 증가한 약 141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방송·영상 산업 수출액도 12억 5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11개 전 분야에서 수출이 수입을 초과하며 131억 달러 이상의 무역 흑자를 냈다.

그러나 K-콘텐츠의 세계화를 가로막는 가장 근본적인 장벽은 여전히 언어다. 자막은 화면을 분산시키고, 더빙은 원작 배우의 감정을 지워 버린다. 60분짜리 드라마 10편을 현지화하려면 두 달 이상의 시간과 수억 원의 비용이 든다. 이 구조적 한계 앞에서 많은 중소 제작사는 글로벌 진출을 포기하고 만다. 콘텐츠의 경쟁력은 충분하지만 그 경쟁력이 발휘되기도 전에 현지화 비용이라는 벽이 먼저 막아서는 셈이다.

2024년 설립된 언에이아이는 이 문제를 음성 AI 기술로 정면 돌파하고 있다. 대상을 특정하지 않는 부정관사 ‘언(An)’과 ‘AI’의 결합인 회사명에는 특정 제품이 아니라 사운드와 주파수, 오디오 전반을 다루는 AI를 만들겠다는 창업 철학이 담겨 있다.

현재 KT ENA, CJ ENM, JTBC 등 국내 주요 방송사와 대형 다중 채널 네트워크(MCN) 트레져헌터, 샌드박스 그리고 글로벌 OTT 플랫폼 라쿠텐 비키가 언에이아이의 기술을 쓰고 있다.

한국 배우의 목소리로 외국어를 말하게 하다

언에이아이의 핵심 솔루션은 B2B AI 더빙 엔진 ‘보이스 엔터프라이즈(VOIX Enterprise)’다. 콘텐츠 제작사가 영상을 제공하면 원작 배우의 목소리를 학습해 동일한 음색으로 다른 언어 더빙을 제작한다. 번역된 대사를 기계 음성으로 읽어 주는 방식이 아니라 그 배우가 실제로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을 연기한 것처럼 들리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기술적으로는 음성 처리 전 사이클을 통합 파이프라인으로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STT, 텍스트를 음성으로 생성하는 TTS, 번역, 음성 후처리까지 한 흐름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여기에 독자 개발한 ‘음성 감정 및 문장 맥락 기반의 초인지 분석 더빙 시스템(DynEX-Engine)’이 더해진다. 인물의 표정과 목소리 톤, 감정 뉘앙스까지 분석하는 더빙 시스템으로 방송 스튜디오 수준의 음질에 공간감과 감정 표현을 모두 담아낸다.

이를 통해 두 달 이상 걸리던 더빙 작업은 열흘 수준으로 단축된다. 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언에이아이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딥테크 팁스에 선정되며 3년간 최대 17억 원의 R&D 지원을 확보했다.

B2B 솔루션 외에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보이스 온(VOIX ON)’은 일반 시청자와 원어민 수준의 더빙 편집자가 자발적으로 검수에 참여하는 리워드 기반 AI 더빙 플랫폼으로 2026년 말 베타 버전 출시를 앞두고 있다. AI가 초벌 더빙을 만들고 커뮤니티가 품질을 다듬는 구조로 대규모 언어 확장을 비용 효율적으로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VOIX

K-콘텐츠 현지화의 본질은 ‘접근성’

언에이아이가 바라보는 시장관은 독특하다. K-콘텐츠가 글로벌 취향에 맞춰 제작돼 성공한 것이 아니라 한국적인 것을 그대로 보여 줬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본다. 현지화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처음부터 글로벌 취향에 맞춰 제작하는 방식과 원형을 유지한 채 언어 장벽만 제거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후자가 더 효과적이라는 게 김영 언에이아이 대표의 판단이다.

외국 시청자는 문화적 차이를 오히려 흥미롭게 받아들인다. 과거 일본 드라마가 한국에서 인기를 끈 이유도 바로 그 이질감 때문이었다. 그래서 언에이아이의 역할은 콘텐츠를 현지 입맛에 맞게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 장벽만 제거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스토리와 연출은 그대로 두고 이해를 가능하게 만드는 인프라, 이것이 언에이아이가 스스로 설정한 위치다.

이 관점에서 선택한 전략적 타깃 시장은 남미, 특히 브라질이다. 선진국 OTT 시장은 대형 플랫폼과 방송사가 이미 장악하고 있지만 남미는

구독형 OTT 비용 부담이 커 광고 기반 스트리밍(FAST 채널) 이용률이 높다. 즉 K-콘텐츠 소비 욕구는 강하지만 접근성이 낮은 시장이다.

문제는 포르투갈어가 구현 난도가 매우 높아 콘텐츠 하나 번역에 수억 원이 들기도 한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을 포기하게 하는 이 기술 장벽을 언에이아이는 오히려 경쟁자가 적고 기술 가치가 높아지는 진입 장벽으로 본다.

반면 기술적으로 진출이 쉬운 일본 시장에는 신중하다. 어순이 유사해 구현 수월도가 높지만 일본은 자국 콘텐츠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고 방송사가 자체 더빙 스튜디오를 갖출 만큼 더빙 산업이 성숙해 있다. 성우에 대한 직업적 존중도 강해 비용 절감 논리만으로 AI 더빙을 도입하기 어렵다. 이처럼 기술 난도가 아닌 콘텐츠 산업구조와 문화적 수용성을 시장 선택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언에이아이의 전략적 판단 방식이 드러난다.

김영 언에이아이 대표

AI 기업이지만 사람이 완성한다

언에이아이를 이해하는 또 다른 열쇠는 조직구조다. AI 기업이라고 하면 자동화 비중이 높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사람 의존도가 매우 높다. 언어는 단순 번역이 아닌 문화 이해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성심당’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때 외국 시청자에게 ‘유명 빵집’이라고 번역하면 맥락이 전달되지 않는다. 현지 시청자 모두가 아는 대표적인 지역 빵집 이름으로 바꿔야 진짜 의미가 살아난다. 이런 판단은 언어 능력이 아니라 생활 문화 이해에서 나온다.

그래서 핵심 언어마다 현지 인력을 두고 대본, 음성 톤, 문화적 표현까지 검수하는 여러 단계의 품질 관리를 운영한다. 초기 스타트업임에도 인원이 적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가 결과물을 만들어도 최종 품질은 사람이 완성한다. 초기 단계의 사람 개입이 모델 학습으로 이어지고 기술 고도화의 토대가 된다는 생산 철학이다.

이 구조는 AI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통념과도 거리가 있다. 언에이아이가 더빙 시장에서 대체하려는 것은 사람의 역할이 아니라 현지화의 공백이다. 김영 대표는 비용구조상 현지화가 불가능하던 콘텐츠가 AI를 통해 시장에 나오게 되면 오히려 번역가와 검수 인력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기술이 시장 자체를 키우는 방향이어야 지속가능하다는 이러한 인식은 조직 설계에도 반영돼 있다.

VOIX 더빙 프로세스

15번의 탈락이 만든 생존 전략

창업 2년차지만 언에이아이는 사업 존폐를 고민할 정도의 위기를 이미 경험했다. 첫해에 정부 지원 사업 약 15개에 지원했으나 모두 선정되지 않았고 1개의 융자만 받을 수 있었다. 자본 잠식 상태에서 인건비 부담이 체감될 정도였다.

이 경험이 전략 전환의 계기가 됐다. 정부 지원도 하나의 사업 영역으로 정의하고 왜 탈락했는지, 평가 기준이 무엇인지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다음 해에는 대부분의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김영 대표는 이 과정에서 기술 자체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스타트업은 기술이 좋아도 생존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는 것이다. 결국 사업 환경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고 전략을 수정하느냐, 즉 학습 속도와 생존 전략이 스타트업 운영의 핵심이다. 이에 언에이아이는 기술 스타트업이면서도 시장 대응과 사업 운영을 별개의 역량으로 다루고 있다.

언에이아이 구성원

더빙 품질 99%, 실시간 AI 해설

언에이아이가 다음 도약의 축으로 보는 영역은 두 가지다. 첫째는 더빙 품질의 고도화다. 현재 자동 더빙 결과의 약 90%는 수정 없이 사용 가능하지만 이를 99%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 수치가 의미 있는 이유는 품질 때문만이 아니다. 일정 임계점을 넘어서면 후편집 인력이 크게 줄어 제작 단가 자체가 달라진다. 그러면 현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콘텐츠의 수와 종류가 늘어난다.

둘째는 AI 스포츠 코멘터리다. 실시간 경기 영상을 받아 객체 인식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대형 언어 모델(LLM) 기반 선수 통계 검색을 결합해 캐스터와 해설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기술이다. 목표는 경기 상황 발생 후 최소한의 지연으로 코멘터리를 생성하는 것이다. 스포츠 중계에서 지연 시간은 곧 몰입감이다. 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OTT 플랫폼에서도 실질적인 활용 가능성이 열린다.

이 기술의 타깃 시장은 프로 중계가 아니다. 지역 리그, 학교 경기, 아마추어 경기처럼 수요는 있지만 비용 문제로 중계할 수 없던 영역이다. 캐스터와 해설자를 투입하면 수백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프로 경기는 광고와 중계권으로 수익이 나오니 투입이 가능하지만 지역 리그나 청소년 경기에서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경기를 보고 싶어 하는 학부모와 선수 가족의 수요는 분명 있다.

해외에서는 언어 문제도 겹친다. 특정 언어 해설자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경기 자체를 중계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AI 스포츠 코멘터리는 이 공백을 채우는 방향으로 설계했다. AI가 중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중계의 범위 자체를 확장하는 것이다.

이 두 기술이 안정화되면 회사의 성격이 바뀐다. 특정 제작사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에서 글로벌 콘텐츠 유통 과정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기술 인프라’로의 전환이다. 더빙과 스포츠 코멘터리라는 두 축은 서로 다른 시장처럼 보이지만 언에이아이의 시각에서는 같은 문제의 두 가지 표현이다. 사람과 콘텐츠, 사람과 현장이 언어 때문에 연결되지 못하는 상황을 기술로 해결한다는 하나의 방향이기 때문이다.

콘텐츠가 제작되면 별도의 추가 작업 없이도 전 세계에 전달되는 구조와 어떤 나라 사람이든 언어 때문에 콘텐츠를 보지 못하는 일이 없게 만드는 것. 창업 2년차 스타트업이 설정한 목표 치고는 작지 않다. 하지만 기술 난도가 높을수록 경쟁자가 줄어든다는 역발상 위에 세워진 전략이라는 점에서 언에이아이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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