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술을 끊자 무알콜성 생활이 가져다준 의외의 재미
우리에게는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가 필요하다.
by
전혜진
2026.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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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는 세상이다. 매사 호기심이 넘치고 활동적인 나는 새해가 올 때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번에는 무엇을 시작해 볼까?’ 하며 거창한 궁리를 한다. 독서, 공부, 운동, 집필. 이런 종류의 목표들은 실행에 옮기기도 전에 설계하는 것으로도 흡족하다. 삶에 긍정적인 예언을 발동시키는 기분이 들어서다.
실제로 몇 년 동안 나는 꽤 어려운 과업을 여러 번 완수해 냈다. 한 달에 수십 권씩 책을 읽기도 하고, 헬스장 수련을 통해 여자 강호동으로 거듭나기도 했다. 수능을 다시 칠 기세로 영단어를 외우거나 일하는 기계처럼 글만 쓴 적도 있다.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그 힘듦이야말로 빛나는 생산성의 증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성취가 쌓일수록 삶의 질이 바닥을 쳤다. 가장 큰 의문은 자기애의 고갈이었다. 나름 애쓰는 내 모습이 적어도 내게는 기특해 보여야 하건만 스스로 자랑스럽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그보다 기묘한 갈증이나 짜증스러움, 정체 모를 조급함에 압도되는 기분을 자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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