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아스트라, 미해결 10건 새 증명…연구자용 신모델 지원도
구글 딥마인드, 범용 과학 분야 주력…앤트로픽은 신약 물질 발굴
‘인류 복지’ 명분·성능 향상 이점…한국 과학계, AI 접목 ‘걸음마’
인공지능(AI) 개발사들이 챗봇 서비스나 사무자동화를 넘어 수학 난제 풀이 및 신약 개발과 같은 과학연구 분야로 무게중심을 대거 옮기고 있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고용 대체 논란을 비켜가며 ‘인류 복지 증진’이라는 명분까지 챙길 수 있어서다. 여기에 복잡한 과학연구 과정 자체가 AI 모델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실험실’(테스트베드) 역할을 한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공격적으로 나선 업체는 오픈AI다. 오픈AI는 지난 1일 차세대 AI 모델 ‘아스트라’의 내부 버전이 27년간 풀리지 않던 ‘비소픽군’ 문제를 비롯해 수학·컴퓨터과학 분야의 장기 미해결 문제 10건에서 새로운 증명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앞서 오픈AI는 지난 5월 에르되시 팔이 1946년 제시한 ‘평면 단위거리 문제’의 핵심 추측을 반증해 수학계로부터 “AI 수학의 이정표”라는 평가를 받았다.
오픈AI는 과학 분야의 고객을 확보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내년까지 학술기관 소속 연구자 10만명에게 무료로 첨단 모델을 제공하는 내용의 ‘학술 연구자를 위한 챗GPT’ 프로젝트를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오픈AI는 “강력한 도구를 연구자 손에 쥐여주고 통제권을 유지하도록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했다.
다른 AI 개발사들도 앞다퉈 과학연구 분야 확장에 나서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 연구진은 지난 5월 ‘에르되시 문제’ 353개 중 9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달엔 단일 목적용 AI인 ‘알파폴드’ 전담팀을 해체하고 핵심 인력을 제미나이 등 부서로 재배치했다. 특정 문제만 푸는 특화 모델에서 연구의 전 과정을 수행하는 ‘범용 과학 에이전트’로 체질을 바꾸려는 행보다.
앤트로픽도 문헌 검색부터 코딩, 데이터 분석, 논문 초안 작성까지 한곳에서 처리하는 ‘클로드 사이언스’를 지난 6월 선보였다. 소외질환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도 나섰다.
이 같은 전환은 대형 기업고객 유치로 직결된다. 신약 개발 비용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AI가 비용 절감 도구로 각광받으면서 글로벌 제약사 머크도 지난 4월 구글 클라우드와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등을 도입하는 최대 10억달러 규모의 다년 계약을 맺었다.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AI 신약 개발 시장이 올해 40억달러에서 2035년 439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명분과 실리 등도 명확하다. 회계 등 사무자동화 도구는 일자리 감축 반발에 부딪힐 수 있지만 신약·신소재·에너지 개발 지원은 인류 복지 증진이라는 명분을 앞세울 수 있다. 또 과학연구용 AI는 국가전략과도 맞물려 정부 지원을 끌어내기에도 유리하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주요 국립연구소의 슈퍼컴퓨터 등 연구 인프라를 AI와 연결하려는 ‘제네시스 미션’ 프로젝트를 추진하자 주요 AI 개발사들이 앞다퉈 참여 의사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복잡한 과학연구 흐름을 처리하다 보면 AI의 연산 속도와 문제 해결 능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되는 부수적 효과도 크다. 연구 과정 자체가 AI 성능을 측정하고 향상시킬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반면 한국의 과학연구 AI 접목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글로벌 반도체기업 AMD와 국가과학AI연구센터의 고성능 컴퓨팅 자원·소프트웨어·인력 지원 협약을 맺으며 인프라 구축에 나섰지만 현재 인력은 20여명 수준에 불과하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캐나다 밀라연구소(교수 140명·학생 연구자 1200여명) 등과는 격차가 크다.
국가과학AI연구센터는 올 하반기 추가 인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기술 상용화의 걸림돌은 아이디어보다 시간과 비용인 경우가 많다”며 “AI는 이 두 가지 병목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라 도입 메리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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