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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수치로 본 'K자형 양극화'...한국 경제 성장의 착시

반도체 경기 호조와 세계 경제의 완만한 성장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이 2%라는 숫자의 이면에는 심각한... ▲수출▲정부투자▲반도체▲서비스소비▲수도권 주택시장▲대기업으로 구성된 상단은 회복세가 빠르지만...

수치로 본 'K자형 양극화'...한국 경제 성장의 착시

반도체 호황에 성장률 2% 상향…IT 빼면 1.4%에 불과

이 대통령 "K자형 성장이라는 중대한 도전 직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 앞두고 '매물 잠김'

그래픽=박상민 기자

[파이낸셜리뷰=박상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K자형 양극화 '중대한 도전'으로 규정하며 구조적 대응을 주문했다.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을 앞두고 부동산 시장과 내수의 동반 위축 가능성이 불거지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올해 성장률을 기존 1.8%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경기 호조와 세계 경제의 완만한 성장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이 2%라는 숫자의 이면에는 심각한 양극화가 도사리고 있다.

수치로 본 K자형 양극화

한은이 성장률을 2.0%로 올린 것은 지난해 0%대 저성장 늪에 빠졌던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1.8%)을 웃돌 수 있다는 신호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IT 중심의 경제 성장이 이어지고 있고, 비IT 부문은 1.4%로 잠재성장률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며 "부문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IT 부문 성장률은 약 1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내수의 핵심인 건설투자는 부동산 경기 위축과 PF 조정 여파로 2.1% 역성장할 전망이다.

K자의 '상단'과 '하단'은 뚜렷이 갈린다. ▲수출▲정부투자▲반도체▲서비스소비▲수도권 주택시장▲대기업으로 구성된 상단은 회복세가 빠르지만, ▲민간투자▲비반도체 제조업▲내구재소비▲지방 주택시장▲중소법인 등 하단은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니계수는 0에서 1사이의 값을 가지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도가 높음을 나타냄. / 사진=국가데이터처

소득 분배 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순자산 점유율은 47.3%로 전년 대비 1.3%p 올랐고, 5분위 배율은 5.78배로 확대됐다. 대기업 영업이익률이 5.6%로 반등한 반면 중소기업은 4.6%로 0.2%p 하락했다. 자영업자 폐업 건수는 사상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섰다.

'K자형 성장'이라는 중대한 도전

이 총재는 올해 1월 2일 신년사에서 K자형 회복에 따른 양극화 심화를 한국 경제의 최대 과제로 지목했다. 당시 그는 "올해 성장률이 1.8%로 잠재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IT 부문을 제외하면 성장률은 1.4%에 그친다"고 밝혔다. 이후 2월 26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전체 성장률을 2.0%로 높이면서도 비IT 부문 1.4%는 그대로 유지되었음을 재확인하며 "통화정책만으로는 산업 간 양극화를 해소하기 어렵다"며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도 1월 9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6년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K자형 양극화를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험 요인으로 정면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한국은 이른바 'K자형 성장'이라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성장의 양극화는 단순한 경기의 차이가 아닌 경제 시스템이 던지는 구조적 질문으로,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2% 성장을 기대하면서도 "외형과 지표만 보면 분명히 지난해보다 나아지겠지만 다수의 국민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며 '평균의 함정'을 경계했다.

특히 청년 세대의 문제를 우려했다. 이 대통령은 "K자형 성장의 그늘이 미래를 짊어질 청년 세대에 집중되고 있다"며 "이는 청년 문제를 넘어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시장에서 밖으로 밀려난 40만명의 청년들은 기업으로부터 경력을 요구받는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며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가 성장하는 만큼 국민 모두가 함께 그 성장의 기회와 과실을 누리는 경제 대도약을 실현하겠다"며 전 부처에 청년·중소벤처·지방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으로 배려할 것을 당부했다.

전주대비 기준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 / 사진=한국부동산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매물 잠김'이 내수에 부메랑 되나

K자형 양극화 논의에서 부동산 변수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는 2월 12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를 예정대로 5월 9일 종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대통령도 1월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유예 연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5월 10일부터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는 기본세율(6~45%)에 20%p, 3주택 이상은 30%p가 가산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최고 실질 세율이 82.5%에 육박한다. 문제는 이 '세금 폭탄'이 오히려 K자형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이 구도가 내수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도세 중과가 부활하면 다주택자는 "팔면 손해"라는 인식 아래 매물을 거둬들이고, 보유세까지 오르면 매년 수천만원의 세금을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그 현금은 원래라면 소비·투자로 돌았을 돈이다. 결국 자산은 잠기고, 가처분소득은 세금으로 빠져나가면서 내수 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 악순환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매년 실현되지 않은 평가이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 특히 가처분소득이 제한적인 고령 자산가층을 중심으로 외식·여행·내구재 등 재량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계 지출이 재편될 수밖에 없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이 역설적으로 내수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배제대 김현동 교수는 23일 본지에 "양도세 중과 부활이 내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며 "둘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거나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주택자가 주택을 현금화하거나 다른 투자로 전환하길 원했다면 중과 유예기간에 이미 처분이 이뤄졌을 것"이라며 "다주택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라면 소비 위축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차피 자금이 주택에 묶여 있는 상황이고, 양도세는 양도 시점에 내는 세금이므로 보유 상태에서 경제적 의사결정에 미칠 영향은 없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양도세 중과로 과도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해 주거비 부담이 낮아진다면, 무주택자나 1주택자의 실질 가처분소득이 증가해 내수에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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