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수진아 안녕! 우리 연락 안 한 지 진짜 오래된 거 알아?
너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들여다 봤다가, 말았다가.
by
전혜진
2026.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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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아, 안녕! 진짜 오랜만이다. 벌써 입춘이래. 아침에 일어나서 도대체 이놈의 날씨는 언제쯤 누그러지냐고 짜증을 냈는데, 내가 또 성급했지 뭐야. 입춘 날 험한 말 하면 일 년이 재수없다던데 하루만 더 참을걸. 난 올해도 텄다, 텄어. 그나저나 넌 오늘 어떻게 보낼 거야? 아니, 어제는 어떻게 보냈어? 우리 연락 안 한 지 진짜 오래된 거 알아? 학교 다닐 땐 쪽지며 편지며 정말 많이 주고받았는데 세상에, 이게 웬일이니? 그때는 같은 동네에 살아서 일주일에 서너 번 넘게 만났는데도 그렇게 서로에게 편지를 써댔잖아. 기억 나? 모닝 글로리에서 예쁜 편지지 골라 색색의 펜으로 두세 장은 우습게 꽉꽉 채웠잖아. 그걸 또 어울리는 봉투에 담아 서로의 집 앞까지 걸어가 우편함에 넣어두고 그냥 돌아왔어. 나 지금 너네 집 앞이라는 말도, 편지 두고 간다는 말도 한 마디 없이. 네가 나중에 우연히 편지를 발견하면 얼마나 설레고 기분 좋을까 상상하며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참으면서 다시 집까지 걸어왔어. 생각해 보니 그게 사랑이다, 얘. 다른 게 아니라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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