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터즈의 칸 상영을 예고한 포스터 (사진=링크드인, Chad Nelson)
칸 영화제에서 AI 기반 영화 제작 기술이 올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정작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장편 애니메이션 ‘크리터즈(Critterz)’의 상영이 불발됐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크리터즈는 올해 칸 영화제에서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오픈AI가 '소라'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제작 일정이 지연됐다.
크리터즈는 오픈AI 크리에이티브 전략가인 채드 넬슨과 제작자 제임스 리처드슨이 공동 제작 중인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제작진은 현재 새로운 AI 기술 파트너를 찾고 있으며, 내년 1분기 개봉을 목표로 배급사를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크리터즈는 2023년 공개된 동명의 5분 단편 애니메이션에서 출발했다. 당시 작품은 이미지 생성 AI인 오픈AI의 '달리(DALL-E)'를 활용해 제작됐으며, 숲속 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뤄 주목받았다.
이어 장편 버전은 소라를 활용해 잃어버린 형제를 찾아 나서는 동물의 모험담을 그려낼 계획이었다.
제작진은 생성 AI 덕분에 기존 애니메이션 대비 제작 기간과 인력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리처드슨은 “전통적인 방식이었다면 200~300명의 인력이 3~4년간 작업해야 했을 작품을, 우리는 15명 규모 팀으로 9개월 만에 제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제작비가 3000만달러(약 45억원) 미만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2억달러(약 3040억원)가 투입된 ‘토이 스토리 4’와 비교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오픈AI는 지난 3월 소라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제품군 단순화 전략에 따른 것으로, 당시에는 크리터즈 제작은 물론, 디즈니 등과의 콘텐츠 파트너십도 정리했다.
이에 따라 크리터즈 제작진은 다른 AI 모델과 제작 플랫폼을 검토 중이다. 제작을 담당한 버티고 필름은 여러 AI 모델을 통합할 수 있는 자체 제작 시스템 ‘우븐(Woven)’을 활용해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제작진은 AI 영화 제작에서 특정 모델 하나만 사용하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넬슨은 “어떤 모델은 연기 표현이 뛰어나고, 어떤 모델은 음향 품질이 우수하다”라며 “장면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AI 모델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칸 영화제에서는 AI 영화 제작 기술에 대한 분위기가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AI가 영화 산업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강했지만, 올해는 “AI와 공존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는 것이다.
실제로 배우 데미 무어는 칸 영화제 기자회견에서 “AI는 이미 현실이며, 이를 거부하는 것은 결국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AI 스타트업 힉스필드 AI는 칸 영화제에서 AI로만 제작한 95분 분량 액션 영화 ‘헬 그라인드(Hell Grind)’를 공개했다. 영화 속 캐릭터와 배경, 소품 모두 AI로 생성됐으며 제작 기간은 단 2주, 제작비는 50만달러(약 7억6000만원) 수준이었다.
또 AI 영화 제작이 그리 단순 자동화 작업이 아니라는 점이 부각됐다. 헬 그라인드 제작진은 영화 첫 25분을 완성하기 위해서 1만6181개의 초기 영상 생성 결과물을 반복 수정했고, 최종적으로 253개의 장면만 채택됐다.
각 장면 생성 프롬프트는 평균 3000단어에 달했으며, 카메라 구도와 조명, 렌즈 효과는 물론 “중력과 관성이 자연스럽게 작동해야 한다”라는 물리 법칙까지 세부적으로 명시해야 했다.
구글의 영상 모델 '비오 3' 등을 활용한 힉스필드는 장편 영화 제작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로 일관성 유지를 꼽았다. 장면마다 등장인물의 외형과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도록 수없이 반복 생성과 수정 작업을 거쳐야 했다는 설명이다.
할리우드에서는 여전히 AI 활용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AI가 애니메이션 제작, 음성 복제, 시나리오 분석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영화 산업 종사자들의 일자리 우려가 커졌고, 이는 2023년 미국 작가·배우 파업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됐다.
그러나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 대형 스튜디오들도 AI 도입 사례를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업계는 점차 AI를 새로운 제작 도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변화하고 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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