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TCL 합작사 ‘브라비아’ 내년 출범...브랜드·생산력 결합
삼성 ‘NQ8 AI’·LG ‘알파11’ 프로세서 고도화로 우위 강화
단순 제조 넘어 ‘webOS·TV 플러스’ 플랫폼 전환에도 속도
LG전자 모델들이 빛 반사를 획기적으로 줄여 최신 올레드 TV의 화질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는 2026년형 LG 올레드 에보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소니와 TCL의 합작이 속도를 내면서 글로벌 TV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가전 시장의 침체와 물류 리스크,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와 플랫폼을 필두로 한 초격차 전략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 소니·TCL 맞손… ‘브라비아’ 합작사 내년 출격
지난 1월 CES가 열린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중국 전자제품 회사 TCL의 부스에 AI TV가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소니와 중국 TCL의 합작법인 ‘브라비아’가 2027년 4월 공식 출범한다. 지난 1월 합작법인 설립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3개월 만에 협력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소니가 홈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분사하면 TCL이 지분 51%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이번 합작은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미니 LED·OLED 패널 생산 능력과 글로벌 공급망을 자랑하는 TCL은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낮은 인지도가 약점이었다. 반면 소니는 독보적인 화질·음향 기술에도 불구하고 높은 제조 원가로 하드웨어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 결합으로 TCL은 소니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확보하고 소니는 TCL 자회사인 CSOT의 공급망을 활용해 제조 효율성을 챙기는 ‘윈-윈(Win-Win)’ 전략을 펼치게 될 방침이다.
◆ 중·일 연합 공세… 삼성·LG, ‘압도적 점유율’로 방어
사진=삼성전자
이들의 결합은 국내 기업들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OLED TV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나 중국 기업들의 가파른 기술 추격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역시 시장 1위 수성을 위해 프리미엄 라인업 강화와 점유율 방어라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됐다.
실제로 국내 업계는 이 같은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 양평동 그라운드220에서 열린 2026년형 TV 신제품 설명회에서 백선필 LG전자 디스플레이 CX담당은 “TCL은 패널 역량을 갖췄으나 이를 처리할 칩 성능이 약하고 소니는 화질 알고리즘은 강점이지만 독자 칩이 없는 구조”라며 “자사 칩셋 역량과 하드웨어 컨트롤 성능만큼은 우리가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양사가 결합할 경우 일정 부분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다만 현재까지 국내 양사의 시장 지위는 견고하다. 삼성전자는 2025년 글로벌 TV 시장에서 매출 기준 29.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20년 연속 세계 1위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최근 미국 컨슈머리포트의 ‘2026년 최고의 TV 브랜드’ 1위에 오르는 등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위상도 여전하다. LG전자 또한 글로벌 OLED TV 시장에서 지난해 기준 49.7%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 하드웨어 넘어 스마트홈으로… AI 허브 전략 가속
업계에서는 중·일 연합의 압박에 맞서 양사가 주도권을 굳히기 위한 방안으로 하드웨어 성능을 넘어선 ‘AI 기반 생태계 확장’과 ‘서비스 플랫폼화’에 주목하고 있다. TV의 역할을 단순 시청 기기에서 지능형 스마트홈의 허브로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전략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의 ‘NQ8 AI’와 LG전자의 ‘알파11’ 등 독자 설계한 AI 프로세서가 자리 잡고 있다.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적용한 이들 프로세서는 저해상도 영상을 8K 수준으로 보정하거나 시청 환경에 맞춰 음향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하며 기존의 하드웨어 한계를 극복한다는 설명이다.
플랫폼으로의 진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의 ‘삼성 TV 플러스’와 LG의 ‘webOS’를 활용한 콘텐츠 사업 확대는 하드웨어 판매 위주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광고와 구독을 통한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한다. 이러한 플랫폼 경쟁력은 고객을 자사 생태계에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로 작용하게 된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이 단기간에 따라잡기 힘든 가전 생태계 연동성을 내세워 격차를 벌릴 전망이다. 삼성 스마트싱스(SmartThings)와 LG 씽큐(ThinQ)를 통해 TV가 집안의 모든 가전을 제어하는 통합 홈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양사가 내세운 차별화된 시청 경험은 중·일 연합의 저가 공세에 맞서 시장 주도권을 지켜낼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소니의 프리미엄 이미지와 TCL의 생산 능력이 결합하는 것은 분명한 위협 요소”라며 “이제 TV 시장은 기기 판매를 넘어 플랫폼 사업자로 진화해 시청 환경에 최적화된 라인업 재편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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