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울산공장 전경. 한화솔루션 제공
1967년 국내 최초로 PVC를 생산하며 대한민국 플라스틱 시대를 연 한화솔루션 울산공장이 중국발 공급과잉 속에서 범용 제품을 줄이고 고부가·특화 제품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최근 열린 현장투어에서 회사는 누구나 만드는 범용 제품으로는 중국의 대량 물량을 당해낼 수 없어 소규모 다품종 고부가 구조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솔루션 울산공장은 1·2·3공장 체제로 운영된다. 울산석화공단의 1공장에서 EVA와 VCM을, 여천석화공단의 2공장에서 PVC와 CPVC를, 용연석화공단의 3공장에서 가소제를 생산한다.
한화솔루션 울산공장 출하장에서 지게차들이 포장된 석유화학 제품을 운반하고 있다. 김경민기자 uskkm@
폴리에틸렌(PE) 연 12만톤, EDC 22만3,000톤과 VCM 26만4,000톤, PVC·PSR 33만톤, 가소제 19만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췄고 세 공장을 합쳐 500~600명이 근무한다. 원료부터 중간제품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 구조가 원가 경쟁력의 바탕이다.
생산 품목은 반세기 넘게 꾸준히 늘어 왔다. 제품별 생산능력을 모두 더하면 연 116만7,000톤 규모로 1967년 PVC 2만톤에서 출발한 공장이 폴리에틸렌과 VCM·EDC, 가소제로 설비를 확장한 결과다.
최근에도 2023년 PVC 라인을 20만톤 새로 늘렸고, 비프탈레이트계 친환경 가소제인 DOTP와 DEHCH는 각각 2011년과 2017년 이후 순차 도입됐다.
한화솔루션 울산공장 관계자가 자동창고와 제품 운반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경민기자 uskkm@
범용으로 몸집을 키우던 공장이 특화 품목을 하나씩 얹어 온 셈이다.
전환의 핵심은 EVA와 CPVC다. 회사는 일반 EVA가 아니라 중국이 만들지 못하는 초고함량(43~45%) EVA 위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CPVC는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이라고 밝혔다.
EVA 상당량은 계열사인 한화큐셀의 태양광 소재로 공급돼 그룹 내 수직계열로 이어진다.
이렇게 만든 소재는 일상에서 필름과 과자 포장재, 신발 쿠션, 건축용 새시와 바닥재·벽지 원료 등으로 쓰인다.
체질 개선의 배경에는 건설 경기 침체와 중국·중동발 공급과잉이 있다.
PVC 계열 제품이 아파트 새시·바닥재·벽지에 대량 공급되는 만큼 건설 경기와 실적이 맞물리는데 최근 업황 부진이 겹치며 회사 전체가 어려움을 겪어 왔다. 울산 석유화학이 여수에 견줘 소규모 플랜트에서 출발한 점이 오히려 특화 전환을 앞당기는 요인이라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한화솔루션 울산공장 자동창고에서 무인운반차가 포장된 EVA 제품을 출하 공정으로 옮기고 있다. 김경민기자 uskkm@
울산공장 제품이 생활 곳곳에 닿아 있다는 점은 올해 국제유가가 요동친 국면에서 드러났다.
회사에 따르면 중동 정세 불안으로 에틸렌 수급이 흔들리면서 종량제 봉투 같은 생필품 원료 공급이 불안하다는 우려가 커지자 정부와 회사 모두 생필품에 들어가는 원료는 우선 공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폴리에틸렌이 봉투가 되고 PVC가 수액백이 되는 만큼 석유화학이 국가기간산업으로 분류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책 환경도 변화를 뒷받침한다. 울산 석유화학의 85% 이상이 몰린 남구는 올해 1월 고용노동부의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에 이어 6월 15일 산업통상부의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됐다.
한화솔루션 울산공장에서 생산한 EVA 수지 알갱이. EVA는 필름과 포장재, 신발 밑창, 태양광 모듈용 소재 등으로 활용된다. 김경민기자 uskkm@
울산시가 신청한 4,090억원 규모의 패키지 지원에는 대출 이차보전과 기업 맞춤형 지원, 친환경·고부가 전환 연구개발(R&D) 지원이 담겼다.
여천동에 자리한 울산공장도 지원 대상 권역에 든다. 지원은 남구 소재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대출 이차보전과 긴급경영안정자금·지방투자촉진보조금 우대, 중소기업 만기연장·상환유예, 협력업체 우대보증 등으로 짜였다.
여기에 석유화학의 친환경·고부가 전환을 위한 연구개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도 함께 추진된다.
한화솔루션 울산공장이 국내 최초로 생산한 폴리에틸렌 계열 제품 샘플.(왼쪽부터) 1972년 LDPE, 1985년 EVA, 2003년 초고함량 EVA, 2021년 EBA로 범용에서 고부가 소재로 이어진 개발 흐름을 보여준다. 한화솔루션 제공
원가의 또 다른 축인 전기요금에서도 반등 기대가 나온다. 회사는 국내 전기요금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어서 요금 인하가 생존과 직결된다고 했다. 미포국가산업단지는 지난해 12월 전력수요 유치형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됐다.
지역 발전사가 300㎿급 열병합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단지 내 기업에 직접 공급해 값싸게 파는 구조로 울산시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전력구매계약 대상이 300㎿급 발전소로 한정돼 실제 비용 경감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장의 디지털 전환은 아직 초입이다. 회사는 위험성 평가 등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하고 있으나 에틸렌 같은 가연성 가스를 다루는 특성상 방폭 설비 문제로 현장 로봇 도입은 이르다고 설명했다.
1967년 가동 이후 수기와 현장 경험에 의존해 쌓인 데이터를 전산화하는 작업도 최근에야 시작된 단계다. 인력 구조는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 정년을 앞둔 인력이 많은 가운데 20~30대 신규 인력이 유입되며 현재 연령대가 대략 반반으로 나뉜다.
회사는 중국이 만들지 못하는 제품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민기자 usk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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