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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셀프 조롱인가” 트럼프 ‘승리’ 무한반복 영상 올린 백악관…밈 정...

중국 마카오과학기술대와 마카오폴리테크대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 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게시물 4만3913건를 분석한 결과 “가짜(fake)”, “불법(illegal)”, “위대함...

“셀프 조롱인가” 트럼프 ‘승리’ 무한반복 영상 올린 백악관…밈 정...

백악관 X 갈무리

“이기고 있다(Winnin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말한 한 단어가 1시간 17초 동안 끊임없이 반복 재생된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공식 X(옛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영상이다. 백악관은 여기에 “멈출 수 없다(Can’t stop, won’t stop)”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영상은 순식간에 확산됐지만 반응은 엇갈렸다. 열광한 지지층과 달리 반대 진영에서는 “공식 국가기관 계정이 인터넷 밈 계정처럼 변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문제가 된 건 백악관이 콘텐츠를 올린 시점이었다. 현재 미국은 이란 관련 군사 긴장, 휘발유 가격 상승, 국내 경제 불안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백악관 공식 계정이 대통령의 “이기고 있다” 발언만 한 시간 가까이 반복하는 영상을 올리자, 현실과 동떨어진 자기선전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기고 있다(winning)“라고 말하는 짧은 순간이 1시간 17초 동안 끊임없이 반복 재생된다. 백악관 X 갈무리

미국 밖에서도 반응은 싸늘했다. 아일랜드 출신 정치 풍자가 타드그 히키는 “실제 국가의 실제 백악관 계정이라는 게 믿기 어렵다”고 했고, 튀르키예 주재 이란 대사관은 “이제 우리가 조롱할 필요도 없다. 백악관이 스스로 대통령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고 비꼬았다.

하지만 백악관의 밈 영상은 단순한 해프닝이라기보다, 트럼프 시대 정치 커뮤니케이션 변화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례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정치의 핵심은 오래전부터 ‘설명’보다 ‘반복’이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 “가짜뉴스(Fake News)”, “졸린 조(Sleepy Joe)”처럼 짧고 감정적인 단어를 반복해 대중 기억 속에 각인시키는 방식이다.

정치언어 연구자들 역시 트럼프 화법의 핵심 특징으로 ‘반복’과 ‘대립적 표현’을 꼽는다. 2024년 미국 시카고대 컴퓨터과학과와 해리스공공정책대학원 연구진은 연구에서 트럼프의 유세 연설과 TV 토론, 국정연설, 인터뷰 발언 등을 분석한 결과 “트럼프의 언어는 다른 현대 미국 대통령들보다 훨씬 반복적이고 대립적 성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특히 짧고 단순한 표현을 반복하는 방식이 강한 감정 반응과 집단 결속을 유도하는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특징은 SNS에서도 이어진다. 중국 마카오과학기술대와 마카오폴리테크대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 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게시물 4만3913건를 분석한 결과 “가짜(fake)”, “불법(illegal)”, “위대함(greatness)” 같은 짧고 감정적인 표현이 반복적으로 사용됐다는 점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단순한 단어 반복과 공격적 표현, 감정적 문장 구조가 SNS 알고리즘 환경에서 메시지를 빠르게 퍼뜨리고 지지층을 결속했다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건 이런 전략이 이제 트럼프 개인 계정을 넘어 ‘백악관 공식 계정’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과거 백악관 SNS는 정책 발표와 외교 일정, 대통령 연설 요약 같은 전통적 공보 역할에 가까웠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SNS는 상대적으로 정제된 이미지와 정책 중심 콘텐츠를 유지했고,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짧은 영상과 인터넷 문법을 활용하긴 했지만 정부기관다운 절제와 형식은 유지하려 했다.

지난 3월 백악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장면에 영화·게임 캐릭터들을 섞어 만든 영상을 공개했다. 백악관 X 갈무리

그러나 트럼프 2기 들어 백악관 공식 계정은 노골적으로 ‘밈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백악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장면에 영화·게임 캐릭터들을 섞어 만든 영상을 공개해 논란이 됐다. 영상에는 아이언맨, 스타워즈, 탑건 등의 장면과 폭발 영상이 빠르게 교차 편집됐고, 마지막에는 “미국식 정의”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당시 이란 공습으로 민간인 피해와 중동 긴장 고조 우려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백악관이 실제 군사 충돌을 마치 액션 영화나 인터넷 밈처럼 소비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영국 가디언은 이를 두고 “슬롭간다(slopaganda)”라고 표현했다. ‘쓰레기 같은 저품질 콘텐츠(sloppy content)’와 ‘프로파간다’를 합친 신조어다. 백악관 일부 게시물에는 “계정이 해킹당한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트럼프 정부의 SNS 전략 뒤에는 정치와 플랫폼 환경의 재편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정치 메시지가 언론 브리핑과 TV 뉴스를 중심으로 전달됐다면, 지금은 X와 틱톡, 유튜브 쇼츠 알고리즘 속에서 먼저 시선을 끌어야 한다. 긴 설명보다 짧고 자극적이며 반복 가능한 문장이 훨씬 강한 생존력을 갖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해외 언론은 이를 ‘정치의 밈화’라고 지적해왔다. 정치 메시지가 정책 설명보다 짧고 자극적인 팬덤형 콘텐츠처럼 소비되는 현상을 뜻한다. 영국 가디언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AI 이미지·게임·영화 패러디 게시물을 다루며 “미국 정치가 밈과 아이러니, 인터넷 팬덤 문화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로뉴스 역시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온라인 극우 커뮤니티의 밈 문법과 AI 이미지를 정치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이를 ‘밈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진영은 이런 흐름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비판과 조롱조차 결국 알고리즘 확산에 기여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트럼프의 ‘승리’ 1시간 반복 영상은 1100만회를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비난이 커질수록 영상 자체의 확산력도 함께 커진 셈이다.

문제는 이런 전략이 트럼프 개인 계정이 아니라 미국 정부를 대표하는 백악관 공식 채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클릭 수와 화제성은 남았지만, 국가기관의 품위와 공적 언어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백악관 계정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밈 계정으로 기억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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