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총리 '대만 유사시' 발언 이후
中 대일 이중 용도 품목 수출 규제 발표
기업·정부 대응에도 상업화 시점 2030년
"한국 산업 전반의 비용 상승 압력 커져"
다카이치 사나에(왼쪽)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중국과 일본 간 외교 갈등이 희토류를 매개로 경제·산업 영역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정 국가를 겨냥한 자원 통제가 실제 산업 충격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확인되면서 공급망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2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 이후 냉각된 중일 관계는 올해 1월 중국의 '대일 이중용도 품목 수출 규제 발표'를 계기로 전환점을 맞았다.
특히 이번 조치는 전 세계에서 일본만을 특정한 사례라는 점에서 외교 갈등이 실물 경제로 전이된 구조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2010년 센카쿠 분쟁 당시 '희토류 충격'을 경험한 일본에는 사실상 재연에 가까운 상황이다.
中 희토류 정제 91% 장악
핵심은 채굴보다 '정제'에
희토류가 전략 자산을 넘어 '무기'로 기능할 수 있는 배경에는 중국의 압도적인 공급망 지배력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의 희토류 정제 점유율은 91.7%로 채굴(69.2%)보다 정제 단계에서 독점력이 더 강한 구조다.
전기차와 풍력 터빈, AI 데이터센터, 방위 산업의 핵심 부품인 영구자석 시장에서도 중국 점유율은 94%에 달한다. 자동차·반도체·방산 전반의 공급망이 사실상 중국 단일 거점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3개월 멈추면 6600억엔 손실"
GDP 최대 3.2% 감소 가능성
희토류 및 희귀금속 공급 중단의 일본 경제 파급력 인포그래픽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파급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희토류 공급이 3개월만 중단될 경우 일본 경제 손실이 6600억 엔(약 6조1191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다이와종합연구소는 코발트·리튬 등 희귀금속까지 수입이 차단될 경우 실질 GDP가 최대 3.2%(약 18조 엔)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영향도 나타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규제 발효 3개월 만인 3월 중국의 대일 희토류 자석 수출은 전월 대비 17.3%, 전년 동월 대비 27.2% 감소했다. 공급 충격이 단기 변수에서 구조적 리스크로 전환되는 국면이다.
일본 자동차 산업에 '직격탄'
정부와 기업이 함께 대응해야
특히 일본 자동차 산업은 희토류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모터에 필수적인 네오디뮴(Nd) 자석 생산에는 디스프로슘(Dy)과 터븀(Tb) 등 중희토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들 소재의 중국 의존도는 사실상 100%에 가깝다. 중희토류는 원자량이 크고 내열성과 자기 안정성이 높아 고온 환경에서도 성능을 유지해야 하는 전기차 모터와 항공·방산 장비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일본 완성차 업계는 일제히 비상 대응에 나섰다. 사토 코우지 일본자동차공업회 회장은 "개별 기업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마이 토시미츠 도요타통상 사장도 "희토류는 범용 반도체와 달리 대체제가 없다"며 국가 차원의 대응 필요성을 언급했다.
재활용·無희토류로 대응
15년 넘게 쌓아온 기술
이에 일본은 탈중희토류 시도를 본격화 하고 있다. 닛산은 신형 리프 전기차에서 희토류 사용량을 2010년 대비 90% 이상 줄이는 기술을 확보했다. 소재 기업 프로테리얼 역시 디스프로슘과 터븀을 완벽히 배제한 무(無)희토류 네오디뮴 자석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 희토류를 재활용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다이킨공업, 신에쓰화학공업, 하타치제작소, 도쿄에코리사이클 등 4개사는 상업용 에어컨 압축기에서 희토류 자석을 분해해 원료로 돌리는 공동 사업에 착수했다.
이들은 분해부터 원료 추출까지 전 과정을 AI 영상 인식과 로봇으로 자동화했으며 일본 내 상업용 에어컨을 기반으로 한 첫 순환 시스템으로 2027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한다. 2013년부터 중고 에어컨과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회수한 희토류 자석 재활용 기술을 개발해 온 만큼 이번 공동 프로젝트는 15년 넘게 쌓아온 기술이 집결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도 발을 맞추고 있다. 일본 환경부(환경성)은 폐기 모터와 전자회로 기판 등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실증 사업을 올해 여름 개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사업비 60억 엔(약 560억원)이 2026회계연도 예산안에 반영하며 재활용 기반 구축에 나섰다.
해저 자원까지 꺼냈지만
"상업화는 2030년 이후"
2월 1일 일본 해양지구과학기술청(SIP) 소속 연구원이 도쿄 남쪽 미나미토리시마 앞바다에서 채취한 희토류가 풍부한 진흙을 병에 담고 있다. /연합뉴스
중장기 대응 방안으로는 해저 자원 개발도 검토 중이다.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는 올해 1월부터 미나미토리시마 인근 수심 6000m 해저에서 희토류 함유 진흙 회수에 착수했고 2월 첫 채취에 성공했다. 해당 해역 매장량은 약 1600만 톤으로 추산된다. 다만 생산 단가가 중국산 대비 수배에서 수십 배에 이를 가능성이 있어 상업화 시점은 2030년 이후로 전망된다.
전문가는 이번 중국의 수출 규제가 동아시아 분업형 공급망에 연결된 한국 산업에도 간접적·연쇄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수출 산업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재 코트라(KOTRA) 도쿄무역관은 "일본 기업이 중국산 희토류를 활용해 생산하는 고기능 소재·부품 수출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한국 반도체·배터리 산업 전반의 비용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중일 갈등은 단순한 외교 사안을 넘어 전략 경쟁이 구조화되는 과정"이라며 "희토류를 둘러싼 갈등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고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중희토류 = 디스프로슘, 터븀 등 상대적으로 희소하고 내열성이 높은 희토류로 고온 환경에서도 성능을 유지해야 하는 전기차·항공·군수 분야에 사용된다.
☞ 이중용도 품목 = 민간과 군사 목적 모두에 사용될 수 있는 물자를 뜻한다. 국가 안보와 직결될 수 있어 수출 통제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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