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가 사하라 이남 출신
인근 산·덤불 등에 숨어서 버텨
경찰 단속에 ‘인도적 보호’ 주장
스페인 당국 “72명 사망 확인”
곤봉 단속 스페인 경찰이 2일(현지시간) 북아프리카 내 스페인 자치령 세우타에서 유럽 이주를 희망하는 한 이주민을 곤봉으로 가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스페인의 북아프리카 자치령 세우타로 몰려든 약 6만명의 이주민 대부분은 모로코로 돌아갔지만 최소 수백명이 여전히 세우타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굶주림을 호소하면서도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스페인 일간지 엘문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2일(현지시간) 세우타의 해변과 산, 임시 이민자 체류센터(CETI) 인근에 최소 수백명의 사람들이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대부분은 모로코가 아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세우타 해변에 남아 있던 남성 400명은 마지막까지 버티던 사람들이었고 그들에게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이들은 스페인 정부가 단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마지막 과제 중 하나”라고 전했다. 엘문도는 남아 있는 이주민 수가 1000명이 넘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는 도시 주변의 작은 산이나 덤불 등에 몸을 숨긴 채 지내고 있다. 길에서 잠을 자거나 CETI 앞에서 대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현지 경찰은 세우타 전역에서 이들을 단속하고 있다.
이주민들은 지난주 세우타로 넘어온 이후 줄곧 굶주림에 시달렸지만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해왔다. 이주민 대거 유입에 놀란 세우타 주민들이 상점 문을 닫으면서 이들은 식량과 물을 구할 수 없었다. 세네갈 출신 남성 지브릴 음부프(30)는 이틀 동안 스페인 경찰관이 준 피스타치오 한 봉지만 먹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NYT에 “설령 우리가 먹지 못하고 마시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모로코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네갈에서 대학 졸업 후 일자리를 찾지 못한 그는 2018년 모로코에 밀입국했다.
남은 이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역 인권단체 활동가인 람세스 모하메드(26)는 NYT에 “이들의 운명은 모로코인들과 다르다”며 “그들은 국제적 보호를 요청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모하메드는 충동적으로 세우타로 향하는 대열에 합류한 모로코인들과 달리 이들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지역 출신으로 유럽 도착을 위해 수개월의 여정을 거쳐왔다고 설명했다.
일부 현지 주민들은 물이나 샌드위치, 담요, 옷 등을 이주민들에게 나누며 손길을 내밀었다. 식당 종업원 프란시스코 페르난데스(70)는 르몽드에 “그들이 공격적이었다고 볼 수 없었다”며 “우리는 그들의 상황과 의도를 알 수 없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스페인 본토에서 온 반이민 시위대가 세우타 도심에서 이주민과 스페인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자 주민들이 “인종차별주의자는 나가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세우타 주민인 말리카는 “(극우 정치인과 시위대 등은) 우리의 감정을 이용해 자신들이 세우타를 지켰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이 여기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주민들은 스페인의 공식 난민수용센터에 수용되길 바라지만 이미 센터는 포화 상태다. 다비드 세브리안 스페인 이민부 대변인은 “이례적인 상황에 대해 적절하고 체계적이며 효과적인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수용소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세우타 이주민 사태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스페인 당국은 이날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72명”이라고 밝혔다. 모로코 인권협회(AMDH)는 사망자가 130명가량이며 수십명이 실종된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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