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글로벌 AI 맞춤형 반도체(ASIC) 기업 세미파이브가 중국 AI 반도체 기업 ICY 테크와 함께 삼성 파운드리의 8나노 eM램(내장형 자기저항 메모리) 공정을 적용한 차세대 엣지 AI 반도체 테이프아웃에 성공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8나노 eM램 기술이 실제 상용 제품 개발에 적용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삼성 파운드리의 차세대 메모리 사업 확대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세미파이브와 ICY 테크는 7일 공동 발표를 통해 삼성전자 8나노 eM램 공정을 기반으로 한 엣지 AI 반도체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이번 칩이 최대 20억(2B) 파라미터 규모 AI 모델의 온디바이스 추론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기존 GPU·HBM 중심 AI 반도체 경쟁과는 결이 다르다. 데이터센터 중심 고전력 AI 칩이 아니라 AI PC·휴머노이드 로봇·자율주행차 등 전력 제약이 큰 기기 내부에서 직접 생성형 AI를 구동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최근 생성형 AI 기능이 스마트폰·PC·로봇·차량 내부로 들어가면서 서버 연결 없이 기기 자체에서 AI를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문제는 엣지 디바이스가 데이터센터 GPU처럼 대형 냉각장치나 고전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AI 연산량은 커지는데 배터리와 발열 제약은 여전히 크다 보니, 적은 전력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메모리 기술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칩에 적용된 eM램은 자기저항 특성을 활용하는 비휘발성 메모리다. S램보다 비트셀 크기가 작아 동일 면적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고, D램처럼 주기적 리프레시가 필요하지 않아 소비전력을 줄일 수 있다.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유지되는 특성까지 갖춰 차세대 ‘유니버설 메모리’ 후보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eM램을 차량용 반도체나 IoT 칩 중심으로 확대해온 것도 이 같은 특성 때문이다. 자동차·IoT 기기는 저전력과 안정성이 핵심인데, 최근 생성형 AI 확산으로 엣지 AI 시장이 커지면서 eM램 역시 AI 추론용 메모리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eM램 [이미지=삼성전자]
이번 프로젝트에는 PNM(Processing Near Memory) 기술도 적용됐다. 메모리 인근에서 직접 연산을 수행해 데이터 이동 자체를 줄이는 구조다. 기존 AI 반도체 업계가 HBM 대역폭 확대를 통해 병목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면, 이번 방식은 데이터 이동 자체를 최소화해 전력 효율을 높이는 접근에 가깝다.
양사는 별도 네트워크 연결 없이 텍스트 요약, 번역, 대화형 추론 등이 가능한 수준의 AI 성능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적용 분야는 AI PC, 프라이빗 AI 에이전트,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 차량용 반도체, 스마트 디바이스 등이다.
세미파이브는 삼성 파운드리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생태계의 핵심 DSP(Design Solution Partner) 기업이다. 최근 AI 반도체 시장이 GPU 중심 범용 구조에서 ASIC 기반 맞춤형 구조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세미파이브는 올해 들어 삼성전자 4나노 기반 AI NPU 개발 사업을 잇따라 수주했다. 엑시나의 CXL 기반 AI 칩, 하이퍼엑셀의 LPU 프로젝트 등도 수행하며 국내 AI ASIC 설계 분야 레퍼런스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특히 설계뿐 아니라 검증·패키징·양산까지 포함하는 턴키 역량을 앞세워 삼성 파운드리 기반 AI ASIC 시장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삼성 파운드리의 차세대 메모리 생태계 확대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이 HBM 중심 데이터센터 경쟁과 저전력 중심 엣지 AI 경쟁으로 동시에 재편되는 가운데, eM램 같은 차세대 메모리 상용화 경쟁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는 “AI 시대 반도체는 범용 제품을 사용하는 구조에서 필요에 맞춰 설계하는 ASIC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이번 협력을 통해 M램 기반 설계 영역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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