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오월드 늑대 '늑구' 탈출 열흘째 생포
늑구빵, 늑구책... 상품화 아이디어 줄이어
동물권단체 "본질은 사육 관리 체계 구멍"
"전시 목적 야생동물 사육 중단" 공동성명
대전 오월드를 탈출한 늑대 '늑구'가 탈출 9일 만인 17일 대전 중구 안영동 안영IC 인근에서 마취총을 맞고 잠든 채 포획되고 있다. 대전시 제공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탈출했던 늑대 '늑구'가 9일 만에 생포되면서 늑구를 보기 위해 오월드를 찾는 관람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이미 '국민 늑대'로 불리며 스타가 됐고
대전 명물 빵집 성심당을 향해선 '늑구빵'을 만들라는 등 관광 상품화 아이디어도 나왔다.
하지만
동물권단체들은 "사건의 본질은 탈출 해프닝이 아닌 부실 관리"라며 사육 체계 재점검을 촉구
했다. 야생동물을 인위적인 공간에 가두지 말라는 경고도 내놨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17일 논평을 내고 "늑구가 살아 돌아온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이번 사고는 동물의 행동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시설 관리 체계의 실패"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2024년생 수컷 늑대 늑구는 이달 8일 오전 9시30분쯤 대전 중구 오월드 동물원 철조망 우리의 땅을 파고 탈출했다. 관계당국은 수색 열흘 째인 이날 0시 44분 동물원과 약 1.6㎞ 떨어진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안영 나들목(IC) 인근 수로에서 늑구를 발견한 뒤 마취총을 쏴 생포했다. 카라는
"늑구는 본능대로 움직였고 오월드는 그 본능을 관리할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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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 방지를 위한 면밀한 조사도 요구했다. 카라는 "늑구가 왜 밖으로 나갈 수 있었는지, 왜 초기 포획에 실패했는지, 왜 수색이 장기화됐는지, 왜 인공지능(AI) 합성 사진이 떠도는 등 허위 정보와 오인 대응이 반복됐는지, 왜 '뽀롱이' 이후에도 같은 동물원에서 다시 이런 사고가 벌어졌는지 조사하고 책임을 가려야 한다"고 질타했다. 앞서 2018년 오월드 동물원에선 퓨마 뽀롱이가 탈출했지만 4시간여만에 사살됐다. 단체는
"더 높은 울타리와 더 강한 통제만으로는 같은 문제를 막을 수 없다"며 사육 방식과 탈출 대응 매뉴얼을 전면 재점검하라고
했다.
이런 우려에도 시민들은 늑구를 보러 가겠다며 벌써부터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날 새벽 늑구 생포 소식에 SNS에는
"무사귀환 환영" "집 나가면 고생이야" "늑구 구경 갑니다" 등 환영 게시물이 줄을 이었다.
오월드를 운영하는 대전도시공사는 8일 늑구 탈출 직후 시설 운영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오월드 측은 늑구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고려해 이름표 등 식별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늑구가 지내던 공간은 3만3,000㎡의 넓은 방사형 사파리로 늑대 20여마리가 살고 있다.
대전 오월드 지도. 늑구는 오월드 중심부 '늑대 사파리'에 산다. 오월드 홈페이지 캡쳐
늑구를 활용한 다양한 관광 상품 아이디어도 쏟아지고 있다.
오월드 마스코트를 늑구로 바꾸라거나 '늑구의 모험'을 주제로 한정판 티셔츠나 동화책을 내고, 대전의 대표 빵집 성심당에서 늑구 발바닥 모양 빵을 만들라는 제안도
나왔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에선 이번 사건을 해프닝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우려하고 있다. 늑구 탈출이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치부되고 나아가 SNS의 놀이 문화로 번지다 보면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봐서다. 김영환 카라 정책국장은 "늑대는 원래 굴을 파는 습성을 가졌고 틈이 보이면 나가는 동물"이라며
"원인은 사육 환경 관리 부실과 동물을 관람·오락에 이용하는 행태의 부작용인데 개선은커녕 홍보의 기회로 쓰일까봐 우려스럽다"
고 말했다.
대전 오월드를 탈출한 늑대 '늑구'가 13일 밤 오월드 인근 야산에서 목격됐다. 사진은 목격한 시민이 찍은 영상 갈무리. 연합뉴스
늑구 탈출 사건을 계기로 동물원의 야생동물 사육 행태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동물의목소리, 동물을위한전진, 카톡동물활동가, 한국비건채식연대는 16일 공동 성명을 내고 "야생동물은 자연 상태에서의 생태와 습성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존재로, 좁은 공간에서의 사육은 스트레스와 고통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는 인간이 만든 시설이 아닌 자연이어야 한다"며 "전시·관상·애완 목적의 사육을 중단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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