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상상을 준실행 단계로 처리
실제 운동 병행 없는 상상은 한계
긍정적 환상은 보상 착각 불러와
장애물 직시하는 실행 의도 필수
뇌과학은 상상을 신경계 예열 도구로 인정하지만, 실제 행동 없는 맹목적 긍정은 뇌에 '보상 착각'을 일으켜 노력을 감소시킨다고 경고한다. 근력 향상이나 목표 달성에는 단순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넘어, 장애물을 직시하고 구체적 실행 계획을 결합하는 '행동 설계'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다. /챗GPT 제작 이미지
머릿속으로 특정 장면을 그리는 상상이 현실의 물리적 결과를 직접 창조한다는 대중적 믿음이 뇌과학과 심리학 연구를 통해 반박되고 있다. 과학계는 상상을 신경계 예열 및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유용한 도구로 인정하면서도 외부 세계의 사건을 조작하는 마법적 메커니즘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20일 여성경제신문이 2018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된 연구를 분석한 결과 특정 동작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실제 해당 동작을 수행할 때와 겹치는 신경회로가 활성화됐다. 뇌의 관점에서 상상은 단순한 허상이 아닌 실제 행동에 준하는 준실행 단계로 처리된다.
생리학적 변화도 수반된다. 2018년 의학 데이터베이스 펍메드에 등재된 메타분석 결과 건강한 성인의 운동 심상 훈련은 실제 근력 향상에 유의미한 효과를 냈다. 훈련을 하지 않은 대조군보다 뛰어난 성과를 보였으나 실제 육체적 운동을 병행한 그룹에는 미치지 못했다. 상상이 행동을 위한 신경계의 준비도를 높이는 보조 수단임을 시사한다.
성공한 미래를 생생하게 그리기만 하면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높다. 현실적 기반이 없는 환상은 뇌를 속여 의지를 꺾기 때문이다. 진정한 성과를 원한다면 상상 속에만 머물지 말고, 발생 가능한 장애물을 미리 계산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움직일지 결정하는 구체적인 실행 의도가 뒤따라야 한다고 과학계는 조언한다. /챗GPT 캔바스 제작 인포그래픽
성공한 미래를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는 자기계발 논리는 과학적 데이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2002년 심리학자 가브리엘레 외팅겐 연구진은 실현 가능성을 내포한 긍정적 기대와 맹목적 긍정적 환상을 엄격히 분리해 최장 2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이미 목표를 이룬 듯한 환상에 빠진 집단은 오히려 실제 노력을 줄이는 역효과를 나타냈다.
심리학계는 이를 뇌의 착각으로 설명한다. 이수정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현실적 기반이 없는 긍정적 환상은 뇌로 하여금 이미 보상을 얻은 듯한 착각을 유발해 정작 필요한 실제 행동과 노력을 감소시킬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상상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구체적인 행동 계획이 필수적이다. 2021년 진행된 무작위 대조 연구는 실행 의도를 동반한 정신적 대조 전략의 효과를 입증했다. 원하는 미래를 상상하되 현실의 장애물을 직시하고 언제·어디서·어떻게 행동할지 구체적으로 계획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목표 달성률이 확연히 높았다.
의학 및 스포츠 분야에서의 연구 결과도 궤를 같이한다. 위약 효과 연구에서는 환자의 긍정적 기대감이 뇌 내 도파민 분비를 늘려 통증이나 우울감을 완화하는 것으로 보고되나 이는 체내 신경전달물질 변화에 국한된다. 2024년 스포츠 의학 저널에 발표된 메타분석 역시 이미지 트레이닝이 운동선수에게 중간 수준의 효과를 미치지만 통제 조건을 엄격히 할수록 통계적 유의성이 낮아진진다고 지적했다.
가브리엘레 외팅겐 뉴욕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뉴욕대학교
가브리엘레 외팅겐 뉴욕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서면 인터뷰에서 "뇌과학적 관점에서 상상은 행동에 앞서 신경계를 예열하는 과정이라며 목표 장면의 반복적인 상상보다는 겪게 될 장애물과 극복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유의미한 현실 변화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MCII= 'Mental Contrasting with Implementation Intentions'의 약자로 소망하는 미래를 상상한 뒤 현실의 장애물을 확인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는 심리 전략이다. 단순히 긍정적인 결과만 꿈꾸는 것이 아니라 발생 가능한 문제 상황에 대비한 '행동 설계'를 결합해 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인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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