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이 양적 팽창을 넘어 운영 품질 경쟁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그 빈틈을 공략하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설치 효율부터 운영 신뢰성, 화재로부터의 안전까지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전 구간에서 차별화된 기술로 시장을 두드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이 양적 팽창을 넘어 운영 품질 경쟁으로 접어들고 있다. [사진=gettyimages]
이브이파트너스, 충전기 하나로 3대 충전… 모듈 구조로 현장 유지보수도 간편
2025년 기준 전기차 등록 대수가 100만대를 넘어섰지만 정작 충전기를 놓을 공간은 부족하다. 전국 아파트 중 67%가 20년 이상 된 구축 단지인 것을 감안하면 주차난은 구조적 문제다.
20년 가까이 전기공사 기술자로 일해 온 이브이파트너스 송경섭 대표는 이 같은 문제를 일찌감치 알아챘다. 그는 충전기 설치와 유지보수 현장을 다양하게 경험하며 한정된 공간에서 더 많은 차량을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브이파트너스가 내놓은 해법은 ‘3채널 전기차 충전기’다. 3상 4선식 기반으로 하나의 인입 전원에 최대 3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고 배선·차단기·인입 공사까지 통합 설계가 가능하다. 시공비도 크게 절감된다. 단상 1채널 충전기 3대를 개별 설치하면 510만원 수준이지만 3채널 충전기 1대로 대체하면 약 400만 원으로 줄어든다.
유지보수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기존 충전기는 릴레이 하나가 고장 나도 장비 전체를 제조사로 보내야 하지만 이브이파트너스는 고장이 잦은 부품을 모듈화해 현장 기술자가 바로 부품을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송 대표는 “충전기 한 대 가격이 아니라 현장 전체 구축 비용을 봐야 한다”며, “대규모 설치 현장일수록 3채널 구조의 경제적 효과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브이파트너스는 2029년까지 전국 주요 산업단지와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5,000기 이상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바이오디스플레이, 옥외 충전기 전용 HMI 개발…혹한·폭염에도 끄떡없어
지난해 국내 CPO 업체가 전기차 이용자 1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충전기 고장(52.7%)’을 불편으로 꼽았다.
사용자가 직접 조작하는 HMI(Human Machine Interface) 역시 고장에 쉽게 노출된다. 대부분의 전기차 충전기가 옥외에 설치되는 탓에 폭염과 혹한, 장마 등 사계절을 그대로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산업용 디스플레이를 그대로 사용했다가는 고온에서 화면이 검게 변하는 흑화 현상이나 겨울철 터치 오작동, 습기로 인한 내부 회로 부식 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바이오디스플레이는 내구성 향상에 공을 들였다.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된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옥외 환경을 견뎌내는 내구성이야말로 고객사가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지점이라는 판단에서다. 고온·저온 반복 테스트는 물론 방수·방진 설계, 직사광선 아래에서도 화면이 선명하게 보이는 시인성 확보 기술에 전사적인 역량을 쏟았다.
그 결과 국내 굴지의 충전기 제조사들로부터 잇따라 러브콜을 받으며 국내외로 납품처를 넓혔다. 향후에는 공공기관 및 지자체 충전 인프라 사업에 참여해 시장 점유율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바이오디스플레이 조호연 대표는 “앞으로도 필드 신뢰성이라는 본질을 놓지 않고 연구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며, “성장하는 글로벌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 국내 기술의 우수성을 증명하고 공공 환경에 최적화된 전용 모델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스탠다드에너지, ‘VIB ESS’로 화재 없는 도심 충전 길 열다
충전기 보급이 확대될수록 전력 피크와 안전 문제는 더 부각되고 있다. 특히, 도심 지하주차장에 초급속 충전기를 설치하려면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필수적이지만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 ESS는 화재 위험으로 인해 설치 자체가 제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전기차 화재 이후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지하주차장 충전기 설치를 꺼리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이 같은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스탠다드에너지는 배터리 구조부터 바꿨다. 자체 개발한 바나듐이온배터리(VIB)는 바나듐과 물로 구성돼 발화 가능성이 없으며, 고전도성 소재와 고순도 정제 기술을 적용해 고출력과 저온 환경에서도 높은 효율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러 번 충전을 거듭해도 안정성에 무리가 없다고 회사는 전했다.
실증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스탠다드에너지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서울 압구정동 일대에서 ESS 연계 초급속 충전 서비스를 약 1년 9개월간 운영하며 단 한 건의 화재나 안전사고 없이 실증을 마쳤다. 고출력 특성을 기반으로 동일한 충전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설치 용량을 줄일 수 있고 별도의 방화 설비나 추가 건축 비용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경제성도 확보했다.
스탠다드에너지는 올해부터 VIB ESS의 본격 공급에 나서는 한편, 일본 교토 지역 전기차 충전 연계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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