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세제 개편에 대한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제는 논리적 토론보다 정치적 문제로 넘어간 단계여서 안타깝기만 하다. 합리적 사실과 논리로 논쟁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지지층만 바라보고 밀어붙이는 느낌이다.
지지층만 바라보고 정책을 펴 나간다면 선택의 폭이 그리 넓어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세금 폭탄을 터트려도 가시적으로 저항하는 세력은 보이지 않고, 대부분은 아예 관심이 없거나 오히려 심리적으로 위안받는 계층도 있어 보인다. 부동산 세제가 정치적으로 결정되면 시장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미국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클린턴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슬로건이 생각난다. 당시 그는 정치 사회, 외교 등 분야에서 열세를 뒤집고 경제 문제를 전면으로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평가다. 국민의 삶은 다른 어떤 것보다 경제와 직결되어 있고, 경제를 살려야 국민의 삶이 나아지며, 자신도 지지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지금의 상황에서 정부가 부동산시장과 세제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인식과 태도는 ‘바보야, 문제는 지지층이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다 알고 있는데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듯이 보인다. 마치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라는 속담처럼 상황과 관계없이 정해진 길을 고수하겠다는 태도로도 읽힌다. 전문가들이나 이해 당사자들이 시장의 정확한 상황이나 합리적인 이유로 문제를 제기해도 소용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초고가 주택 소유자, 다주택 소유자, 비거주자 주택 등을 세금으로 규제하면, 그 여파는 전, 월세 시장으로 번져, 서민들의 삶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해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 종전의 1가구 1주택 보유자를 이제는 1가구 1주택 실거주자에만 적용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부부 공동명의 비거주 1주택자를 다주택자로 간주하고, 그동안 장려해 왔던 임대 주택사업자를 재규제하여, 계속 보유할 수도 없고, 팔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내모는 비합리적인 판단으로 정책이 결정되는 상황이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더니 1주택자에게도 세금 부담을 늘렸고, 1주택자라도 거주하지 않으면 다주택자로 간주하겠다고 한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비거주 주택자에게는 해당하지 않으며, 부동산 불로소득은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주범이라는 비합리적 언사들도 쏟아져 나온다. 부동산 소유와 투자를 불로소득으로 간주하여 규제하는 대신에 부동산 자산을 생산적인 금융자산으로 옮겨가도록 하겠다고 한다. 굳이 불로소득이라고 한다면, 주택 가격 상승으로 얻는 이득뿐만 아니라 주식, 채권, 코인 등의 수익도 불로소득으로 보는 게 맞다.
부동산 세제 개편을 두고, 정부는 ‘부동산의 정상화’의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비정상적인 요소들을 제시해야 하는데, 집값 폭등을 비거주자, 다주택자, 초고가 주택자로 규정하는 어처구니없는 진단에도 수긍하기 어렵다. 오히려 최근의 상황은 ‘부동산의 정치화’로 보는 견해가 맞고, 부동산을 정치적 의제로 삼아서 국민을 갈라치고, 지지층만 보고 밀어붙이는 거라고 보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정치권의 견제 목소리는 힘을 잃었고, 시민단체와 전문가의 비판에는 귀를 닫은 듯하다. 심지어 보유세는 늘리되 거래세는 낮추는 게 합리적이라는 OECD의 부동산 세제 개편 권고안도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결국, 부동산 세제도 국민이 깨어나야 폭주를 멈추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보편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지층이 많아져야 지금의 비합리적인 판단에서 나오는 정책을 막아 세울 수 있다. 주택 가격은 폭등하고, 주택담보 대출은 막히는 상황에서, 변화에 민감한 2030 세대는 내 생애에서, 주택을 장만하기 어렵다는 섣부른 판단에서, 목돈 마련을 위한 무모한 주식투자로 낭패를 보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서도 청년층을 배려한다고, 새로운 주거 형태로 폐차 하우스와 고시원 욕조를 제안하여 여론의 몰매를 맞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청년들이 당장 살 집 공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대로 가다가는 높은 집값과 대출 규제로 자신들은 집 장만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고, 자산으로서의 주거 사다리가 끊기는 데서 오는 절망감과 조급함을 표출한 거로 보는 게 맞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요리하는 것과 같다’라는 뜻의 약팽소선(若烹小鮮)을 강조한다. 작은 생선을 구울 때는 자주 뒤집으면 살이 다 부서지는 것처럼, 통치자가 정책을 자주 바꾸거나 급격하게 몰아붙이면 민심이 흔들리고, 사회와 시장의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뜻하는, 경계의 의미로, 깊이 새겨 볼 말이다. 방향이 옳더라도 정책 효과를 두루 살피며, 밀어붙이기보다는 긴 호흡을 두고, 점진적으로 추진해 가는 게 옳을 듯하다.
서충원 건국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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