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법조의 주요 이슈와 판결들을 쉽게 풀어드리는 ‘서초동 언박싱’ 시간입니다. 오늘도 법조 출입하는 배재수 기자 나왔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리포터 >
안녕하세요?
< 앵커 >
첫 번째 언박싱 주제는 뭔가요?
< 리포터 >
매년 4월이면 어김없이 벌어지는 논쟁이 적정한 변호사 숫자 논쟁인데요, 올해도 오는 24일 제15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다시 논쟁의 불씨가 타올랐습니다. 관련 내용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 앵커 >
변호사수가 너무 많다는 주장과 변호사수가 적다는 주장인걸로 아는데, 먼저 이런 논쟁이 왜 벌어지는 겁니까?
< 리포터 >
네, 사법시험이 지난 2017년 말 제59회 시험을 끝으로 폐지되면서, 그 이후로 변호사가 되려면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만 가능하게 됐는데요,
그런데 회를 거듭하면서 재응시자로 인해 로스쿨 합격률은 떨어진데 반해, 변호사수는 점점 늘어 2009년 만 명이던 변호사수는 올해 3만8천명까지 늘었습니다.
법무부의 관련 연구보고서를 보면요, 우리나라 인구 만명당 변호사 수는 5.39명이라고 하는데요,
그런데 이를 두고 정부.로스쿨 측과 변호사단체가 정반대의 해석을 하면서 지금의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합격률을 80% 수준까지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과 75% 즉 1500명 이하로 뽑으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겁니다.
< 앵커 >
같은 통계를 놓고 주장이 엇갈리는 건데, 각각의 입장을 들어보죠. 먼저 변호사단체의 주장부터 들어볼까요?
< 리포터 >
대한변호사협회 주장은 변호사 수가 많아도 너무 많다는 주장입니다.
변협은 비교 사례로 우리의 사법제도나 법조인 규모가 가장 비슷한 일본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는데요, 일본의 인구 만 명당 변호사 숫자는 3.38명입니다.
우리가 인구 만명당 변호사수가 5.39명 인걸 감안하면 우리보다 인구나 경제 규모가 큰 일본은 매년 1,500명으로 신규 변호사 수를 제한하는 데, 왜 우리는 매년 1,700명의 신규 변호사를 배출하냐는 거고요,
또 매년 늘어나는 변호사수가 변호사간 수임 경쟁 격화 문제를 일으켜 생존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고도 주장합니다.
실제로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수임 건수는 2008년 약 7건에서 2021년 기준 약 1건으로 크게 줄었는데요, 변협은 공급과잉이 변호사 개인의 생존권 문제만이 아니라 법률서비스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며 연간 합격자수를 1500명 이하로 줄이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김지수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한국의 변호사 법조 시장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미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변호사 수는 계속 늘어나는데 AI까지 등장하면서 수요 자체가 줄고 있고 그 와중에 공급을 넘치니 시장이 구조적으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피해가 제일 먼저 가는 곳은 청년 변호사들 층입니다. 취업 자리가 없으니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업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수입료는 계속 떨어지고 광고 경쟁은 과열되고 결국 전반적인 변호의 질이 떨어지면서 피해는 국민한테 돌아가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를 계속 더 뽑겠다는 건 더 이상 정당하기가 어렵습니다.”
< 앵커 >
반면, 법무부와 로스쿨 측은 오히려 변호사 수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 리포터 >
네, 법무부와 로스쿨 측은 변호사 수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비교대상을 일본이 아닌 미국과 유럽 국가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은 만명당 변호사가 41.28명, 영국은 32.32명, 독일은 20.11명, 프랑스는 10.38명에 이라면서 우리나라는 5.39명 이니까 지금보다 더 늘리는 게 맞다는 주장입니다.
전국 25개 로스쿨로 구성된 로스쿨협의회는 어제 이런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지 선발시험이 아니다”면서 “(변호사 합격자 수 감축 주장은)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제도의 핵심 가치를 저버린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응시자 대비 80%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고요, “실무 중심의 다양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본래의 교육 목표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법무부에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로스쿨협의회 홍보팀 여세린 씨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응시자 대비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80%까지 단계적으로 높여야 합니다. 변호사 시험은 선발 시험이 아닌 자격 시험입니다. 그러나 현재 50%대 합격률은 유능한 인재들을 재응시로 내몰고 불안에 휩싸인 학생들은 로스쿨 3년 내내 시험 준비 외에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습니다. 매년 합격률을 5% 포인트씩 상향해 연간 100에서 200명의 합격자를 추가 배출한다면 적체 문제를 해소하고 제도를 안정화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 시험의 합격자 결정은 기존 변호사의 기대 수익이 아니라 모두의 사법 접근성 보장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 앵커 >
이런 논쟁을 지켜보는 법조계와 시민사회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고요, 변호사협회와 로스쿨협의회 측의 향후 계획은 어떤가요?
< 리포터 >
먼저 법조계에서는 변호사들의 저가 수임 경쟁이 치열하고, 법무사나 행정사, 노무사 같은 유사직역들과도 경쟁도 큰 만큼 변협 측 주장에 일견 타당성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시민사회에서는 변협의 주장을 ‘밥그릇 지키기’로 보는데요, 변호사 숫자가 늘고 법률시장이 커져서 법률서비스의 수준이 높아지고 문턱도 낮아졌는데, 왜 숫자를 줄이냐는 겁니다.
양측의 팽팽한 주장 속에 변협측은 24일 합격자 발표일까지 1인 시위와 집회를 이어가기로 했고요, 로스쿨협의회측도 학생들 목소리를 대변하는 등 변협 주장에 적극 반박한다는 계획입니다.
< 앵커 >
두 번째 언박싱 주제로 넘어가죠. 어떤 내용 준비하셨나요?
< 리포터 >
부동산 신탁사와 관련된 주제인데요, 분양받은 주택의 입주가 늦어져도 시행사 핑계만 대며 책임을 지지 않는 신탁사들에 대해 철퇴를 내린 확정 판결이 최근 나와서 풀어보겠습니다.
< 앵커 >
어떤 사건입니까?
< 리포터 >
사건은 지난 2018년 장 모 씨가 경남 창원의 한 오피스텔을 분양받으면서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사업 시행권을 승계한 신탁사는 이듬해 말까지로 예정됐던 입주 일정을 맞추지 못했는데요,
그러자 장 씨는 입주 예정일을 3개월 이상 초과하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계약서에 따라서 해제를 통보하고 계약금 반환과 위약금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신탁사는 계약서 내 ‘책임한정특약’을 근거로 자신들에게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는데요, 이에 장 씨가 이런 특약사항을 신탁사가 설명해주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앵커 >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습니까?
< 리포터 >
1, 2심, 그리고 대법원까지 모두 장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법원은 ‘책임한정특약’은 분양받는 사람이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이기때문에 설명의무가 있다고 판단했고요, 신탁사 측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 앵커 >
서초동 언박싱, 배재수 기자였습니다.
< 리포터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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