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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생활법률] 참담한 투표용지 부족 : 유권자 수의 50%만 인쇄한 간 큰 선관위

2026. 제9회 지방선거에서 서울 송파구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헌법상 참정권 침해와 국가배상책임, 나아가 선거무효 문제까지 검토될 수 있는 중대한 법적 사안이다.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다.

[생활법률] 참담한 투표용지 부족 : 유권자 수의 50%만 인쇄한 간 큰 선관위

김병진

대한변협 공인 대구형사·부동산전문변호사

2026. 제9회 지방선거에서 서울 송파구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헌법상 참정권 침해와 국가배상책임, 나아가 선거무효 문제까지 검토될 수 있는 중대한 법적 사안이다.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다. 선거권은 국가가 국민이 실제로 투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의무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유권자가 법정 투표시간 내에 투표소에 도착하였음에도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하지 못하였다면 이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헌법상 참정권의 실질적 침해로 평가될 수 있다.

공직선거법 제151조는 투표용지를 선거일 전까지 작성·배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충분한 투표용지 확보가 선거관리위원회의 기본적인 법정 의무임을 명시하고 있다. 제8회 선거 당시 송파구 투표율은 56.2%였다. 그럼에도 제9회 지방선거에서 준비된 투표용지가 제8회 지방선거의 실제 투표자 수에도 미치지 못하였다면 이는 단순한 계산착오라고 볼 수 없고, 선거관리기관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중대한 과실이다.

선거 당일 오후 2시경 이미 투표용지 부족 사실이 확인되었음에도 상당 시간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였고, 일부 투표소에서는 수백 명의 대기열이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자, 장애인, 영유아를 둔 부모, 직장인 등이 장시간 대기를 견디지 못하고 귀가하였다면 이는 사실상 선거권 박탈과 다르지 않다. 이 경우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른 국가배상청구가 가능하다. 선거관리위원회 공무원의 직무상 과실로 국민의 선거권 행사가 침해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원은 장애인 유권자의 투표보조를 거부하여 참정권을 침해한 사건에서 국가를 상대로 1인당 100만 원의 위자료를 인정한 바 있다(부산고등법원 2025. 1. 16. 선고 2023나57855 판결). 그렇다면 투표소에 도착하였음에도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자체를 하지 못한 유권자의 경우에는 그 침해 정도가 더욱 중하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해 유권자는 1인당 100만 원에서 300만 원 정도의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 공직선거법 제224조는 선거에 관한 규정 위반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 경우 선거무효를 선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참고로 독일법원은 2021년 베를린 선거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장시간 대기, 투표시간 연장 등이 발생한 사건에 대하여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인정하여 선거무효 및 재선거를 실시하도록 하였다. 송파구 사례에서도 예를 들어 구의원 선거구의 선거인 수가 약 5천 명이고, 당락 차이가 약 200표 수준이며, 실제로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 수가 수백 명에 달하고 그 수가 당락 차이를 넘어선다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경우 낙선자는 ‘①선거 규정 위반(투표용지 배부 규정위반) + ②선거결과 영향’을 이유로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한편 선거관리위원회의 중대한 과실로 공정한 경쟁기회를 상실하였다는 이유로 국가배상청구도 검토할 수 있다. 손해배상액은 선거운동에 실제 지출한 비용, 기탁금, 선거운동을 위해 투입한 인적·물적 자원 등을 기초로 산정될 수 있다. 다만 법원은 당선 가능성에 대한 엄격한 입증을 요구할 것이므로 현실적으로는 위자료 중심의 청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당락 차이가 수백 표에 불과하고 투표 포기자가 그 수를 초과하는 경우라면 최소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 수준의 위자료 청구는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사건 초기부터 ‘선거무효 사유는 아니다’라고 단정적으로 발표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 더욱이 직전 지방선거의 실제 투표자 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투표용지를 준비한 중대한 과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국민의 한 표는 국가가 베푸는 혜택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권리이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국민이 투표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문제다.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문책, 그리고 피해 유권자와 후보자들에 대한 실질적 권리구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병진 대한변협 공인 대구형사·부동산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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