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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기록부부터 봅니다”…연예계 필수된 ‘검증’[연승의 엔터 만담]

연예계 오디션 풍경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노래와 춤, 연기 실력만으로 스타의 가능성을 판단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학창 시절과 과거 행적까지 살펴봐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배우 홍민기. 사진 제공=페이블 컴퍼니

“생활기록부부터 내세요.”

연예계 오디션 풍경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노래와 춤, 연기 실력만으로 스타의 가능성을 판단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학창 시절과 과거 행적까지 살펴봐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학교폭력 논란이 잇따르면서 일부 매니지먼트사들이 연습생이나 신인 영입 과정에서 생활기록부 제출을 요구하는 등 과거 검증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실제로 2021년 학폭 논란이 연예계를 휩쓴 이후 기획사들의 고민은 더욱 커졌습니다. 당시 배우와 아이돌을 가리지 않고 과거 학교생활을 둘러싼 폭로가 이어졌고, 논란이 작품 하차와 광고 중단 등으로 번지면서 연예인의 과거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작사와 방송사, 광고주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산업적 리스크가 됐기 때문입니다.

배우 지수. 사진 =지수 인스타그램

‘학폭 논란’ 지수, 출연 작품 하차

‘프로듀스X101’ 출연 윤서빈 계약 해지

대표적인 사례가 배우 지수입니다. 지수는 2021년 학폭 의혹이 제기된 뒤 과거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고, 출연 중이던 KBS 2TV 드라마 ‘달이 뜨는 강’에서 하차했습니다. 이미 상당 부분 촬영이 진행된 상황에서 주연 배우를 교체하고 재촬영까지 진행해야 했습니다.

신인이나 연습생도 예외는 아닙니다. 2019년 Mnet ‘프로듀스X101’에 출연했던 윤서빈은 학교폭력 및 일진 의혹이 불거지면서 소속사와의 계약이 해지되고 프로그램에서도 하차했습니다. 아직 정식 데뷔도 하지 않은 연습생의 과거 논란이 곧바로 활동 중단으로 이어진 사례입니다.

이 때문에 생활기록부를 활용한 검증도 등장했습니다. 2023년 채널A ‘하트시그널4’는 출연자들에게 초·중·고 생활기록부를 제출받아 특이사항을 확인하는 절차를 도입했습니다. 앞선 시즌에서 출연자들의 과거 논란이 반복되자 아예 사전 검증 단계에서 학창 시절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연예계에서 불거지는 논란을 보면 생활기록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고민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라이징 스타 홍민기, 데이트 폭력 등 진실 공방

‘스터티그룹2’ 종방연 불참…티빙 “확인 중”

최근 배우 홍민기를 둘러싼 데이트 폭력 의혹이 대표적입니다.

전 여자친구라고 밝힌 A씨가 홍민기와 교제 당시 폭력과 협박 등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여기에 홍민기가 평소

“여자는 30대 초가 제일 맛있고 그때 넘어가면 아줌마다”, “여자도 군대에 가야 한다”,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 “나는 애국보수지만 여자도 군대를 가야 한다” 등의 시대착오적 발언을 자랑스럽게 했다고 주장해 커다란 충격을 안겼습니다. 특히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닥터 섬보이’에서 로맨틱 코미디 남자 주인공으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닥터 섬보이’는 종영을 했지만 티빙 오리지널 ‘스터디그룹2’ 촬영을 마친 홍민기는 논란이 불거진 직후 열린 지난 19일 ‘스터디그룹2’ 종방연에는 불참했습니다. ‘스터디그룹2’는 하반기 중 공개 예정이었습니다.

공개 일정 변경 등에 대해 티빙 측은 “확인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홍민기 측은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여서 A씨와 홍민기와의 진실공방이 펼쳐질 전망입니다.

아직 사실관계가 확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은 연예기획사가 신인을 영입할 때 학교생활만 들여다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또 다른 영역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특히 배우나 아이돌의 사생활은 기획사가 일일이 확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학폭처럼 생활기록부라는 객관적인 자료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과거 교제 상대나 이성 관계를 모두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당사자에게 직접 묻는다고 해도 어디까지가 확인 가능한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사생활인지 경계도 모호합니다.

배우 하영. 연합뉴스

‘증조부 친일’ 하영 ‘승산 있습니다’ 적신호

SBS “배우 관련 논란 엄중…다각도 논의 중”

최근 배우 하영을 둘러싼 논란은 또 다른 고민을 안겨줍니다. 하영은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행적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고, 자신이 직접 저지른 일이 아닌 가족사의 문제까지 작품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SBS 역시 “주연 배우와 관련한 사안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제작사 및 관계자들과 다각도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상당 부분 촬영이 진행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제작진의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최근 연예계의 리스크는 학교폭력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사생활, 교제 과정에서의 문제, 음주나 폭행 등 개인의 행적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가족사와 과거 발언까지 논란의 대상이 됩니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학폭 같은 경우에는 생활기록부나 주변 평판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지만, 사생활이나 이성교제 문제까지 회사가 미리 모두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계약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배우가 활동을 시작한 뒤 과거 일이 공개되는 경우도 있어 회사 입장에서도 난감한 부분이 있다”고 토로합니다.

문제는 연예인의 활동 규모가 커질수록 리스크 역시 커진다는 것입니다. 신인 배우 한 명을 영입해도 오디션과 계약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년간 트레이닝과 작품 준비가 이어지고, 데뷔 이후에는 방송사와 제작사, 광고주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연결됩니다. 과거에는 개인이 감당할 문제였던 일이 이제는 회사 전체의 손실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기획사가 한 사람의 사생활과 과거를 어디까지 조사해야 하는지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생활기록부를 확인한다고 해도 모든 학교폭력이나 인간관계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사생활을 지나치게 캐묻는다면 개인정보와 인권 침해라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국 연예기획사의 고민은 ‘얼마나 많이 확인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까지 확인하는 것이 가능한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과거에 교제했던 사람과 문제는 없었나?”

“가족사 가운데 나중에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없나?”

연예인의 과거가 곧 회사의 리스크가 되는 시대. 실력과 스타성을 확인하는 것만큼이나 ‘어떤 사람을 데뷔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연승의 엔터 만담(萬談)

한 주간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와 화제의 콘텐츠를 골라 이야기합니다. 배우와 K팝 아티스트 등의 새로운 소식부터 영화·드라마·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K팝의 흥행작과 트렌드까지,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엔터테인먼트 소식을 쉽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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