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덕재 국립생태원 전임연구원<사진 도복희 기자>
초파리 한 마리를 미세탐침 끝에 꽂아 땅속 굴 입구로 가져간다. 머리 크기 1.8㎜에 불과한 닻무늬길앞잡이 유충에게 먹이를 주는 일이다.
차덕재(41·사진)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전임연구원의 여름은 이 작은 생명과 함께 흘러간다. 한두 마리가 아니다. 수백 마리의 유충에게 매일 먹이를 공급해야 한다. 6~10월까지 반복되는 작업은 육체적으로 고되지만, 그는 이 과정을 복원의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으로 여긴다. 닻무늬길앞잡이는 몸길이 1.1~1.2㎝의 작은 곤충이다. 서해안의 단단하면서도 습기가 유지되는 모래사구에 서식하지만 해수욕장 개발과 사람·차량의 이동, 해안침식으로 서식지가 빠르게 사라졌다. 202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에서Ⅰ급으로 상향됐다.
차 연구원이 본격적으로 닻무늬길앞잡이 복원에 뛰어든 것은 2023년이다. 당시 국내 서식지는 태안과 신안에서만 확인됐고, 신안 개체군도 80마리 안팎에 불과했다.
복원 과정은 작은 생명과의 싸움이었다. 유충의 성장 단계에 따라 먹이를 바꿔야 했고, 번데기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빛에 노출된 번데기에서 우화한 개체들이 제대로 교미하지 못한 것이다. 자연에서는 땅속 어두운 곳에서 번데기가 된다는 사실에 다시 주목했다. 환경을 바꾸자 올해 수컷은 정상적으로 교미했고 암컷은 산란했다.
3년간의 연구가 처음으로 자연스러운 번식으로 이어진 순간이었다. 차 연구원은 “인공증식한 암컷이 산란하는 모습을 봤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연은 연구실보다 더 냉정했다. 2024년 겨울 신안에서는 해수면 상승과 해안침식으로 유충이 월동하는 모래층이 쓸려나갔다. 80~90마리 수준이던 개체군은 10마리 정도로 급감했다.
그는 “성충이 다시 나타났다고 복원이 끝난 것은 아니다. 교미하고 알을 낳아 다음 세대가 살아가야 비로소 복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 연구원의 연구 여정은 한 분야에만 머물지 않았다. 2004년 청주대에서 이학을 전공한 뒤 2009년 국립암센터 위촉연구원으로 연구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대 식물병원 연구원을 거쳐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대학원에서 곤충학을 전공하며 곤충 분자생물학과 독성학을 연구했다. 대학원 졸업 후에는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연구소에서 해충과 천적을 연구했고,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소나무재선충과 솔껍질깍지벌레 등 산림병해충 연구를 이어갔다. 2020년 국립생태원에 합류하면서 연구의 방향은 멸종위기종으로 옮겨갔다.
12년 넘게 암세포부터 해충, 산림병해충, 멸종위기 곤충까지 다양한 생명을 들여다본 경험은 지금의 복원 연구를 지탱하는 밑거름이 됐다.
그가 곤충을 지키려는 이유는 작다고 해서 생태계에서 작은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곤충과 무척추동물은 사체와 배설물을 분해하고 식물의 수분을 돕는다. 1.8㎜의 유충에게 매일 먹이를 건네는 반복적인 손길. 그 작은 노동이 언젠가 사라진 생명을 자연으로 되돌리고 생태계의 끊어진 연결고리를 다시 잇는 일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그를 오늘도 연구실과 서해안 현장으로 이끌고 있다. 서천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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