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S 2026(미래에너지솔루션 2026) 국제포럼’ 패널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새만금의 AI·에너지 산업 생태계 구축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광본 서울경제신문 부국장, 문성협 현대자동차그룹 실장,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우정욱 한국전력연구원 부원장, 최정필 새만금개발청 메가투자유치단장, 배주현 전북특별자치도 청정에너지수소과장. 사진 제공=전북도청
새만금을 인공지능(AI)과 로봇, 수소, 재생에너지가 결합한 미래 성장동력의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와 로봇 등 첨단 제조업을 뒷받침할 에너지 공급 체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전력망 등 기반시설 확충은 물론 산업에 필요한 인재 양성, 기업이 정착할 수 있는 생활 여건 개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일관된 지원 정책도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전북연구원·전북대학교·전북녹색환경지원센터·전북테크노파크가 공동 주관해 29일 전북대에서 열린 ‘FES(미래에너지솔루션) 2026 국제포럼’에서는 ‘새만금 AI·RE100 산업단지: 피지컬 AI, 분산에너지, 산업 혁신을 위한 대한민국의 차세대 플랫폼 구축’을 주제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산학연정 전문가들이 참여해 새만금의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 방안을 놓고 집단지성을 발휘했다. 고광본 서울경제신문 부국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문성협 현대자동차그룹 실장,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우정욱 한국전력연구원 부원장, 최정필 새만금개발청 메가투자유치단장, 배주현 전북특별자치도 청정에너지수소과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에너지 가격·공급 안정성, 친환경 에너지 기술이 핵심
기업들은 미래 산업의 투자처를 결정하는 데 에너지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하며 친환경 에너지 기술 혁신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성협 실장은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시장을 살펴봐도 전기료가 얼마나 낮은 곳이냐에 따라 기업들이 투자처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새로운 기술 개발과 함께 국가와 기업들이 힘을 합쳐 저렴한 전기료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새만금에 총 8조9000억원을 투자해 태양광 발전소,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시설, AI 데이터센터, 로봇 제조공장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AI 데이터센터는 내년 3월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나머지 사업도 순차적으로 추진해 2029년 말까지 주요 사업을 마무리한다는 구상이다. 태양광 등으로 생산한 청정에너지를 수소 생산과 수소차·버스·트램·선박 등 모빌리티, 데이터센터에 공급하고, 도시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AI·로봇 기술 고도화에 활용하는 미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황철주 회장은 “에너지를 단순히 소비하는 비용이 아니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에너지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에너지를 가지고 돈을 버는 일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새만금을 국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신기술을 실증하고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테스트베드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3·5족 화합물 기반의 반도체 기술을 차세대 태양광에 접목해 저온 공정에서도 고효율·고신뢰성의 태양전지를 구현하고, 설치 장소와 디자인의 제약을 줄이는 기술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나아가 전기를 소비하는 곳에서 직접 생산하는 태양광 기술이 AI·로봇 시대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산업 경쟁력을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정욱 부원장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투자 비용이 들고, 경제성을 높이려면 어느 정도 품질을 포기해야 하는 상충관계가 있다”며 “산업단지의 최대 전력 수요와 시간대별 사용량, 공급 가능량을 정확하게 산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시간으로 전력 수요와 공급을 계산하고 조절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품질 좋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FES 2026(미래에너지솔루션 2026) 국제포럼’ 패널토론에 참석한 청중들이 전문가들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전력망 확충·재생에너지 다변화…새만금의 숙제
새만금이 RE100 산업단지의 최적지로 성장하려면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뿐 아니라 이를 실제 산업 현장에 공급할 전력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정필 단장은 새만금의 강점으로 약 1억2000만 평에 달하는 광활한 부지와 재생에너지 자원, 투자진흥지구·종합보세구역 지정, 장기임대용지 혜택 등을 꼽았다. 새만금항과 신공항, 철도 등을 연결하는 트라이포트 구축도 투자 유치에 유리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태양광 중심의 재생에너지 공급 구조를 다변화하고 전력망을 확충하는 한편, 기업과 근로자들이 정착할 수 있는 생활 여건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주현 과장은 “재생에너지를 많이 생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이를 필요한 곳으로 보내는 기술적 문제와 실제 사용하는 기업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경제적 측면이 함께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원과 사용처가 가까운 근거리 전력구매계약(PPA)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재생에너지의 지역 내 생산과 소비를 촉진할 제도 개선도 제안했다.
우정욱 부원장은 재생에너지 발전원뿐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 무효전력 보상 및 계통 안정화 설비, 송변전 설비, 마이크로그리드와 SCADA 등 운영 시스템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새만금 이미지.
인재 확보·정주 여건 마련 & 혁신 생태계·정책 추진 속도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투자 계획을 실질적인 지역 산업 성장으로 연결하려면 인재 확보와 기업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문성협 실장은 현대차그룹이 새만금 프로젝트를 위해 별도 조직을 구성하고 5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규모 지방 투자를 실현하려면 결국 많은 인재가 지역으로 내려가야 한다”며 “우수 인력이 지방에서 근무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를 비롯한 의료·교통·주거 환경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과 직업교육기관의 역할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전북 지역 마이스터고와 직업특성화고, 전북대 대학원 계약학과 등을 통해 로봇 공장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철주 회장은 혁신 기술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가 장기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국산화는 선형적으로 성장하지만 혁신에는 긴 인큐베이팅 기간이 필요하다”며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혁신 가치를 인정하고 보호·육성할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이 있어야 세계적인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만금이 단순한 기업 유치 공간을 넘어 국내 혁신 기업들이 기술을 실증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정책과 규제 개선 역시 새만금 혁신을 위한 필수 과제로 꼽혔다.
배주현 과장은 “RE100 산업단지 논의가 시작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관련 제도와 법안 마련이 지연되고 있다”며 “기업이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정책도 시장의 타이밍에 맞춰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도 단순히 특구 지정 숫자를 늘리는 데 그치지 말고 기업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규제를 개선하는 수요자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ES 2026(미래에너지솔루션 2026) 국제포럼’ 패널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토론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제공=전북도청
청중들도 집단지성…지역 상생·전력 공급 아이디어 제시
청중들도 토론에 참여해 지역 기업의 참여 확대와 전력 공급 안정화, 산업 생태계 조성 방안 등을 제안했다.
김보국 전북연구원 부원장은 새만금의 대규모 투자 계획이 실제 기업 유치로 이어지려면 기업이 느끼는 장애 요인을 해소하고 지역과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 기반시설뿐 아니라 인재 확보와 정주 여건, 지역사회와의 상생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수 전주대 부총장은 전북에 있는 수소와 부품·소재 분야 기업들이 현대차그룹 등과 연계하고, 지역에서 개발한 기술이 실제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도록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과 연구 역량을 새만금의 테스트베드 사업에 활용하고, 실증단지와 분산에너지·ESS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도 지역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국 에너지솔루션 대표는 전북의 에너지 자급률과 전력 공급 구조를 언급하며 24시간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의 전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더라도 전력망과 저장장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산업용 전력으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지역별 전력 가격과 송전 혼잡, 발전원 구성 등을 함께 고려하고 재생에너지와 ESS 외에도 다양한 유연성 전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기봉 군산대 교수는 “AI와 데이터센터 등 신산업은 수익 모델과 시장이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만큼 기업에 위험을 모두 부담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가 초기 시장을 만들고 제도와 재정 지원을 통해 기업의 투자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기혜 세기종합환경 대표는 “부유식 태양광 구조물과 수질 개선 기술을 결합하면 발전과 환경 관리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며 “AI와 수소 기술을 접목한 자율형 수질 정화 시설과 선박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FES 2026(미래에너지솔루션 2026) 국제포럼’ 패널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과 청중들이 새만금 발전을 위한 집단지성을 발휘하고 있다. 사진 제공=전북도청
새만금 도약 위해 공무원의 용기와 실행력 필요
고정삼 전북특별자치도 경제부지사는 전문가들이 제시한 과제를 전북의 정책과 실행으로 연결하려면 공직사회와 지역사회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부지사는 “오늘 전문가들이 강조한 전기, 속도감, 실행, 혁신, 기업 유치, 정주 여건, 인력 양성 등이 전북에 필요한 과제”라며 “전북도에 가장 필요한 것은 실행에 옮기는 공무원과 지역사회의 용기”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어 “새만금이 두바이처럼 성장하고 중국이나 해외 국가의 주요 성장 거점들과 경쟁하려면 국가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전북도가 조직 개편을 통해 에너지국을 신설하고 경제부지사 명칭도 ‘피지컬 AI 경제부지사’로 바꾸겠다는 구상을 소개했다.
한편 이번 ‘FES 2026’ 조직위원장인 이해원 전북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과학기술혁신(STI) 분야의 국제협력과 인재 교류를 지역 발전 전략과 연결해야 한다”며 “전북도가 국제적인 연구·산업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나아가 지역 주도의 협력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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