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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새로운 경기교육] 광명 충현중 '생태 연계 교과융합 벼농사 프로젝트'

도심 속 학생들은 자연과 접할 기회가 적다. 하늘의 햇볕이 쬐고 비가 오고 벼가 무르익어 가는 들판을 보는 것은 어쩌면 성장기 소중한 기회가 된다. 광명시 충현중학교에서는 '생태 연계 교과융합 벼농사 프로젝트'를 실시하며 학생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새로운 경기교육] 광명 충현중 '생태 연계 교과융합 벼농사 프로젝트'

▲ 충현중학교 ‘벼농사 프로젝트’ 활동 모습./사진제공=충현중학교

도심 속 학생들은 자연과 접할 기회가 적다. 하늘의 햇볕이 쬐고 비가 오고 벼가 무르익어 가는 들판을 보는 것은 어쩌면 성장기 소중한 기회가 된다. 광명시 충현중학교에서는 '생태 연계 교과융합 벼농사 프로젝트'를 실시하며 학생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충현중학교의 5월은 아주 특별한 활기로 가득 찬다. 봄 햇살이 싱그러운 녹음으로 짙어지며 여름의 초입을 알리는 이 시기, 학교로 들어가는 진입로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질퍽한 흙냄새가 번진다. 올해로 6년째 이어진 '3학년 생태 연계 교과융합 벼농사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이 시기를 '쌀 한 톨을 만들어 내기 위해 자연과 우리가 함께 차곡차곡 쌓는 시간'이라고 정의한다. 정문 진입로에 마련된 작은 텃논상자는 충현중학교가 지향하는 교육의 가치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패스트푸드와 초고속 인터넷, 디지털 화면에 익숙한 도시의 아이들이 맨손으로 진흙을 밟으며 '느림의 미학'과 '생명의 경이로움'을 배워가게 된다.

▲ 충현중학교 ‘벼농사 프로젝트’ 활동 모습./사진제공=충현중학교

학생들은 모내기부터 벼 가꾸기, 수확까지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하며 생명의 소중함과 먹거리의 가치를 배운다. 벼의 성장 과정을 직접 체험하며 자연과 인간의 상호의존성을 이해하고 생태적 감수성과 공동체 의식을 기르는 과정이다.

또 벼농사 과정에서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가는 순환의 원리를 이해하고, 지속가능한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도 뜻깊은 과정이다.

벼농사 프로젝트에 참여한 3학년 성기윤 학생은 “동료들과 발을 맞춰 손모내기에 참여하던 그때의 감각이 여전히 생생하다”며 “처음에 진흙 논 속으로 손을 들이밀었을 때는 차갑고 미끈거리는 느낌에 저도 모르게 비명이 나왔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흙이 부드럽고 따뜻하게 손가락 사이를 감싸 안아주는 느낌이 들었다”며 “한 땀 한 땀 토종모를 심는데, 묘한 책임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성기윤 학생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누르면 1초만에 결과가 나오는데 벼는 우리가 아무리 재촉해도 계절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자기만의 속도로 자라는 과정이 신기했다”며 “등하굣길마다 텃논을 들여다보며 '아, 지난주보다 이만큼 자랐네'하고 관찰하는 시간이 요즘 가장 큰 힐링”이라고 자랑했다.

▲ 충현중학교 '벼농사 프로젝트' 활동 모습./사진제공=충현중학교

수확한 쌀은 나눔 활동에 활용된다. 가을철, 정성스레 키운 다채로운 빛깔의 토종벼를 전통 방식으로 추수하고 탈곡한 학생들은 이를 현미로 빻아 '현미가래떡'을 만든다. 그리고 국어 시간에 정성껏 쓴 편지 스티커를 떡 상자에 붙여 학교 구성원과 지역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배달한다. 내가 흘린 땀방울이 공동체의 따뜻한 온기로 치환되는 순간이다.

프로젝트의 진짜 마지막 단계는 겨울이 오기 직전, 일 년 동안 논바닥을 누비며 화학농약 없이 해충을 잡고 땅에 산소를 공급해 주었던 일등 공신, 미꾸라지들을 잡아 학교 내 '생태연못'에 풀어주는 활동이다.

친환경농법으로 벼를 키우기 위해 광명시장에서 김상도 교장선생님이 매년 직접 데려왔던 생명들을 다시 자연의 품으로 안전하게 돌려보내며, 학생들은 인간이 자연을 착취하는 존재가 아니라 공존하는 동반자임을 마지막으로 인식한다. 미꾸라지들이 연못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는 순간, 충현중학교의 한 해 농사는 진정한 마침표를 찍는다.

벼농사 프로젝트를 기획한 한지원 선생님은 “논은 단순히 식량을 생산하는 농경지가 아니다”며 “수많은 수생 동물과 곤충, 새들이 살아가는 하나의 거대한 '습지 생태계'이자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하고 홍수를 조절하는 환경적 공익 기능을 가진다. 이를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라고 부르는데, 기후위기 시대에 아이들에게 탄소중립과 생물 다양성을 가르치기에 논만큼 완벽한 학습 공간은 없다”고 설명했다.

▲ 충현중학교 '벼농사 프로젝트' 활동 모습./사진제공=충현중학교

이어 “특히 우리 땅에서 대대로 자라온 고유 품종인 '토종모'를 고집하며 붉은 차나락, 북흑조, 다다조 같은 이름조차 생경하지만 아름다운 토종벼들은 수백, 수천 년동안 우리 기후와 척박한 토양을 견디며 살아남은 자생력을 가지고 있다”며 “종자 회사가 독점하는 개량종과 달리, 올해 수확한 쌀을 내년에 다시 씨앗으로 수 있고 아이들은 토종모를 심으며 자연스럽게 식량 주권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함께 벼농사 프로젝트를 기획한 유하영 선생님 역시 “수업을 기획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지행합일(知行合一)', 즉 삶과 학문의 연결이었다”며 “과학 시간에는 벼꽃을 관찰하고 지구 온난화와 탄소중립을 토론하며, 수학 시간에는 매주 성장하는 벼의 길이를 추적해 표와 그래프로 나타내며 통계를 배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역사 시간에는 조선 시대 신분별 관점에서 이모작 제도를 바라보고 견해를 주장하는 논술을 진행하고, 기술가정 시간에는 지속 가능한 식생활과 건강한 지구의 먹거리를 탐구했다”며 “국어 시간에는 '나는 둥그배미야'라는 책을 읽고 벼농사 체험 보고서를 쓰며 미술 시간에는 버려지는 재료를 활용하는 정크아트를 통해 '허수아비 꿈'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유 선생님은 “저마다의 빛깔과 결대로 아름답게 익어가는 토종벼의 모습은 아이들과 닮았다”며 “텃논은 아이들에게 '다름은 틀린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가르쳐주는 최고의 인성 교실이 됐다”고 강조했다.

▲ 충현중학교 ‘벼농사 프로젝트’ 활동 모습./사진제공=충현중학교

생산성과 효율성, 무한 경쟁만을 강조하는 현대 사회와 삭막한 도심 속에서, 충현중학교가 일구어낸 작은 텃논을 통한 교육농은 울림을 준다. 자연의 속도에 맞춰 기다릴 줄 알고 차이를 인정하며 땀의 가치와 나눔의 기쁨을 아는 미래의 생태 시민들을 육성하는 과정이다.

김상도 충현중학교 교장은 “우리 충현중학교가 추구하는 생태 교육은 교과서 속 문자의 지식만이 아니다”며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시대적 과제 앞에서 아이들이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상호의존하며 살아가는지 삶 속에서 몸소 깨닫고 행동하게 하는 실천 중심의 교육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텃논은 단순히 벼를 키우는 공간이 아니라, 우리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함께 성장하고 배움을 일구는 거대한 광장이다”면서 “농사를 지으며 아이들은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고, 선생님들은 교과 간의 벽을 허물며 교육의 본질을 고민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일 년 동안 땀 흘려 얻은 결실을 이웃과 나누며 내면이 성숙해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학교가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함께 숨 쉬고 있음을 느낀다”며 “우리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연구와 아이들의 순수한 호기심이 만들어낸 이 의미 있는 성장은 충현중학교의 가장 큰 자산이다”고 자부했다.

/고륜형 기자 krh0830@incheonilbo.com

※ 본 글은 경기도교육청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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