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SK 등 지배력 급감
대기업집단 상장계열사 자기주식 소각 가정 시 지배력 감소 상위 10곳. 사진=CEO스코어 제공
매일일보 = 안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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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한 상법 개정안 시행 이후 대기업들의 자사주 정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총수 일가의 지배력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자사주가 사실상 지배력 방어 수단으로 활용돼 온 만큼, 법 시행을 계기로 기업 지배구조 전반이 재편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매출 상위 대기업집단 상장사 가운데 올해 1분기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기업은 60곳으로 집계됐다. 소각 규모는 총 42조5207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소각 규모(13조2850억원)를 불과 3개월 만에 크게 웃돌았다. 소각 금액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주가 상승 영향이 일부 반영됐지만 제도 변화에 대응한 기업들의 선제적 움직임이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같은 변화는 자사주를 일정 기간 내 소각하도록 한 상법 개정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존에는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거나 의결권이 없는 상태로 활용하면서 최대주주 지배력을 사실상 보완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다만 소각 의무화로 이 같은 방식이 제한되면서 기업들은 보유 자사주를 빠르게 정리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총수 일가의 지배력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자사주를 계획대로 소각할 경우 지배력 감소폭이 가장 큰 기업은 태광산업으로 나타났다. 태광산업은 기존 78%대였던 지배력이 50%대 중반까지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대한화섬 역시 두 자릿수 감소가 예상된다.
SK 역시 자사주 소각 이후 지배력이 50%대에서 30% 초반으로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보유 자사주 가운데 상당 부분을 단계적으로 소각할 계획으로 이에 따른 지배력 변화 폭도 클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대신증권, 동양, 미래에셋증권, KCC, 티와이홀딩스, 두산, 현대해상 등 주요 기업에서 두 자릿수 지배력 감소가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 사례는 상징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소각 이후 최대주주 지분율이 19%대로 낮아지며 20% 선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상징적 기준으로 여겨졌던 20% 지배력 선이 무너진 것으로 향후 지배구조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소각 규모 측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양사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27조원을 넘으며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주주환원 정책 확대가 맞물리며 대규모 소각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모든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하는 방향을 택한 것은 아니다. 일부 기업은 임직원 보상이나 경영상 목적을 이유로 자사주를 유지하거나 활용하는 방안을 선택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인수합병(M&A)이나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자사주를 보유하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자사주 활용 방식에 따라 향후 지배력 변화 폭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개정 상법(3월 6일 시행)으로 인해 상장사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1년 6개월 내에 소각해야 한다. 다만 임직원 보상, 경영상 목적 등 자사주 활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자사주 보유·처분 계획을 통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 예외적으로 보유 또는 처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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