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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상가 3곳 중 1곳이 비었다"…광주·전남 '텅 빈 상권'의 경고

전국 상가 공실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경기 침체와 소비 패턴 변화가 겹치면서 임차인을 찾지 못한 상가가 늘고, 한때 지역의 중심이었던 구도심 상권까지 공동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광주지역 구도심 상권의 침체와 공실 문제가 이어지고 있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충장로의 한 상가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판영석 기자

전국 상가 공실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경기 침체와 소비 패턴 변화가 겹치면서 임차인을 찾지 못한 상가가 늘고, 한때 지역의 중심이었던 구도심 상권까지 공동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광주·전남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일부 지역에서는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공실률이 장기화하면서 ‘상가가 비는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상권 자체가 사라지는 문제’로 번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6년 2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4.3%, 집합상가는 10.5%였다. 일반 상가 공실률도 13.4%로 집계됐다. 한국부동산원은 상가의 공실을 임대계약이 없거나 자가·무상임대 등의 방식으로도 이용되지 않는 공간으로 정의한다.

전남광주 공실률 전국 평균 크게 웃돌아

전남에서는 이미 상가 공실이 지역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2분기 기준 전남 전체 집합상가 공실률은 23.11%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나주 빛가람동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의 집합상가 공실률은 37.03%에 달했다. 1분기 42.23%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상가 3곳 가운데 1곳 이상이 비어 있는 수준이다.

순천 원도심의 집합상가 공실률도 33.42%, 중대형 상가는 31.86%를 기록했다. 광양 중동은 집합상가 공실률이 30.17%에 달했고, 여수 학동 역시 20.54%를 기록했다. 무안 삼향읍도 19.46%로 나타났다.

광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2분기 기준 금남로·충장로의 집합상가 공실률은 25.11%, 중대형 상가는 26.42%였다. 전남대 주변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37.11%에 달했다.

특히 금남로·충장로의 6층 이상 오피스 공실률은 44.83%까지 치솟았다. 광주의 대표적인 원도심이 단순히 상가 몇 곳의 임차인을 찾지 못하는 수준을 넘어 업무·상업 기능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신흥 상권 등 신도심 공실률도 심각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상가 공실이 구도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광주 상무지구의 중대형 상가는 2016년 말부터, 소규모 상가는 2018년 2분기부터 10~20%대 공실률이 이어지고 있다. 신흥 상권으로 떠올랐던 첨단1지구 역시 지난해 4분기부터 10% 이상의 공실률을 보였다.

전남 역시 마찬가지다.

광주지역 구도심 상권의 침체와 공실 문제가 이어지고 있는 8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충장로의 한 상가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판영석 기자

나주 혁신도시는 공공기관 이전을 기반으로 새로운 중심도시를 만들었지만 주말이면 상권이 한산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계획인구 5만 명에 미치지 못하는 인구 규모와 함께 교육·여가·문화시설 부족 등이 상권 활성화의 걸림돌로 지적됐다.

결국 구도심은 인구와 소비가 빠져서 비고, 신도심은 충분한 생활인구와 소비 기반을 확보하지 못해 비는 이중 구조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임대료 낮추는 것만으로는 해결 안돼

상가 공실이 늘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처방이 임대료 인하다.

하지만 공실이 장기화된 지역에서는 임대료만 낮춰서는 한계가 있다.

사람이 오지 않는 곳에 임대료만 싸게 만든다고 상권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은 2026년 2분기 상가 임대시장에 대해 민간 소비 감소에 따른 상권 침체가 이어지고 있으며, 서울·부산의 일부 인기 상권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매출 감소와 공실 장기화의 영향으로 임대가격이 하락하는 흐름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앞으로의 정책은 ‘빈 점포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서 ‘빈 공간을 어떻게 다시 쓰게 할 것인가’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최근 국회에서 집합상가의 용도를 업무·문화·운동시설 등으로 확대하고, 리모델링이나 용도변경을 위한 공용부분 변경 결의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도 이런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청년 창업공간이나 공유오피스, 문화시설, 체육시설, 돌봄·교육시설 등으로 빈 상가의 용도를 다양화하자는 것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빈 상가’도 통합도시 전략에 넣어야

이 문제는 출범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도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통합 이후 광주와 전남은 하나의 생활권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산업단지와 대규모 개발사업뿐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도시 공간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도 통합도시 전략에 포함돼야 한다.

광주의 충장로·금남로와 전남의 순천 원도심·광양 중동, 나주 혁신도시 등은 서로 다른 이유로 공실이 늘고 있지만 공통점이 있다.

사람이 머물고 소비할 이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통합특별시 차원에서 상권별 기능을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광주 원도심의 경우 문화·관광·의료·청년창업 등과 결합하고, 나주 혁신도시는 공공기관 종사자의 생활권을 중심으로 교육·문화·여가 기능을 강화하는 식이다.

순천·광양 등 기존 산업도시의 원도심은 산업·주거·관광을 연결하는 방식의 재생 전략을 고민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빈 상가를 다시 상가로 채우려 하지 않는 것이다.

상권의 소비구조가 이미 바뀌었다면 일부 공간은 문화·체육·교육·돌봄·창업·주거 등 새로운 기능으로 바꾸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일 수 있다.

상가 공실은 ‘부동산 문제’가 아니라 도시 생존의 문제

빈 상가가 늘면 건물주의 임대수익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점포 폐업이 늘고, 유동인구가 감소하며, 주변 점포 매출까지 떨어진다. 결국 상권 전체의 가치가 하락하고 다시 공실이 늘어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전남과 광주의 일부 지역에서 이미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제 상가 공실 대책도 단순한 소상공인 지원이나 임대료 지원을 넘어 인구·교통·주거·일자리·문화·관광을 함께 묶은 도시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전남광주시가 출범하면서 행정구역과 조직을 통합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비어가는 도시 공간을 어떻게 다시 시민의 공간으로 돌려놓을 것인지가 새로운 통합도시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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