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끌고 있지만, 최근 한 달간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진정한 승자는 중국 반도체였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중국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에 투자하는 ETF들이 수익률 상위권을 휩쓴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ETF체크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최근 1개월 수익률 상위 ETF 1~5위는 모두 중국 반도체 관련 상품이 차지했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차이나반도체FACTSET으로 최근 한 달간 32.11% 상승했다. 이어 △ACE 중국과창판STAR50(28.91%) △SOL 차이나육성산업액티브(합성)(28.14%) △TIGER 차이나과창판STAR50(합성)(27.97%) △KODEX 차이나과창판STAR50(합성)(26.35%) 순으로 집계됐다.
◆설계부터 장비까지…中 반도체 밸류체인 '동반 랠리'
TIGER 차이나반도체FACTSET은 중국 반도체 산업 전반에 투자하는 ETF다.
주요 편입 종목으로는 기가디바이스, 캠브리콘, 하이곤, 몬타지 등 팹리스 기업과 나우라, AMEC 등 반도체 장비 업체,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SMIC 등이 포함돼 있다.
정의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중국 반도체 산업은 설계 기업이 성장하면 파운드리가 수혜를 보고, 파운드리 증설은 다시 장비 업체 수주로 이어지는 구조"라며 "개별 종목보다 밸류체인 전체에 투자하는 접근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상위권 ETF 상당수가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과창판(科创板·STAR Market) 관련 지수를 추종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과창판에는 중국 반도체·AI·첨단 제조업 대표 기업들이 다수 상장돼 있어 중국 기술주 강세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
◆美 규제 역설…中 반도체 자립 속도
시장에서는 중국 반도체 ETF 강세의 배경으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를 꼽는다.
첨단 반도체와 장비 수출 규제가 장기화되면서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국의 반도체 전공정 장비 수입액은 107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1% 감소했다.
반면 중국 주요 전공정 장비 업체 4곳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58억3000만위안으로 27.7%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중국 반도체 장비 국산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올해부터 시작된 '제15차 5개년 계획'에서 과학기술 자립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반도체 산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CXMT 상장 기대감…애플 공급망 진입 가능성도
최근 랠리를 이끄는 또 다른 변수는 중국 최대 메모리 기업 중 하나인 CXMT(창신메모리)의 과창판 상장 기대감이다.
업계에서는 CXMT IPO가 과거 SMIC 상장 당시보다 훨씬 큰 규모의 장비 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유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MIC 상장 당시에는 해외 장비업체로 수혜가 분산됐지만 지금은 중국산 장비 채택률이 크게 높아졌다"며 "CXMT 상장에 따른 수혜가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애플이 중국 판매용 기기에 CXMT 메모리 탑재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애플은 CXMT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에 사용 승인 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고객사의 공급망 후보로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중국 메모리 기술력이 과거보다 크게 향상됐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CXMT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3%에서 올해 1분기 8%로 확대됐다.
◆"상장 전 랠리" 경계론도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급등세가 과열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거 SMIC 상장 당시에도 상장 전 기대감으로 밸류체인 전반이 급등한 뒤 상장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강민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 반도체 산업은 정책 모멘텀에 따라 밸류체인 전반이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며 "상승 국면에서는 강한 수익률을 기록하지만 이벤트 종료 이후에는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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