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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삼전.하닉 성과급 남긴 것]"회사가 잘되면 나도?" 옛말… AI 시대, '지분...

특히 엔비디아나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주식을 부여해 성장을 공유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주식의 변동성보다 확정된 현금을 선호하는 양상이 뚜렷하다. ◇ 기업 가치엔 '빨간불'… 투자 집중력 분산 우려...

[삼전.하닉 성과급 남긴 것]"회사가 잘되면 나도?" 옛말… AI 시대, '지분...

노사 관계와 기업가치 등 대격변 예고

삼성전자·하이닉스 발 성과급 갈등, 확산

"성과급의 고정비화, 밸류에이션 리스크"

장기적 회사 성장보다 당장의 보상 무게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산업계가 이른바 '성과급 전쟁'에 휩싸였다.

삼성전자 노사가 20일 늦은밤 노동부장관의 중재로 막판 성과급 협상의 종지부를 찍었다. 노조는 성과급 제도화와 적자 부문에 대한 지급을 얻어냈고, 사측은 성과급의 영업이익 조건부와 성과급을 세후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는 안전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같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과 노사관계 변화의 불씨가 자동차, 조선, IT 플랫폼을 넘어 전 방위로 확산하면서 인공지능(AI) 시대의 새로운 노사 관계가 기업 가치와 국가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 "깜깜이 보너스는 끝났다"… '노동의 주주화' 현상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연봉 인상이 아닌 '성과급'이다.

갈등의 진원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성과급으로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고, 이는 이미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OPI)으로 확정한 SK하이닉스의 사례가 기폭제가 됐다.

이러한 요구는 과거 '회사가 잘되면 나도 잘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나 경영진의 재량에 맡겼던 '깜깜이 보너스' 시대가 저물고, 계약서에 적힌 투명한 공식대로 보상을 요구하는 '노동의 주주화' 현상을 의미한다.

노조가 리스크는 지지 않으면서 배당금만 챙겨가는 최우선순위 주주의 지위에 까지 부상했다는 것.

◇ AI·로봇이 일자리 대체… "미래보다 당장의 현금"

이번 갈등의 밑바닥에는 AI와 자동화 시대에 대한 노동자들의 근원적인 공포가 깔려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기본급 인상 외에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에 따른 고용 안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과거 세대와 달리 지금의 세대는 AI와 로봇이 사람을 빠르게 대체하는 시대에 회사의 성장이 내 고용을 자동으로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에 따라 미래의 불확실한 고용 보장 대신, 당장 통장에 꽂히는 현금 지분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나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주식을 부여해 성장을 공유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주식의 변동성보다 확정된 현금을 선호하는 양상이 뚜렷하다.

◇ 기업 가치엔 '빨간불'… 투자 집중력 분산 우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과급 갈등이 기업의 재무 구조와 밸류에이션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첫째, 성과급의 고정비화다. 성과급 산정 기준이 영업이익에 고정될 경우, 기업 이익의 질이 달라진다. 호황기에는 문제가 없으나 불황이 닥쳤을 때 인건비 부담이 파산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영업이익 산정의 함정이다. 노조가 요구했던 '영업이익의 N%'는 법인세나 이자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셋째, 투자 경쟁력 약화다. 글로벌 시장에서 엔비디아, 테슬라와 AI 반도체 및 자율주행 경쟁이 치열한 시점에 대규모 노사 갈등은 투자 집중력을 분산시킨다.

주주에게 갈 배당금이 노조 성과급으로 먼저 빠져나가는 구조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선택할 유인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양극화 고착화와 혁신 사이의 기로

앞으로의 노사 관계는 단순히 임금 협상을 넘어 'AI 시대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계약을 새로 쓰는 과정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영업이익의 큰 조각을 선점할수록 그 비용은 하청업체 단가 압박이나 제품 가격 인상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성벽 안'의 정규직과 그렇지 못한 일반 시민 사이의 양극화를 고착화하고 대한민국의 성장 엔진을 멈추게 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례 없는 성과급 전쟁 앞에서 기업들이 인건비 리스크를 극복하고 혁신적인 투자를 이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인건비 무게에 눌려 경쟁력을 잃을지 산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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