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이달 들어 급락하며 양사 시가총액(우선주 제외)이 740조 원 가까이 증발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 종목은 이달 들어 지난 8일까지 각각 16.9%, 21.7%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3만4000원에서 27만7500원으로, SK하이닉스는 265만원에서 207만6000원으로 내려앉았다.
시총도 빠르게 줄었다. 양사 합산 시총은 지난달 30일 3842조 원에서 지난 8일 3103조 원으로 739조4059억 원 감소했다. 삼성전자가 1953조 원에서 1622조 원으로 330조 원, SK하이닉스가 1889조 원에서 1480조 원으로 409조 원 줄었다. 글로벌 시총 순위도 후퇴해, 컴퍼니즈마켓캡 기준 삼성전자는 이달 초 10위권에서 12위로, SK하이닉스는 13위에서 16위로 밀렸다.
주가를 끌어내린 것은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다. 인공지능(AI) 투자를 이끌던 빅테크의 투자 사이클이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 메타의 클라우드 사업 진출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AI 산업 성장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반도체 저승사자’로 불리는 모건스탠리는 지난 6일(현지시간) 메모리 업종의 단기 모멘텀 둔화 가능성을 들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에 보수적 시각을 제시했다. 메모리는 여전히 경기순환 산업이며 가격 상승률과 재고 정상화, 실적 추정치 상향 등 주요 지표의 개선 속도가 정점에 근접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골드만삭스의 크리스티안 뮐러-글리스만 포트폴리오 전략·자산배분 리서치 총괄 역시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AI발 대규모 실적 서프라이즈는 이제 막바지에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시즌에도 기업들이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낼 가능성은 여전히 크지만, 눈높이 자체가 매우 높아진 상태라 이번 랠리를 다시 촉발하기에는 실적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에서도 목표주가 하향이 나왔다. 키움증권은 8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43만 원에서 39만 원으로 낮췄다. 국내 증권사의 삼성전자 목표가 하향은 지난 3월 이후 두 번째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이 기대치에 부합했지만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이 둔화되는 하반기에는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실적 자체는 우상향하겠지만 마진과 실적 증가율 지표는 하락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반면 급락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해소됐다는 저점론도 만만치 않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장중 7280포인트(p) 기준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6.3배까지 내려간 것으로 추정된다며 바닥을 잡아볼 만한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공급 측면을 근거로 들었다. 고부가 메모리 생산 확대로 저사양(레거시) 메모리 공급이 줄면서 내년 말까지 가격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수요자들이 중국산 채용을 타진하고 있으나 판가 급등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고, 애플의 CXMT LPDDR 공급 검토 역시 지정학적 문제와 중국 내 공급 부족으로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편 코스피가 중기 추세선인 60일선을 하향 이탈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바닥 진입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등 투자 심리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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